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함께 사는 식물 씨를 소개합니다!
세대교체와 시대 흐름에 따라 달라지는 실내 가드닝 문화
몇 년 전부터 주목을 받은 키워드는 바로 ‘플랜테리어.’ 식물(plant)로 하는 인테리어(interior)라는 의미로 가정집 뿐 아니라 카페, 음식점, 편집샵 등에서 폭넓게 적용되었다. 미니멀, 러프한 무드에 유기적이고 강렬한 녹색이 가져다주는 포인트는 미적으로 아름답고 심적으로도 편안한 공간을 연출해준다. 오직 살아있는 식물만이 가져다 줄 수 있는 장점을 극대화한 방식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짜 식물 애호가들이 문제를 제기하는 ‘플랜테리어’의 사례들이 있는데 바로 공간이 식물의 생장에 적합하지 않거나 해당 식물에 대한 무지로 관리가 안 되는 상황이었다. 충분한 일조량, 습도, 영양, 물리적 공간이 보장되지 않는 환경에서 눈요기로 데려다 놓는다면 일종의 식물 학대라고도 할 수 있지 않을까? 말을 하지 못하는 식물은 구조요청도 제대로 보내지 못한다는 것을 사람들은 종종 잊어버리곤 하니까.
그렇다면 요즘 식물은 어떤 모습일까? 내 집 마련이 하늘의 별따기 같은 MZ세대는 의지만으로는 고양이나 강아지를 입양할 수 없고 결혼이나 아이는 먼 나라 이야기처럼 느낀다. 마음을 둘 곳이 필요한 그들의 곁을 지키는 것은 바로 반려식물. 윤리적이고 책임감 있는 소비 생활을 지향하는 이들에게 식물은 하우스 메이트로서 대단히 합리적이다. 일단 자그마한 자신만의 공간에 생명이 함께한다는 것은 일상에 큰 위로가 된다. 예전에는 공기정화 식물인 스투키, 산세베리아 등이 많은 사랑을 받아왔다면, 최근에는 자신만의 취향을 표현하고 이국적인 공간으로 꾸밀 수 있는 올리브 나무, 아레카야자, 아랄레아, 드라세나가 유난히 자주 보인다. 잎사귀의 모양이나 가지의 형태가 조형적일수록 흥미를 자극하고 작품처럼 전시되는 것 같다. 그들은 좁은 공간에 산다고 무조건 작은 아이들을 입양하지 않는다. 과감하게 대형 화분으로 무드를 바꾸거나 아예 매달아 놓는 행잉 플랜트를 선택해서 영리하게 균형을 잡는다. 식물이 또 다른 힙스터 놀이로 자리 잡고 있는 중인 것이다.
내 공간에 자라고 있는 생명력의 증거, 반려식물
최근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반려식물 수요가 늘어났다. 실내에 머무르는 시간이 급격히 증가하면서 더 쾌적한 환경과 좋은 분위기를 만들어가고 싶은 사람들이 손쉽게 접근하기 때문. 실제 식물이 주변에 배치되어있을 때 세로토닌 분비가 증가해 우울감과 스트레스가 크게 감소한다는 연구결과가 있으니 식물 집사, 화초 세대라는 말이 꽤 잘 어울린다. 적은 수고와 비용으로 가능한 동거생활은 상호 간의 안락한 생활을 위한 최적의 솔루션이다. 반려식물을 단순한 소비의 대상이 아니라 함께 사는 생물로 인식하고 말을 하지 못하는 아이들의 안녕을 위해 오늘도 공부하는 집사들, 처음은 서툴지 언정 시간을 거쳐 진정한 동반자로 거듭난다.
때때로 사람들은 인스타그램 계정에 새로 입양한 화분, 자라나는 식물들을 자랑한다. 그리고 그들은 같은 동지를 찾고 있기도 하다. 사실 그들에게 정말 필요한 것은 반려식물을 위한 ‘식물 컨설턴트’이다. 필요한 조치를 즉각적으로 취하기 어려운 식물은 거의 제 시기를 놓친 반 송장이 되어서야 집사들의 이목을 끄는 경우가 많고 초보들은 증상을 보고도 어떤 조치를 취해야 할지 모르기 경우가 태반이다. 기본적으로 입양할 때 전해 듣는 돌보는 요령은 의외로 절대적이지 않다. 보살피는 사람이 상태를 보고 융통성 있게 습도와 배수 등에 따라 조절해주어야 하는데 처음부터 단박에 알아차리기란 어려운 일이다. 판매와 구매가 주 목적인 장소와 별도인, 양질의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채널에 대한 니즈가 늘어나고 있다.
반려 동물만큼 공부할 것이 무궁무진한 반려식물의 세계
맞춤 식물 상담을 해주는 리피(@leafy_cosmicgreen)는 인스타그램에서 활발한 활동을 하는 식물 관련 계정중 하나이다. 식물이 걸릴 수 있는 병, 식물에 나타나는 증상에 대해 원인과 해결책을 쉽게 설명하며 많은 생명을 구하고 있는 리피. 반려식물도감 포스팅도 이어나가고 있다. 각 종에 대한 기본적 지식, 난이도 등을 이야기하는 ‘만나기'와 물 주기, 빛보기, 온도같이 생장에 중요한 정보들을 자세히 풀어놓은 ‘키우기'로 분리해 놓았다. 댓글이나 DM으로 오는 질문에 친절하고 상세하게 답변해주는 편. 네이버 스마트 스토어에서 식물, 화분, 관련 도구 등을 판매하며 수익 창출도 하고 있다.
더 실-The Sill은 판매 외 온라인 워크숍, 가상 컨설팅, 블로그 등을 운영한다. 또한 식물 부모가 되었을 때 필요한 지식과 정보가 필요한 사람들이 이용할 수 있는 ‘Plant Parent Club’ 연간 회원제를 도입했다. 식물과 함께하는 셀프케어의 시대에서 단발적이고 소모적인 관계를 벗어나 함께 오래오래 행복할 수 있는 길을 열고자 하는 움직임이다. 이익을 추구하는 채널이지만 녹색 생명들을 향한 무한한 애정 없이는 생각해내지 못할 비즈니스 모델임에 틀림없다.
비슷한 예시로는 패치-Patch가 있다. ‘식물을 그만 죽이자’는 슬로건을 내세우며 식물 의사에게 의뢰 하는 창구를 열어두었다. 관련된 모든 카테리를 실내와 실외로 나눠 가이드하고 있다. 2014년, 동향의 발코니에 맞는 식물이 무엇인지, 자신이 좋아하는 식물이 무엇인지 몰라 혼란스러웠던 패치의 창립자 프레디(Freddie)는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창업에 뛰어들었다. 도시에서 초보 가드너가 식물과 공생하는 법을 찾기란 정말 막막하다는 것을 느끼고 모두가 녹색과 함께하는 생활을 즐겼으면 하는 취지에서 설립된 패치. 현재는 최고의 전문가, 생산자들과 새로운 정원을 가꿀 도심의 사람들을 연결해주며 무료 가내 식물 돌보기 코스를 제공한다.
반려식물이라고 플랜테리어의 측면을 완전히 무시하는 것은 아니다. 당연히 식물을 입양하는 입장에서 공간에 잘 어울리는지, 취향에 맞는 지도 따진다. 그렇기에 유행하는 종이 압도적으로 수요도 많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차이점은 오브제로써만 바라보고 심미성을 위해 즐기는지, 아니면 살아있는 생명으로 대하는지 일 것이다. 무조건 내 눈에 이쁜 아이들을 데려오는 것이 아니라 내가 잘 케어하고 함께 살 수 있는 환경인지를 고려하는 사람들이 진짜 반려자이다. 날씨에 따라 자리를 옮겨주고 집안에 있는 아이들의 이름을 기억하는 것은 최소한의 생명에 대한 책임감이니까.
반려동물과 함께 사는 사람들이 관련된 다양한 상품을 소비하듯, 반려식물과 함께하는 사람들 역시 화분, 화병, 영양제 등 동반하는 비용을 과감히 소비한다. 자연의 소재로 식물을 담는 화기를 제작하는 스프라우트, 숨 쉬는 토분을 메인으로 판매하는 커뮤니티형 두 갸르송 등이 식물 키우기에 빠져있는 사람들 사이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리미티드 핸드메이드 인 제품들과 독특한 식물들과 어울려 잘 찍은 사진들이 구매 욕구를 자극한다. 식물과의 어울림을 그리며 제작한 느낌이 물씬 풍긴다. 더 정갈로우-The Jungalow는 라이프스타일 샵이지만 역시 화병, 화분을 메인으로 하고 자연에서 얻은 모티브로 스펙트럼을 넓혔다. 화려한 색감과 패턴은 앞의 두 브랜드와는 결이 다른데 역시 자연과 함께하는 삶에 초점을 둔 것처럼 보인다. 반려식물과 함께하는 패셔너블한 삶을 지향하는 브랜드들이 점차 늘고 있다.
더 가볍거나 더 무거운 생명은 없지만, 비교적 함께 하기에 수월한 것은 분명한 반려식물. 시작은 사람들의 몸과 마음의 건강을 위해 같은 공간을 공유하는 것이었다. 단순히 실내를 장식하기 위해 식물을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 녹색 생명에게서 따뜻한 위로를 받고 그 생명을 오래 지키기 위해서 수고를 아끼지 않는 사람들, 그들은 이전의 플랜테리어 개념을 넘어 오늘날 화초 세대의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만들어 나가고 있다.
가지 공장의 한 줄 평
터덜터덜 돌아온 어두운 집에서 반겨주는 건 당신의 조용한 룸메이트, 랜선 식물 박사들과 함께라면 어렵지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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