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달째 지속되는 MBTI 트렌드 열풍
MBTI, 정체가 뭐니?
‘MBTI’ 성격 유형론에 관하여 들어보셨는지. MBTI가 정확히 뭔지는 몰라도 최근 SNS상에서 자잘한 밈의 형태로 분명 접해봤을 것이다. 쉽게 말하자면 인간을 총 16가지 유형으로 나눈 성격 유형론이라고 할 수 있는데, MZ세대 사이에서 특히나 각광받고 있는 젊은 트렌드다. 마치 2000년대 초반에 유행했던 ‘혈액형 유형론’의 업그레이드된 버전이라고 할까? 어쨌든, 이 MBTI는 요즘 기업과 마케터들 사이에서 시끌시끌한 화젯거리 키워드 중 하나다. MZ세대 사이에서 ‘기업에서 마케팅을 하면 이제 끝물인 트렌드다’라는 이야기가 있지만, 중소기업과 대기업이 너나 할 것 없이 마케팅 열전에 뛰어드는 걸 보면 아직까지도 꺼지지 않는 트렌드임에는 틀림없다.
‘그런데 MBTI, 예전부터 있었던 테스트잖아?’라는 생각이 든다면, 맞다. MBTI는 2차 세계대전 이후로 발명되었고 심리학 분야에서 다분히 활용되었던 유구한 역사를 가진 툴이다. 그런데 그렇게 병원에서 / 기업 적성검사에서 / 종교단체 활동에서만 쓰이던 그 MBTI테스트가 SNS의 물결을 타고 경직된 테스트의 느낌을 완전히 벗어버린 것이 눈 여겨볼 포인트라고 할 수 있다. 처음에는 혈액형 테스트처럼 가볍게 즐기는 이들이 다수였으나, 이른바 과몰입 유저들이 많아지며 콘텐츠가 급격히 확산되고 있는 모양새다.
MBTI : 과몰입 팬덤을 거느린 테스트가 되다
기성세대, 일반 사람까지도 물론 MBTI를 재밌어하지만, MZ세대(특히 10대가 많은 Z세대) 사이에서는 ‘과몰입 오타쿠(*무언가에 과하게 심취한 마니아)’소리를 들어가면서까지 소비하는 유저들이 다수. 마케터와 기업 입장에서 이들은 자발적으로 콘텐츠를 즐기고 생산하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와 다름없다. 다소 생소하게 느껴질 정도까지 유쾌하게 즐기고 있는 이 트렌드, 이들은 왜 이렇게 ‘16가지 성격 유형론’에 빠져있는 것일까?
“MBTI는 마치 개미지옥 같아요
끝없이 비교하고, 끝없이 공유하고,
끝없이 공감할 수 있잖아요.”
MBTI 매력 1. “간단한 네 글자, 무한한 해석의 여지”
복잡한 세상, 모든 걸 줄여버리는 MZ 세대에게 MBTI는 어떤 ‘새로운 자기소개 슬랭’이 되었다. 구구절절 수식어가 필요 없이 짧게 네 글자로 축약되는 쿨한 자기소개, 이 경제적인 언어에 젊은 세대가 어떻게 끌리지 않을 수 있을까. “고작 8글자를 외웠는데 나, 너, 쟤가 모두 이해돼!” 라며 단 네 글자로 아는 사람을 척하고 이해해버리는 현상들이 실로 놀랍기만 하다. 또한 결과만 공유하고 끝나는 여타 심리테스트와 달리, 해석의 여지가 풍부해 상상력 가득한 MZ세대를 사로잡기에 쉬웠던 이유도 한몫했다.
MBTI 매력 2. “무한한 해석은 수많은 콘텐츠를 부르고”
왜 아이돌들이 미스터리한 클리셰가 가득한 뮤비를 만들까? 바로 추측이 난무한 갖가지 해석엔, 필연적인 2차 콘텐츠 생산과 공유가 따르기 때문이다. 소비자가 계속해서 놀 수 있는 풀이 생기는 것이다. MBTI는 이러한 공식에 딱 들어맞는 테스트이며, 무한한 해석이 따르기 때문에 수많은 2차 콘텐츠가 생산됐다고 볼 수 있다. 트렌드를 따라잡기 위해 힘겹게 8가지의 알파벳과 특성들을 외운 당신! 이제 즐겁게 넘쳐나는 ‘MBTI 2차 가공 밈’들을 즐기면 된다. 주변 사람의 MBTI 유형을 확인하고, 서로 낄낄대며 갖가지 짤방을 소비해보도록 하자.
MBTI 매력 3. “넘치는 콘텐츠는 과몰입을 부른다”
MZ 세대가 MBTI 테스트를 권유하는 방법, ‘너도 해봐’ 아니고 ‘제발 해봐 ㅠㅠ’라고. MBTI에 푹 빠진 이 세대는 마치 다단계처럼 주변인의 MBTI를 캐묻는 사태까지 초래했다. 이런 과몰입 현상은 빠른 또래문화 정착을 이끌어냈다. 그 결과는 에브리타임(대학교 커뮤니티 채널)의 MBTI 카테고리 / 각종 유형별 참여형 빙고의 확산 등으로 확인해볼 수 있다.
탄탄한 개미지옥 사이클을 완성한 MBTI가 시사하는 바
쉬운 장벽 → 무한 해석 → 넘치는 콘텐츠 → 과몰입… 이 4가지 무한 굴레를 완성한 MBTI는, 자기 해석을 좋아하는 SNS광 Z세대의 버프를 받아 새로운 소통 언어로 거듭나게 되었다. 이는 곧 유형론을 바라보는 메인 소비자의 변화로 해석할 수 있다. 다시 말해 ‘새로운 소비자 세대의 교체가 부른 새로운 유행’이라는 뜻. 일각에서는 왜 지금에서야 MBTI가 재점화되었냐 하고 물을 수 있지만, 필자는 ‘예전에 MBTI가 존재했던 것’과 ‘지금의 MBTI 붐'은 아예 다른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과거 여러 가지 유형론을 열심히 ‘수용했던’ 소비자의 시대에서, MBTI 콘텐츠를 ‘수용하고 재창조하기까지 하는’ 소비자의 시대로 흐름이 바뀌었기 때문에 일어난 현상이니 말이다. 즉 테스트 자체는 변하지 않았지만, 소비자 세대의 교체로 MBTI는 과학/비과학의 이분화된 논쟁을 슬쩍 비껴서 ‘나 자신의 표현 언어’로 멋지게 포지션을 전환하게 된 셈이다. “인간을 16가지로 나누는 게 말이 돼?”라는 질문에 “응, 잘 되던데?�(비평 안 받아요~)”라고 답하는 세대가 메인으로 떠오른 것이 이 트렌드의 시작점이라고 볼 수 있다.
MZ세대 : TMI는 민폐가 아니라 소스예요.
글로벌하게 부는 ‘슬래시족’의 열풍을 들어봤는가? 각종 본인의 자잘한 TMI(too much information)을 셀프 셀링 소스로 활용하는 MZ세대를 일컫는 말이다. 뿐만 아니라 이들은 서로 인스타그램 DM으로 각종 TMI 챌린지를 공유하기도 한다. 이들에게 MBTI란, 날 표현하는 슬래시의 한 귀퉁이를 장식해 줄 수 있는 귀중한 정보이다.
왜 TMI, 셀프 셀링을 전시하냐고 물으면 여기엔 “효율적이고 쉬운 필터” 의 특성이 작용된다고 본다. 유형론은 인간의 특성을 명확히 구분 짓는 포맷으로, 본질적으론 나와 저 사람이 적인지 아군인지 가려내는 것에 있다. 거리낌 없이 호불호를 표현하기에는 다소 눈치가 보이는 이 시대에 모두의 공용어인 MBTI를 사용하여 자신을 표현한다면, 그것은 셀프 셀링과 동시에 사람을 가려내는 기막힌 셀프 필터로 작용되게 된다. ‘믿고 거르기’라기보다는 좀 더 긍정적이고 효율적 측면이 강한, ‘믿고 같이 하기’를 위한 최적의 필터랄까? 짧은 자기소개로 친구의 특성 파악과 관심사의 정도를 효율적으로 판단할 수 있다면, 이 시대를 살아가는 정말 스마트한 도구가 아닐 수 없다. 전문가들은 “절대 사람을 4글자로 파악할 수 없고요, 판단해서도 안돼요”라고 입을 모아 말 하지만, 필자를 포함한 MZ세대는 상대를 ‘이해하기 위한’ 재단이 필수적으로 필요한 시대에 살고 있다. 단 4글자로 이해도 공감도 빠르고 재미있게 할 수 있다니, 이보다 좋은 협력 툴 포맷을 지금까지 찾지 못했을 뿐이다. 이러한 이유들이 기저에 깔려 있기 때문에, MBTI는 ‘테스트는 재미로만’이라는 작은 수식어를 달면서 결코 재미로만 끌 수 없는 크나큰 이슈력을 가지게 된 것이 아닐까.
가지 공장의 한 줄 평
가지 공장은 (정말 브랜딩 회사답게) E 72%, N 91%, T 63%, J54%로 이루어진 회사랍니다.
여러분의 회사는 어떠신가요? MBTI 다음 트렌드 테스트는 무엇이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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