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존재의 목적이 고기였다니...
이른 새벽부터 소란스럽다. 트럭의 배기가스 냄새가 매캐하게 축사 안으로 흘러 들어왔다. 오늘이구나.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트럭 엔진 소리와 함께 주인아저씨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운전 살살 하거래이. 고기 상항께.” 우리의 여닫이 쇠창살이 열렸고, 30여 마리의 돼지들이 차례로 트럭에 실렸다. 나도 순서에 맞춰 순순히 올라갔다. 트럭이 먼지 덮인 시골길을 지나 고속도로에 들어서자 시원한 바람이 거세게 불어왔다. 아침 공기가 상쾌하다. 코로 공기를 한껏 들이마셔보았다. 맑은 공기의 냄새는 난생처음 맡아본다. 고개를 들어 주변을 바라보았다. 파란 하늘과 흰 구름이 눈부셨다. 축사 밖의 세상이 이토록 아름다울 줄이야. 주변의 생경한 풍경들이 휙휙 스쳐 지나갔고, 나는 죽음을 향해 빠르게 달려가고 있었다. 살고 싶다는 생각이 잠깐 들었지만 이내 고개를 숙였다. 난 너무 지쳤다. 운명을 바꿀 수 없다는 걸 나는 이미 잘 알고 있었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은 살고자 아등바등하며 보내기엔 너무 황홀했고 짧았다. 들숨마다 느껴지는 맑은 공기에 감사했고, 눈을 깜박일 때마다 찬란한 풍경이 사진처럼 저장되었다. 어느새 트럭은 도축장에 도착했고 모든 돼지들은 가스실로 보내졌다. 이산화탄소 농도가 높아지며 정신이 아득해졌다.
형벌 같은 삶의 기억들이 주마등처럼 스쳐갔다. 드디어 끝이구나. 안도의 한숨과 함께 그토록 피하고 싶던 내 존재의 목적이 결국 이루어지는구나 하는 생각에 옅은 미소가 번졌다.
※ 돼지가 존재하는 목적은 뭘까?
※ 나의 존재 목적이 고기라는 걸 알게 되면 어떤 기분일까?
※ 인간은 우리의 존재 목적을 알고 있는가?
※ 도축장으로 향하는 트럭 안에서 나는 문득 완벽한 행복을 느낀다. 주변의 다른 돼지들, 트럭 운전수, 주인아저씨는 모르는 내 삶의 존재 이유를 이미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곧 그 이유는 실현된다.
※ 그리고 그 돼지의 머리는 미소가 좋다는 이유로 비싸게 팔려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