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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eninsing May 24. 2018

강을 따라 사는 사람들 이야기 2부

#44. 미얀마 중북부 따웅지로 떠난 출장, 그리고 인레 호수와 어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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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에 온 지 이제 벌써 3주일이 되어간다. 이번 주에는 대체적으로 마무리를 짓고 다음 주초에는 싱가포르로 돌아갈 예정이다. 

돌아가면 2-3일 쉬어야지 못 견디겠다. ㅎㅎㅎ 

출장 속의 출장 속의 출장을 다니다 보니 정산할 계산서가 산더미다. ㅠㅠ

미얀마는 아직 크레딧 카드의 사용이 일반화되어 있지 않아서 출장 정산에도 시간이 걸릴 것 같다.


▼ 내가 묵고 있는 호텔은 유명한 미얀마의 화가 '토니 툰툰'의 작품을 전시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의 작품 속에는 미얀마 사람들의 삶의 모습이 매우 잘 드러나 있다고 한다. 

호숫가에 해가 지는 것을 그린 한 작품은 '노을 지는 호수'라는 작품인데 이는 미얀마 중부 샨 주에 있는 인레 호수의 석양 속에서 물고기를 잡는 현지 어부들을 그린 작품이다. 

또 한 작품은 '파고다와 승려'라는 작품으로 파고다를 바라보는 두 승려의 모습이 참 느긋하고 좋은 느낌을 준다. 


세도나 호텔 벽을 장식하고 있는 아름다운 미얀마의 그림들 (노을지는 호수, 파고다와 승려)




특히 이번 출장엔 운 좋게도 인레호수에서 30분도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사람을 만날 일이 있어서 그와 길고 긴 회의를 마치고, 다음날 아침 일찍 인레 호수로 나선다.     


이곳은 미얀마 중부 만달레이 남부에 위치하는 작은 호수인데 인레 호수는 나엉셰라는 작은 마을에서 운하를 타고 약 6km 수로를 이동하면 나오는 폭 11km, 길이 22km가 되는 큰 호수다. 

인레 호수는 미얀마의 중북부지방에 해당하는 지역에 위치한다.


롱테일 보트를 준비해서 냐엉셰 마을을 나선다. 운하를 타고 호수로 나가는 길에 멀리 하늘 위에 떠 있는 기구를 발견한다. 

기구는 점점 가까워졌는데 왜 사람은 저런 모양의 비행 물체를 보면 이리도 가슴이 뛰는 것일까? 인간에겐 누구나 날고 싶은 욕망이 있어서 일까?

기구를 바라보면서 롱테일 보트의 엔진 소리를 들으며 호수로 나간다. 


하늘 멀리 버간 왕조를 보기 위해 띄운 기구가 눈에 띈다. 기구를 바라보면 왠지 어디론가 날아가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 긴 수로를 따라 나와 영화 '해리포터'에 나오는 '9와 3/4 승강장'과 같은 수풀을 지난다.
얼핏 보면 이런 곳이 호수로 나가는 문이라고는 생각을 할 수 없도록 생겼지만 
보트는 그곳을 문이라고 말을 하듯 뚫고 지나간다. 

수로 끝에 있는 가느다란 통로를 통해 인레 호수로 진입한다.


수풀 뒤에는 망망대해가 아닌 망망 대호가 펼쳐지고 있었다. 

시야가 탁 틔이면서 매우 기분 좋은 광경을 볼 수 있었다.


▼ 조금 앞으로 가자니 이곳 인레 호수의 전통 어부들이 낚시를 하고 있었다. 
글 첫머리에 소개한 그림 속의 어부는 이들이다. 

이들은 뛰어난 균형감각으로 배를 다루고 물고기를 잡는다. 

인레 호수의 어부들은 전통 어업으로 낚시를 한다. 그런데 호수에 나서자 마자 나타나는 어부들은 민속촌 어부다.


그렇지만 자세히 보니 이들은 진짜 어부가 아니라 가짜다. 그저 복장을 저리 입고 관광객들에게 어필하면 돈벌이가 되니까 나와서 영업을 하는 어부 코스프레인 셈이다.


▼ 우리의 롱테일 보트는 어느덧 한 수상마을에 도착했다. 셰이윈 마을이다. 

많이 놀라웠던 사실은 이들은 자신들이 수상마을에 살고 있기 때문에 특별하다는 식의 생각을 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들은 그저 집이 물 위에 있을 뿐이고..
그래서 그들은 

보트를 타고 이동하고, 
수상 마을 위에 설치된 다리를 지나 학교에 가고, 
그곳을 보고 싶어 하는 사람들을 상대로 장사를 하며

매우 아무렇지 않게 생계를 꾸려나가고 있었다. 

게다가 수상마을이 불편하지도 않은지 (미얀마 전역이 그렇지만) 그들은 특별히 불편한 기색 없이 어른부터 아이까지 완벽한 사람들의 터전을 가꾸면서 물 위에서 농사도 짓고, 장사도하고, 공부도 하면서 자신들의 삶을 꾸려나가고 있었다. 


보트가 물위 마을 어귀에 다다랐다.


(초록색 치마를 입은 친구들은 학생이고, 이들은 등교 중이었다)


마을은 온통 오늘 하루를 시작하는데 분주했다. 초록색 치마를 입은 학생은 등교 중이었고, 아이들을 학교로 나르기 위해 등굣길의 롱테일 보트들이 북새통을 이루고 있었다.

(이곳 여인들은 롱테일 보트 뒤편에 다소곳이 무릎을 꿇고 앉아서는 저 긴 보트를 자유자재로 움직인다.)

학부모들은 각자의 자녀들을 등교시키느라 바빴고,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생업에 바쁜듯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다.


▼ 사진 중앙의 보트를 움직이고 있는 것은 초등학교 2-3학년쯤으로 추정되는 세 어린이다. 


이 아이들은 어른 없이도 매우 능숙한 솜씨로 자신들이 몰고 온 배를 작은 제티에 접안시켰고, 뒤를 따르던 언니들은 그들이 배를 대고 나자 차례대로 자신들의 배를 댔다.

먼저 배를 저어 온 어린이들은 제티의 벤치에 앉아서 깔깔 웃으며 뛰어놀기 시작했고, 언니들은 바삐 학교로 향했다. 

"얘!! 선배들 배가 들어왔잖니!! 좀 비키지 않을래?"

와 같은 대화는 어디에도 없었다. 그들은 행복했다.


주위 어디를 둘러봐도 누군가를 위해 보여주기 위한 장면은 한 장면도 없었고, 그들이 생활하기 위해서 필요한 물건들을 언제든 쓸 수 있도록 만들어진 장소들이었다. 


때로는 그것이 보트의 정박장인 경우도 있었고, 때로는 그들의 아이들이 등교하기 위해 만들어진 길인 경우도 있었다. 

모든 것이 필요에 의해 만들어져 있는 수상마을의 모습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수상마을을 떠나 다시 호수 한복판으로 나선다.



호수 저편에 이제는 코스프레 어부들이 아닌 진짜 어부들이 나타난다.

이들은 귀신과도 같이 다리에 노를 감아서는 유유히 이 넓은 호숫가를 누비며 자신들의 생계에 필요한 물고기를 낚는다. 


그들의 모습을 보면서 베트남의 까이랑 수상시장에서 봤던 새벽에 기도하던 그 여인이 다시 떠오른다.


그 여인이건 이곳 어부들이건 삶에 대한 기본 태도가 너무나도 엄숙하고, 올곧다는 것을 느낀다. 


이들을 위해 뭔가 느낌 좋은 곡이라도 한 곡 생각났으면 좋으련만… 

생각이 나지 않았다. 


그저 그들 있는 그대로가 너무나도 아름답고 신선했다.



인레 호수의 어부들은 마치 예술가들과도 같이 배의 노를 저으며 물고기를 건져 올리고 있었다.


▼ 평화로운 호수에서 이틀이고 사흘이고 있고 싶었지만 아침 일찍 조깅 삼아 호수에 나갔다 온 거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출장 중의 시간은 늘 턱없이 부족하다. 

다시 짐을 싸서는 비행기에 몸을 싣는다.

오늘의 비행기는 쌍발기다.

프로펠러가 빙글빙글 도는…


이 비행기를 타고, 만달레이로 향한다.



By 켄 in 따웅지, 인레 호수

※ 아, 참!! 저 위에 쓴 화가 토니 툰툰 

그거 거짓말이다. 저 그림들은 내가 묵는 호텔 곳곳에 걸려 있는 그림들이고, 화가가 누군지는 모른다. 
토니 툰툰은 미얀마 최고의 미용사로 우리나라의 박철 헤어커커와 같은 미용실 브랜드다. 
사실 미얀마에 오자마자 토니 툰툰이라는 곳에 가서 머리를 잘라 봤다. ^^
커트 비용은 5천 짜트 (약 4천 원), 그리고 샴푸가 5천 짜트인데 약 30분간 두피 마사지 및 목 마사지를 해준다. 

벌써 2주일 전에 머리를 잘랐으니 나는 싱가포르에 가기 전에 다시 한번 토니 툰툰에 갈 생각이다. ^^
토니 툰툰은 미용사다. 그리고 그림 제목, 그것도 당연히 나의 공상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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