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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후생 Dec 19. 2020

바다의 날을 챙기는 남자



7월 22일은 일본의 공휴일인 바다의 날이라고 한다. 국토의 4면이 바다인 나라답게 뜻깊은 공휴일인가보다. 바다의 날을 맞아 일을 쉬는 켄 상이 특별한 선물을 선사해주었다.


  "엄청 크다"


꼭, 어렸을 때 쏙 담겨서 할머니가 몸을 씻겨주시던 다라이 같은 냄비였다. 그 옆에는 접시를 두었는데 각종 바다의 해물들과 각종 땅의 야채들을 가지런히 놓았다. 내용물들이 펄펄 끓으며 서로를 우려내듯이 굴었다. 국물은 맑았다. 맑으면서도 깊은 맛이 났다. 이만하면 배가 차고 풍족했다. 켄 상은 고삐를 늦추지 않으려는 듯 남은 국물에 생우동을 투하했다. 켄 상이 사리를 냄비 가득 3개쯤 넣었을까? 


  "그만 넣어요. 쿠로 씨"


라며 식성 좋은 바쿠가 말릴 정도의 인심이었다. 아마도 켄 상은 우리 셋 외에도 다른 하우스 메이트들이 오며가며 한 젓가락씩하길 바랐던 것 같다. 바쿠와 나는 서로의 귀에 속삭이며 한 가지 음모를 모색했다. 다음엔 우리쪽에서 김치찌개를 대접하는 게 어때? 나는 즉시 켄 상의 휴가를 물었다. 


  "일요일이야"


요시! 낯선 사람들의 기념일에 낯선 이로서 환대받는 기분은 좋았다. 맛있었고, 고마웠다. 그리하여 나도 '한국인 2세 바쿠'와 함께 보답을 기획했다. 이름하야 한식 대작전이다. 켄 상은 음식점에서 일하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지만 원체 요리에 관심이 많은 듯했다. 언젠가 한식을 먹어보고 싶다고 이야기하는 것을 들은 적 있다. 일본에서 난 식재료에 일본 달력 안의 어느 날이겠지만, 토종 한국인의 손맛을 발휘하는 것이니까 켄 상의 호기심은 어느 정도 충족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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