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존재의 목적이 고기였다니...
며칠이 지났다. 새벽부터 주인아저씨와 몇몇 사람들이 분주하게 움직였다. 사람들은 내가 있는 우리의 여닫이 쇠창살을 열고 축사 통로로 돼지들을 내몰았다. 다른 돼지들은 시키는 대로 움직이며 다른 우리로 들어갔다. 새로운 우리는 축사 입구 바로 옆에 위치하고 있었다. 등골이 서늘했다. 저 우리가 마지막이다. 그다음은 트럭을 타고 어딘가로 사라지는 것이다. 나는 기존 우리에서 나가지 않고 버티며 주인아저씨한테 사정했다. “아저씨, 나는 여기에 남아 있을게요. 그동안 밥도 잘 안 먹어서 나는 다른 돼지들보다 훨씬 작아요. 나는 여기에 더 있어야 돼요. 한 번만 봐주시면 앞으론 밥도 잘 먹고 얌전하게 있을게요.”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던 아저씨는 돼지우리 밖으로 나갔다. 내 간절함이 통한 걸까 생각했으나, 곧 돌아온 아저씨의 손에는 긴 막대기가 들려있었다. 막대기를 내 목덜미에 갖다 대자 찌릿한 전기가 내 몸에 흘렀고, 털이 타는 냄새가 났다. 깜짝 놀라 펄쩍 뛰자 다시 한번 전기충격이 가해졌다. 뼈 마디마디가 벌어지고 신경 줄기가 녹아내리는 듯했다. 턱이 덜덜 떨렸고 입안에선 단맛이 났다. “알았어. 갈게. 간다고!!” 버티기를 포기하고 열려있는 쇠창살 쪽으로 몸을 돌려 나가려는 나에게 또다시 전기충격이 가해졌다.
“아이. 씹. 팔. 새. 끼” 머리끝까지 올라오는 짜증스러운 고통에 한 글자 한 글자 피를 토하듯 욕설을 내뱉었다. 그 이후로도 두 차례나 더 전기충격을 받으며 나는 결국 새로운 우리 안으로 들어갔다. 주인아저씨는 무표정한 얼굴로 출입문을 걸어 잠근 뒤 축사 밖으로 나갔다. 나는 다리에 힘이 빠져 털썩 주저앉았다. 다음날이 되자 내가 마지막 돼지우리에 와있다는 사실이 피부로 느껴졌다. 벌써 여기까지 왔구나. 더 이상 두렵지는 않았다. 그냥 아무 생각이 들지 않았다. 나는 마지막 우리에 들어온 뒤론 입 밖으로 소리를 내지 않았다. 숨소리도 내지 않고 늘 누워만 있었다. 이런 상황에도 배고프다고 사료를 먹는 내 모습이 보기 싫어 주로 컴컴한 밤에 돌을 씹듯 사료를 먹었다. 그리고 최대한 늦잠을 잤다. 그동안의 경험으로 트럭은 주로 아침에 온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늘 눈을 감고, 귀를 막고, 입으로 숨을 쉬며 아침을 보냈다. 해가 중천에 뜨면 그제야 아, 오늘은 아니구나 하며 긴장이 풀렸고, 해가 질 무렵에는 다시 마음이 무거워졌다. 최대한 밤새 잠들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 부디 다음날 일어났을 땐 이미 해가 중천에 떠 있기를 기도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