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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의 시대와 아파트 분양

알고 사는가, 사고 알게 되는가

모두 새해 복 많이 받아!


너무 오랜만에 글을 쓰는 것 같아. 사실 글이라는 것이 꾸준히 생활 속에서 소재를 고민해야 하는데, 내가 글을 쓰기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고 습관이 되어 있지 않다 보니 쓸만한 소재들을 앞에 어느정도 사용하고 나니까 지속성이 조금 떨어지더라고.


그래서 얼마 전부터 고민하다가

1) 생활 속에서 습관적으로 소재를 발견하기로,

2) 묵직하지 않은 아무리 가벼운 소재라도, 완성도가 떨어지는 글이라 하더라도, 꾸준함에 방점을 찍어보기로 했어.





나는 최근에 이사를 했어. 이사를 하긴 했는데, 같은 아파트 단지 내에서 다른 동으로 옮겼어. 이 아파트는 원래 처가댁이 있던 곳이어서 종종 오다가, 아이가 생겼을 때 아내의 편의(?)를 위해서 그리고 장인장모님께서 선뜻 좋아하시기도 하셨고, 그래서 옮겨 왔어. 

그렇게 전세로 약 3년을 살았는데, 아이 한명 있는 집에 20평대가 이렇게 좁을 수 있다는 것이 믿기지 않았지 뭐야. 그래서 계절옷 같은 것들은 처가댁에 보관해 두고 계절이 바뀔 때마다 바꿔가면서 썼던 것 같아.

그러다가, 조금 평수를 넓혀서 이사를 온거지. 집을 매입해서 온 것인데, 사실 매입할 때 별로 고민을 하지 않았어. (지금의 부동산 가격이 편안한 것은 결코 아니었지만, 3년동안 거주하면서 느낀 환경이 나쁘지 않았으므로 그 안에서 가격 대비 가치를 느꼈어)



이니, 나름 자금을 써서 실내 리모델링을 하면서 공간구성도 효율적으로 하다 보니 의류를 구비할 공간도 넉넉해서 옷들을 모두 가져왔어. 계절이 바뀔 때마다 옷을 계속 옮기고 하다 보니, 그리고 전에 살던 집에서 공간이 부족하니 쿨하게(?) 버리다 보니 겨울에 입을 수 있는 두꺼운 바지가 없어서 어제 바지를 사러 가려 했는데, 시간이 없어서 인터넷으로 쇼핑을 했어.



의류를 인터넷에서 쇼핑 해봤니? 

나는 사실 2003년부터 인터넷에서 옷을 사서 입어 왔어. 그 때는 흔히 알만한 유명한 브랜드를 제외하고는 상당수 지마켓, 옥션 등 오픈마켓 정도를 판매처로 해서 팔았던 것 같아. 나는 사실 몸이 굉장히 기성복에 잘 맞는 사람이어서, 남들이 자주 실패한다고 하는 의류 온라인 쇼핑에서 거의 실패해본 적이 없는 것 같아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상당히 의존하는 것은 고객의 리뷰야. 지금은 정말 리뷰가 세분화되어 있어서 (나는 리뷰를 자주 남겨본 적이 없지만) 사람들이 본인의 키, 몸무게 등도 기재해주고 사진도 찍어줘가면서 나의 몸에 맞는다 작다 크다 이런것들을 남겨주더라고. 그럼 나와 체형이 비슷해 보이는 사람의 평을 보면서 대략 내 몸에 어떻겠는지 짐작을 할 수 있겠지?

그리고 원단이라는 것이 그냥 옷만 보여주거나 마네킹에 입히는 것과, 실제로 사람들이 입었을 때의 모습은 전혀 다른 경우가 많아서 그런 것들을 보고 대충 느낌을 짐작할수 있는 것 같아




리뷰는 온라인 시대의 정말 핵심 작품이라 해도 과찬이 아닐 정도로 우리 생활속에 깊숙히 파고들어 와서 우리의 선택지가 실패가 되지 않도록 도와주고 있어. 

이는 부동산도 마찬가지인 것 같아. 예를 들면, 호갱노노를 보면 아파트에 살아본 사람들이 그 생생한 리뷰를 남겨주고 있고, 집토스는 원룸 다가구 다세대 같은 비아파트에 거주해본 사람들로부터 리뷰를 받아 이런 데이터를 많이 확보하고자 노력하고 있는 것 같아



그런 와중에 아직도 신기한 것은 우리나라의 선분양 제도.

 


최근 광주 아파트 공사현장 붕괴 사건 봤지? 사실 이것은 수많은 부실 공사 중에 운이 나쁘게 드러난 케이스 일수도 있어. 실제로 나는 2000년 초반 이후로 20년 동안 신축아파트에 살아본 적이 없지만, 최근 들어 신축아파트에 들어간 주변 사람들 여럿이 하자보수 가지고 이야기가 많이 오간 것들을 옆에서 들었어. 



리뷰를 보고 물건을 사거나 주요한 선택을 하는 우리들이 어떻게 해서 아파트는 물건이 지어지기도 전에 분양받는 것이 편안한 것일까? 모델하우스 내 세대 구성을 보고? 모델하우스에서 볼 수 있는 평형대별 공간 구성은 아파트 라는 상품의 사용가치의 극히 일면만을 보여주고 있는 것으로 보여. 실제로 살다 보면, 주차공간, 급배수, 결로, 층간소음 등 수많은 문제들이 발생할 수 있는데, 이런 것들은 모델하우스를 봐서 해결될 수 있는 사안이 아니지. 



아파트를 개발하는 디벨로퍼 또는 개발 및 시공까지 하는 시공사들은, 현금흐름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 선분양을 많이 해온 것으로 보여. 착공 전 분양을 하고, 그 이후 공사가 진행되면서 일이 진척되는 주요 시점마다 분양대금을 수취하거나 또는 분양대금 수취하는 대신 그 분양계약을 바탕으로 금융기관에서 대여를 하지. 

현금흐름을 원활하게 하기 위한 목적 뿐 아니라, 다 짓고 나서 분양하게 되면 아파트를 짓겠다고 결심한 시점부터 실제 아파트를 분양하는 시점까지의 괴리가 커서 시장상황 예측이 어렵게 되고, 그러면 수익성에 엄청난 불확실성이 있게 되므로 선호하는 구조가 아닐 거야.



선분양은 (물론 하자보수예치금 등으로 어느정도 보완장치는 마련해 두었지만) 실제로 수분양자들이 살아보지 않고 구매의사결정을 하는 것으로, 모델하우스를 예쁘게 잘 만들고, 좋은 미사여구 섞어서 마케팅을 잘 하는 것에 더 많은 무게중심이 가고, 그 밖에 실제로 "살아봐야만 알게 되는" 것들에 대해 소홀해지게 되는 여지를 제공하지 않나 생각해.



다만 위에서 이야기했듯, 민간 영역에서는 다양한 유인으로 인해 공급자들이 선분양을 하게 되는 것으로 보이니, 국가에서 어느정도 금융의 기반을 제공하여 현금흐름의 융통에 도움을 주되, 디벨로퍼들이 준공 후 임대를 일정기간 후 분양하도록 유도하여, 조금 더 사용가치에 집중해서 건물을 공급하게 만드는 유인책을 제공할 수 있지 않을까?



나는 리츠(REIT)라고 하는 법인을 통해 기관투자자들로부터 자금을 모집해서 그 자금을 바탕으로 개발사업에 투자하여 (물론 실물자산도 투자함) 수익을 배분해주는 일을 하고 있는데, 투자자들로부터 장기적인 관점에서 자금을 조달받을 수 있다 보니, 주거시설의 경우 분양은 일절 하지 않고 개발 후 임대운영하는 계획을 가지고 진행하고 있어. 그렇다 보니, 사용가치를 염두에 두고 하드웨어의 퀄리티에 더 신경을 쓰게 되는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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