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외 나들이를 여러 번 다녀온 주간이었다. 지난 주말에는 집다리골 휴양림에 2박 3일 다녀왔고, 주중엔 잠시 방이 습지 체험을 했고, 이번 주말에는 포천 백운 계곡에 다녀왔다.
집다리골 휴양림은 휴양림 시설은 좀 낡았지만, 서울 근방에서 계곡으로는 손에 꼽을 만큼 좋은 곳이다. 현재 코로나로 4인실 몇 집만 받고 있어 사람이 거의 없다보니, 정말이지 그 넓은 숲 속이 우리 가족만을 위한 공간 같았다.여름에 비가 많이 와서 계곡에 물도 많고(다만 물고기들이 다 떠내려갔는지 물고기는 별로 없었다), 물이 얼음장같이 시원했다. 둘째 셋째는 물에서 역할놀이하며 놀고, 나는 큰애랑 등산 같은 산책을 한 바퀴 했는데, 특별한 걸 발견했다. 커다란 죽은 지렁이...로 보였는데, 알고 보니 작은 뱀이었다!! 세상에나 뱀을 직접 보다니, 징그러움을 무릅쓰고 큰애가 아무래도 머리 모양이 세모인 게 이상하다며 뒤집어서 뱀인 걸 확인해줬다. 내 딸이지만 정말 용감하구먼. 그 외에 동굴 입구에서 냉동실 열어놓은 것 같은 시원함도 느껴보고, 큰애랑 이런저런 얘기도 하는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주중에는 막내와만 함께하는 시간을 좀 갖고자 서울시 공공예약을 통해 방이 습지를 예약해두었다. 장소에 대한 기대보다 아이와 오붓하게 있을 수 있다는 기대감에 간 거였는데, 세상에, 방이 습지라는 장소가 정말 예뻤다. 약간 제주도의 곶자왈이 떠오르는 습습하고 나무로 우거진 이런 공간이 도심 한가운데에 있었다는 게 너무 놀라웠다. 심지어 이 곳은 애초부터 있던 공간도 아니고, 인공습지라는데, 참 잘 꾸며놓고 관리하고 있어서 고마운 마음까지 들었다. 덕분에 힐링되는 곳에서 아이와 조금 더 집중해서 이야기하고, 같이 만들기도 하는 소중한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날이 급격히 더워지던 엊그제에는 무더운 집을 떠나 백운계곡으로 향했다. 사실 포천까지 당일에 왕복은 잘 안 하는데, 서울 근교에 시원한 계곡을 찾다 보니 좀 멀리까지 다녀오게 됐다. 가는 길이 제법 멀어서 조금 무리했나 싶었는데, 계곡에 도착하고 보니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적당한 깊이에 적당히 넓고 너무 차지도 뜨겁지도 않은 물 온도라서 아이들이 놀이 좋은 곳이었다. 약간 하류라 그런가 제법 크기가 큰 물고기도 많았다. 아이들은 물고기 잡고 수영도 하고 천연 바위에서 미끄럼도 타며 신나게 놀았고, 덕분에 우리 부부도 즐거웠다.
딱히 이번 주뿐 아니라도 우리 집은 나들이를 굉장히 많이 다니는 편이다. 한 달에 한두 번은 숙소를 잡아서 다녀오고, 멀리 못 가더라도 주말엔 근방 야외로 나다니곤 한다. 덕분에 아이들에게 주말은 양껏 노는 날이다. 주변에서는 하도 많이 돌아다니니 약간 신기하게 보곤 하는데, 딱히 왜 그런지에 대해서 생각은 안 해봤던 것 같다. 부부 사주팔자에 역마살이 있는 것 같기도 하고, 주말에 다섯 명이 좁은 집에서 복닥거리는 것보다는 낫기도 하고, 그래서이지 않을까.
무엇보다 나는, 내심 '경험'이 주는 힘을 믿는다. 누군가에게 듣거나 책으로 보는 것만으로는, 여름날 이런 햇볕 아래에서 느끼는 시원한 계곡물이 주는 기쁨을 모를 것이고, 숲 속에서 나름대로의 삶을 살아가는 동식물들을 만지고 냄새 맡으며 온몸으로 깨닫지 못할 것이고, 온 가족이 오롯이 자연 속에서 비비적대며 함께 있는 시간을 갖기 느껴보지 못할 것이므로.
더불어 아이들에게도 고맙다. 누가 아프거나, 먹는 걸 가린다거나, 집 밖에서는 잠을 잘 못 잔다거나, 때로는 집 밖에서는 화장실을 못 가는 사람들도 제법 있는데, 무난하게 무탈하게 잘 다녀주는 점에 감사하다. 어찌 보면 아이들 덕분에 부부가 양껏 가고픈 곳을 갈 수 있는 걸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