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국에서 아프면 서럽죠.
안녕하세요. 르퐁입니다. 브런치에서의 두 번째 글입니다. 오늘의 주제는, 프랑스 약국에서 상비약 사는 법입니다. 제 개인적인 체험을 통해 쓰는 글입니다. 그리고 이 글에 나오는 약은 모두 직접 구매하여 복용해본 것으로, 그 어떠한 협찬도 받지 않았음을 미리 알려드립니다.
여행으로든 비즈니스로든 타국에 갔을 때 약 먹을 일이 없는 것이 제일 좋은 상황이겠습니다만, 혹시 모를 상황은 언제든 닥칠 수 있고, 미리 알아두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아서, 이렇게 글을 남깁니다.
타국에서 아프면 서럽죠. 병원에 가는 건 엄두가 안 나고. 약국이라도 가서 약을 사먹으려니, 뭐가 뭔지 알 수 있어야지요. 한국에서야 뭐 '마데카솔 주세요.', 아니면 '감기약 주세요.' 이렇게 말을 하면 되는데. 정 아니면 '열이 납니다', '두통이 심해요.'라고 말을 하면 약사들이 알아서 잘 처방해주지 않습니까? 하지만 프랑스에서 '어디가 아파요.' 라던지 '무슨 약 주세요.' 라던지 말을 꺼내는 것 자체가 어렵죠.
더군다나, 한국에서는 팔지만 여기서는 팔지 않는 약들이 훨씬 많고, 같은 성분도 이름을 바꿔 표시하는 등 난관은 수도 없이 많습니다. 그래서 제가 여기에 프랑스에서 구매할 수 있는 약 이름과 주요 성분, 효과 등을 써놓을 테니, 급할 때 이용하시면 되겠습니다.
1. 돌리프란 Doliprane [돌리프항]
주요 성분은 Paracetamol [파라세타몰]입니다. 제가 처음에 프랑스 약국에 가서 Acetaminophen [아세트아미노펜]을 달라고 했더니, 약사가 전혀 못 알아 듣더군요. 검색해서 보여줬는데도 처음 보는 성분인 것 같이 굴어서 굉장히 당황스러웠습니다. 그래서 진땀 뻘뻘 흘리면서 그 자리에서 검색을 해본 결과, 아세트아미노펜과 파라세타몰은 모두 같은 성분(para-acetylaminophenol)의 다른 표기 방식이더군요. 그래서 제가 약사에게 파라세타몰을 달라고 하니, 그제서야 약을 챙겨주었습니다. 몇 번 약을 추가로 더 사면서 파라세타몰을 달라고 하니, 웬만하면 다 알아듣더군요. 그러나 몇몇 약사들은 알아듣지 못했기 때문에, 그냥 돌리프란 달라고 하면 될 것 같습니다.
Doliprane s'il vous plaît [돌리프항 실 부 플래]
(진통제, 소염효과 없음 / 파라세타몰=아세트아미노펜)
2. 뉴로펜 Nurofen [뉴호펜]
주요 성분은 Ibuprofen [이부프로펜]입니다. 뉴로펜은 한국에서도 파는 약이니까 한국인에게 익숙한 약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아시다시피 아세트아미노펜은 진통제로서 효과는 있어도 소염제로서의 효과는 없습니다. 그리고 아세트아미노펜, 그리고 이부프로펜에 각각 알러지가 있으신 분들은 주의해서 선택해 복용하셔야 하겠지요? 저도 무리한 날 어깨와 손목이 시큰거려서 뉴로펜을 먹었는데, 하룻밤 지나니 확실히 좀 나아지더군요.
Nurofen s'il vous plaît [뉴호펜 실 부 플래]
(진통제, 소염제 / 이부프로펜)
3. 페르벡스 Fervex [페흐벡스]
주요 성분은 Paracetamol [파라세타몰]인 일반 감기약입니다. 프랑스에서 제일 많이 팔리는 감기약인데, 약사들이 페르벡스 먹고 3~4일 푹 쉬면 대개 감기가 다 낫는다고 설명합니다. 그리고 만약 낫지 않는다면, 병원에 가보라고 권유합니다. 저도 먹어봤는데 약 효과가 좀 강해보였습니다. 물에 타서 먹는 건데, 먹고 나면 몽롱해지고, 졸립니다. 그래도 금방 감기가 떨어지는 것 같더군요. 참고로, 설탕이 들어간 것이 있고, 없는 것이 있는데, 설탕이 들어간 것을 드시는 게 낫습니다. 설탕이 없으면, 어렸을 때 먹던 쓴 물약같은 느낌이 납니다.
Fervex avec sucre s'il vous plaît [페흐벡스 아벡 쉬크흐 실 부 플래] (설탕 포함)
Fervex sans sucre s'il vous plaît [페흐벡스 상 쉬크흐 실 부 플래] (설탕 미포함)
(일반 감기약, 설탕이 들어간 게 맛이 좋음 / 파라세타몰)
4. 스트렙실 Strepsils [스트헵실]
주요 성분은 Flurbiprofen [플루흐비프로펜]인 목감기약입니다. 스트렙실은 한국에서도 유명하니 별도의 설명이 필요 없을 것 같습니다. 사탕처럼 입에서 녹여가며 먹는 약입니다. 혹시나 약사가 Orange [오헝쥬] 혹은 Citron [시트홍] 중 무엇을 원하냐고 말할 때도 있는데, 각각 오렌지맛과 레몬맛이니 취향껏 고르시면 됩니다. 그리고 웬만하면 약사에게 물어볼 것도 없이 가판대에 스트렙실을 올려놓고 파니까 부담없이 집어서 결제하시면 됩니다.
Strepsils s'il vous plaît [스트렙실 실 부 플래]
(목감기약, 사탕 형태 / 플루르비프로펜)
5. 메테오스파스밀 Meteospasmyl [메테오스파스밀]
주요 성분은 Siméticone [시메티콘]인 가스제거제입니다. 프랑스에서 물도 잘 맞지 않고, 음식도 잘 맞지 않을 때, 속에 가스가 차고 부글부글 끓어오를 때가 있지요. 심하면 복부 팽만감에 속이 쓰리고, 계속 트림이 나오는데 시원한 것도 아니고. 그럴 땐 메테오스파스밀이 정말 좋습니다. 먹고 시간이 좀 지나면 가스가 제거되면서 속이 편안해집니다. 약국에서 시메티콘 달라고 하면 주긴 주는데, 못 알아듣는 약사들도 있으므로 그냥 약 이름을 달라고 하면 줍니다.
Meteospasmyl s'il vous plaît [메테오스파스밀 실 부 플래]
(가스제거제 / 시메티콘)
6. 세티리진 Cetirizine [세티히진]
주요 성분은 Cetirizine [세티리진]인 알러지약입니다. 지르텍과 성분이 같다고 합니다. 저도 먼지 알러지가 있고, 코가 예민한 편이라 콧물 및 재채기를 달고 사는데, 이따금 심해질 때 먹는 약입니다. 알러지에 의한 두드러기도 다소 가라앉습니다. 만약 심한 알러지 반응이 나타나면 빨리 병원에 가야겠지요. 정말 심한 알러지를 갖고 계신 분들이야 평소 드시던 약을 넉넉히 챙겨서 다니실테니, 설명은 그만하겠습니다.
Cetirizine s'il vous plaît [세티히진 실 부 플래]
(알러지약 / 세티리진)
지금까지 프랑스 약국갈 때 알아두면 좋을 상비약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모쪼록 여행으로 프랑스에 오시든, 여행으로 오시든, 아프실 때 약국에 가서 편하게 약을 주문하실 수 있기를 바랍니다. 저도 처음에 와서 말도 안 통하고 정말 고생을 했습니다. 추후 기회가 된다면, 약국에서 사용할 수 있는 몇 가지 알아두면 좋을 문장도 더 올리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는 아내와 함께 프랑스에서 스타트업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프랑스에서의 삶, 프랑스에서의 이야기를 앞으로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저와 제 아내에 대한 개인적일 수 있는 정보들은 밝히지 않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