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Keninsing Oct 11. 2018

미얀마 출장 마무리

#45. 새로운 자극을 받을 수 있었던 멋진 출장

미얀마에 온지 이제 벌써 3주일이 되어간다. 이번 주에는 대체적으로 마무리를 짓고 다음 주초에는 싱가포르로 돌아갈 예정이다. 
돌아가면 2-3일 쉬어야지 못견디겠다. ㅎㅎㅎ 
남은 주말 잘 보내고, 날씨가 점점 더 추워질테니 건강에 각별히 유의하자. 

********************
출장 속의 출장 속의 출장을 다니다 보니 정산되어야할 계산서가 산더미다. ㅠㅠ

▼ 내가 묵고 있는 호텔은 유명한 미얀마의 화가 '토니 툰툰'의 작품을 전시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의 작품 속에는 미얀마 사람들의 삶의 모습이 매우 잘 드러나 있다고 한다. 

이 작품은 '파고다와 승려'라는 작품으로 파고다를 바라보는 두 승려의 모습이 참 느긋하고 좋은 느낌을 준다.
 

다른 한 작품은 '노을지는 호수'라는 작품인데 이는 미얀마 중부 샨 주에 있는 인레 호수의 석양 속에서 물고기를 잡는 현지 어부들을 그린 작품이다. 

▼ 특히 이번 출장엔 운좋게도 인레호수에서 30분도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사람을 만날 일이 있어서 그와 길고 긴 회의를 마치고, 다음날 아침 일찍 인레 호수로 나선다. 

이곳은 미얀마 중부 만달레이 남부에 위치하는 작은 호수인데 인레 호수는 나엉셰라는 작은 마을에서 운하를 타고 약 6km 수로를 이동하면 나오는 폭 11km, 길이 22km가 되는 큰 호수다. 

▼ 롱테일 보트를 준비해서 냐엉셰 마을을 나선다. 운하를 타고 호수로 나가는 길에 멀리 하늘 위에 떠 있는 기구를 발견한다. 

기구는 점점 가까워졌는데 왜 사람은 저런 모양의 비행 물체를 보면 이리도 가슴이 뛰는 것일까? 인간에겐 누구나 날고 싶은 욕망이 있어서 일까?

기구를 바라보며 롱테일 보트의 엔진 소리와 함께 호수로 나간다. 

저 높은 곳에 기구가 보인다.

▼ 잠시동안 운하를 지나고 나니 해리포터에 나오는 '9와 3/4 승강장'과 같은 수풀을 지난다.

얼핏 보면 이런 곳이 호수로 나가는 문이라고는 생각을 할 수 없도록 되어 있지만 보트는 그 곳을 문이라고 말을 하듯 뚫고 나간다. 

▼ 수풀 뒤에는 망망대해가 아닌 망망대호가 펼쳐져 있었다. 

▼ 조금 앞으로 가자니 이곳 인레 호수의 전통 어부들이 낚시를 하고 있었다. 
글 첫머리에 소개한 그림 속의 어부는 이들이다. 

이들은 뛰어난 균형감각으로 배를 다루고 물고기를 잡는다. 

▼ 우리의 롱테일 보트는 어느덧 한 수상마을에 도착했다. 셰이윈 마을이다. 

많이 놀라웠던 사실은 이들은 자신들이 수상마을에 살고 있기 때문에 특별하다는 식의 생각을 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들은 그저 집이 물 위에 있을 뿐이고..
그래서 그들은 

보트를 타고 이동하고, 
수상 마을 위에 설치된 다리를 지나 학교에 가고, 
그곳을 보고 싶어 하는 사람들을 상대로 장사를 하며

매우 아무렇지 않게 생계를 꾸려나가고 있었다. 

게다가 수상마을이 불편하지도 않은지 (미얀마 전역이 그렇지만) 그들은 특별히 불편한 기색없이 어른부터 아이까지 완벽한 사람들의 터전을 가꾸면서 물 위에서 농사도 짓고, 장사도 하고, 공부도 하면서 자신들의 삶을 꾸려나가고 있었다. 

초록색 치마를 입은 친구들은 학생이고, 이들은 등교 중이었다
이곳 여인들은 롱테일 보트 뒤편에 다소곳이 무릎을 꿇고 앉아서는 저 긴 보트를 자유자재로 움직인다.

▼ 사진 중앙의 보트를 움직이고 있는 것은 초등학교 2-3학년쯤으로 추정되는 세 어린이다. 그들은 벌써 매우 능숙한 솜씨로 자신들이 몰고 온 배를 제티에 접안시켰고, 뒤를 따르던 언니들은 그들이 배를 대고 나자 차례대로 자신들의 배를 댔다. 다. 


먼저 배를 저어 온 어린이들은 제티의 벤치에 앉아서 깔깔 웃으며 뛰어놀기 시작했고, 언니들은 바삐 학교로 향했다. 

"얘!! 선배들 배가 들어왔잖니!! 좀 비키지 않을래?"

와 같은 대화는 어디에도 없었다. 그들은 행복했다.

▼ 평화로운 호수에서 이틀이고 사흘이고 있고 싶었지만 아침 일찍 조깅 삼아 호수에 나갔다 온거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출장 중의 시간은 늘 턱없이 부족하다. 


다시 짐을 싸서는 비행기에 몸을 싣는다.

오늘의 비행기는 쌍발기다. ^^

프로펠러가 빙글빙글 도는 ... ㅎㅎㅎ

이 비행기를 타고, 만달레이로 향한다.

▼ 만달레이는 오랫동안 미얀마의 수도였던 곳이다. 

게다가 가장 강성한 국가였을 당시의 수도이고, 지금도 계획도시라서 도시의 클라스가 남달랐다. 

▼ 일과를 마치고 나니, 함께 미팅을 하던 고객사가 만달레이의 명물이라고 하는 인형극을 꼭 보러가라고 한다. 안 갈 이유는 전혀 없었다. 


그래서 극장을 찾아 나섰다. 

극장 앞에는 마법사 조우지가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 극장 규모는 약 50석으로 매우 작은 극장이었지만 그들은 이렇게 해서라도 그들의 전통을 지키고 있었다. 오케스트라 앞의 자리를 잡고는 1만 짜트 (약 8천원)를 낸다. 

▼ 극장 안은 프랑스인, 네덜란드인, 독일인으로 분주하다.

동양인은 우리 밖에는 없다. 저 앞에 핑크색 옷을 입고 있는 부인과 남편은 독일에서 온 커플인데 나에게 사진을 찍어달라고 했다가 매우 추억에 남는 사진을 찍게 된 커플이다. 

두 사람은 딱 붙어서 사진을 찍어 버릇하지 않았던 모양이다. 
나중에 딱 붙으라는 나의 호통을 듣고는 매우매우 사랑스러운 세 컷의 사진을 자신들의 사진기에 담아 가게 됐다. 

▼ 인형극이 시작됐다. 


미얀마의 인형극은 약 500여편이 되는 작품이 있다고 하는데 대개 작품의 러닝 타임이 8시간 가량 소요된다고 한다. 그래서 밤 늦게 시작해서는 새벽녘에나 끝난다고 하는데 이 극장에서는 그들의 길고 긴 많고 많은 할 이야기 중 일부 클라이맥스 장면만을 뽑아 소개하고 있다고 한다. 

▼ 오케스트라의 신명나는 가락 속에서 그들의 인형극이 막을 내렸다. 

그들 인형극의 내용 또한 우리가 하는 일반적인 연극, 오페라, 뮤지컬의 내용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인생, 출생, 죽음, 사랑, 사랑, 사랑... 에 대한 끝나지 않는 이야기들을 그들도 가지고 있었다. 

극이 끝나자 인형극의 마스터는 객석으로 나와 관객들과 악수를 하면서 인사를 나눈다.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공연이었다. 


▼ 다시 일상으로 돌아와 그들의 시장에 나선 상인들과 사업 이야기를 한다. 


지나가는 길에 땅콩을 두고는 품질이 이러쿵 저러쿵, 운송이 이러쿵 저러쿵을 고민하는 현지 상인들의 대화에 끼어 본다. 

그들은 자신들이 생산했거나 수매한 땅콩의 가격을 정하는데 온 정신이 팔려 있다. 어딜 가건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의 모습이라는 것은 대개 비슷하다. 

▼ 긴 일정을 마치고, 다시 만달레이 공항으로 와서는 수도 양곤으로 돌아온다. 


그들의 전통 문양과 천으로 만들어진 파우치를 1만여원을 주고 사서는 태블릿 피씨를 넣어본다. 피씨가 쏙 들어가서 매우 좋은 기분이다. 

▼ 이렇게 대체적인 출장을 마무리 한다. 


이제 이곳 사람들과 나눈 대화, 이곳에서 눈으로 확인한 것들, 그리고 그간 읽어 온 관계 기관들의 보고서를 종합해서 우리 팀의 방향을 정하는 일만 남았다. 

아무쪼록 좋은 구상이 내 머리에 떠오르길 바랄 따름이다. 

By 켄 in 만달레이 ('17년 10월29일)


※ 아, 참!! 저 위에 쓴 화가 토니 툰툰 

그거 거짓말이다. 저 그림들은 내가 묵는 호텔 곳곳에 걸려 있는 그림들이고, 화가가 누군지는 모른다. 
토니 툰툰은 미얀마 최고의 미용사로 우리나라의 박철 헤어커커와 같은 미용실 브랜드다. 
사실 미얀마에 오자마자 토니 툰툰이라는 곳에 가서 머리를 잘라 봤다. ^^


커트 비용은 5천 짜트 (약 4천원), 그리고 샴푸가 5천 짜트인데 약 30분간 두피 마사지 및 목 마사지를 해준다. 
벌써 2주일 전에 머리를 잘랐으니 나는 싱가포르에 가기 전에 다시 한번 토니 툰툰에 갈 생각이다. ^^

토니 툰툰은 미용사다. 그리고 그림 제목, 그것도 당연히 나의 아이디어일 뿐이다. ㅎㅎㅎ


▼ 개인적으로만 (일을 떠나서 말이다) 본다면 지금 내 상태는 Sia가 부르는 Chandelier라는 곡의 화자와 비슷하긴 하다. ㅎㅎㅎ 화자와 내가 다른 것은 나는 술을 마시지는 않는다는 것 ^^

그래서 이젠 빨리 집으로, 문명사회로 갔으면 하는 것이 또 다른 내 바람이기도 하다. ^^♡





다음 글

https://brunch.co.kr/@keninsing/74

매거진의 이전글 강을 따라 사는 사람들 이야기 2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