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고기 #3

내 존재의 목적이 고기였다니...

by Dr Meister 유병관

다음날 일어나자마자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빌어먹을. 말이 안 되잖아. 세상에 어떤 생명이 고기가 되기 위해 존재한단 말인가. 좁은 우리 안에서 다른 돼지들과 살이라도 맟닿을라치면 날카롭게 소리치며 위협했다. 주인아저씨도 악마처럼 보였다. 사료를 주고 있는 주인아저씨의 손을 물어뜯고 싶었으나, 쇠창살이 나와 그의 사이를 가로막고 있었다. 대신 나는 온갖 욕설을 퍼부으며 겅중겅중 제자리에서 뛰었다. “누가 돼지 아니랄까 봐 사료를 보고 저렇게 흥분하네. 쯧” 아저씨는 혼잣말을 뇌까리며 다른 돼지우리로 이동했다. 아저씨가 시야에서 사라지자 나의 분노는 대상을 잃었다. 다른 돼지들은 영문도 모른 채 화가 나있는 나를 피할 뿐이었다. 인간의 언어가 부러웠다. 서로 말만 통했다면 다른 돼지들과 힘을 합쳐 이곳을 빠져나갈 수 있었을 텐데… 나는 혼자라도 탈출하기로 마음먹었다. 쇠창살 하나를 이빨로 깨물어보았다. 젠장… 나는 이빨이 없다. 엄마 젖꼭지에 상처를 낼 수 있다는 이유로 내 이빨은 이미 뽑힌 지 오래다. 부드러운 잇몸으로는 쇠창살에 흠집 하나 낼 수 없었다. 다시 돼지우리의 쇠창살을 차분히 살펴보았다. 바닥에 단단히 박혀있는 쇠창살은 두께만 봐도 엄두가 나지 않았지만 여닫이 쇠창살은 그에 비해 좀 얇았고 틈새도 좀 벌어져 있었다. 온 힘을 다해 들이받으면 조금 벌어질 수도 있을 것 같았다. 두어 발 물러선 뒤 전속력으로 여닫이 쇠창살에 돌진했다. 쿵! 정신이 아득했다. 코에 커다란 통증이 전해져 왔다. 하지만 어쩔 수 없다. 내가 지금 할 수 있는 방법은 이것밖에 없었다. 한 번, 두 번, 세 번. 말랑말랑한 콧잔등이 찢어지고 뭉개지며 찝지르한 피가 입안으로 들어왔다. 고통이 온몸을 휘감았고, 나는 드러누웠다. 오히려 개운했다. ‘인간들이 내 코는 못 먹겠군.’ 생각하니 너털웃음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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