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회 동영상을 첨부합니다 ㅎ_ㅎ
솔직히, 이제훈 배우를 보러 아이캔스피크 시사회를 신청했었다.
"실물" 이제훈 배우님을 영접할 줄은 몰랐지만.....!
배우를 시사회에서 만나는게 처음인 서울촌사람이라(...) 열심히 동영상을 찍었고,
이 기쁨을 다른이들과 공유하고싶다.
그리 멀지 않은 좌석에 앉아서 한국 영화와 드라마계에서 별같이 빛나는 스타를 보는 것도 좋았지만,
영화속에서의 그가 확실히 더 잘보인다. 잘보이고 자세히 마음껏 볼 수 있다. ㅎㅎㅎ
그래서 마음을 놓고 영화 관람을 시작하는데, 보면 볼수록 이제훈 배우의 민재 캐릭터보다는 나문희 배우님의 옥분 캐릭터가 눈에 들어왔다. 사실상 이 영화의 주인공은 옥분이었으니까 당연한 말이지만... 이 옥분이라는 캐릭터는 전형적인 영화 속 우스운 할머니 캐릭터와는 조금 다르다.
옥분은 자신의 요청사항을 공무원에게 자세하게 전달하고 요구할 줄 아는, 그야말로 '신여성' 이다. 자신의 권리를 잘 알고 있고, 공익을 실천하기 위하여 사용한다. 할머니에 떽떽거리는 캐릭터로 표현되고 있지만 요즘 세상의 젊은 여성으로 치자면 매우 능동적인 시민운동가, 그 이상이다.
물론 한국영화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인간다운 할머니, 밥상을 차려주는 할머니의 모습도 빠지지 않고 나온다. 하지만 그녀는 가족도, 손자도 없다. 모두가 나를 버리고 떠나갔으며 민재나 민재의 동생, 영재를 볼 때면 사실 손주 생각이 났다는 이야기도 하지 않는다. 그녀가 바라는 것은, 영화의 제목처럼 '영어로 말할 수 있게 해달라' 는 것 뿐이다. 너무나 어울리지 않는 듯한 '제니퍼' 라는 영어 이름과 함께 말이다.
젊은이들이라면 반성할만한 열정과 용기로 영어를 마스터해나가는 그녀. (나도 반성한ㄷ ㅏ흐흐흐흐흑)
그리고 지금까지는 전혀 해보지 않은 일들(예를 들면 이태원에 간다던가 ㅎㅎ) 에 도전하는 그녀의 모습이 보기 좋았다. 이 영화에서는 나이가 든 그녀의 모습을 안쓰럽고 돌봐주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조금 불편하지만 소소하고, 귀엽고, 여전히 사랑스러울 수 있다는 것에 초점을 맞추어서 사람들이 옥분을 아낄 수밖에 없는 감정선을 탄탄하게 깔아간다.
나이가 들어도 삶은 계속되는 것이며, 그 시간은 젊은 시간의 '나머지' 나 보너스 같은 것이 아니라는 것을 나름 잘 표현했다고 생각한다.
또, 옥분의 캐릭터를 보며 눈여겨야 할 다른 포인트는 그녀가 이렇게 자신의 삶에 능동적인 존재이고 '도깨비 할매'로 불리울 만큼 많은 요구를 구청에 하는 불굴의 노인임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아픈 과거에 대해 가까운 사람 누구에게도 이야기를 하지 않고 긴 평생을 외롭게 살아온 점이다.
옥분은 '위안부'라는 사건 때문에 너무나 힘들었고, 외로웠고, 억울하고, 많이 아팠노라고 이야기하고 싶었을 것이다. 그리고 일본 정부에게서 진심어린 사과의 말을 계속해서 바래왔을 것이다. 사람들에게 "너의 잘못이 아니야." 라는 위로를 받고 싶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녀의 어머니와 시대는 그녀에게 입을 다물고, 숨을 것을 요청했다. 아이러니하게도 피해자인 그녀에게 입을 꼭 다물고, 절대로 피해 사실을 밝혀서는 안된다고 교육했다. 그리고 이렇게 피해자와 가해자의 삶이 역전되는 현상은 지금의 우리 현실에서도 꽤나 빈번히 일어나고 있는 일이다. 피해자가 피해 사실을 밝히는 순간부터 그녀가 '일상적인 삶'을 살 수 없도록 만드는 수많은 방관자들의 가벼운 말과 손가락으로 인해서 말이다.
위안부 소녀상이 훼손되기도 하는 일이 지금도 일어나는데, 과거였다면 어린 소녀들은 아물지도 않은 마음의 상처보다 더 큰 상처를 입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소녀들의 어머니들은 어쩌면 그녀들을 지킬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을 택했던 것일지도 모른다는 사실이 더 가슴아프다.
다행히, 영화에서는 그녀의 용기를 많은 사람들이 칭찬하고 위로하였으며, 옥분을 아끼는 많은 시장 가족들이 그녀의 편이 되어 주었다. 옥분이 일본군 위안부 사죄 결의안(HR121)을 위하여 미국에서 연설을 하는 모습 자체도, 그것이 실화라는 사실도 큰 울림을 주었다. '아이 캔 스피크' 라는 말이 주는 울림. 이제는 진실을 이야기할 수 있다는 그녀의 용기에 큰 박수를 보내고 싶다. 그리고 이에 더해서, 이제는 위안부 피해자들을 보듬어 안고 위로하려 하는 많은 시민들의 모습이 시장 사람들로 표현되며 그들이 TV속의 옥분에게 응원의 마음을 보내는 장면이 인상깊었다.
위안부 사죄 결의안이 발의되고 10년이 지난 지금, 일본은 아직도 사죄하지 않았다는 마지막 자막이 나오고 영화관을 나오는 길에 많은 생각이 들었다. 사실 일본은 황교안 대통령 권한 대행과 위안부 합의를 졸속으로 처리하였다. (수많은 욕 생략) 그들은 이 영화를 보고 '우리는 할 도리를 다 했다'라고 말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가슴이 계속 답답해 왔다.
개인적으로는, 이 영화가 마지막에 주제를 명확하게 전달한 것이 좋았다.
"후손들에게 이런 무거운 짐을 주지 말고 어서 사과하라. 우리는 진정성 있는 사과를 바란다"는 이야기에 명확하게 표현이 되어 있듯이, 할머니들은 지금 살아 숨쉬는 모든 일본인이 다 죽일년놈들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을 것이다. 다만 그들이 제대로 자신의 죄를 인식하고, 이에 사과하고 미안한 마음을 가지며, 다시는 이런일이 발생되어서는 안된다는 자세를 가지길 바랄 것이다.
이런 역사적 사실에 대해 대중의 관심이 생기도록 하는 것 자체로 영화는 의미있었다.
굉장히 무거운 주제를 따뜻하면서도 너무 과하지 않게 풀어낸 것도 좋았다.
사실 위안부 소재의 영화가 처음으로 나온 것은 아니지만, 그 어두운 역사가 우리에게 가져다 주는 슬픔으로 인해 영화들이 대중적으로 성공한 일은 드물었기 때문이다.
피해자가 지금도 살아 숨쉬고 있고, 그들이 단지 피해를 입은 수동적인 인물이 아니라 우리와 함께 살아가고, 다른 무언가를 익히고, 또 우리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능동적인 인물로 해석되었다는 것이 가장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