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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목만이 Sep 14. 2017

영식이의 모험.

요즘.
영식이는 보도블럭하나 올라갈때도 망설이다 한참 멀리서 엄청난 도움닫기를 하며 거의 날아갈듯이 뛰어오른다.막상 보도블럭이 닿기도 전 턱에 고꾸라지면서 다치기 때문에 길을 걷다가 블럭이 보이면 안아서 모신다.잘 안보이니 자기눈에는 보도블럭이 베를린장벽같은것 같다.

세상만사 심드렁해지니 움직임이 없고 잠이들고 깼을때 내가 옆에만 있다면 그런대로 안심하는 우리 영식이는.
요즘 새로운 모험중이다.

작업실 바닥에는 예전 수도설비가 있었던 곳에서 나오는 파이프가 있다.보통은 바닥 높이를 높여 시멘트를 부어 마감을 하는데 바닥단차가 나는것이 싫어서 벽돌쌓아서 셀프로 미장할까하다가 말았다.영식이는 요즘 이 파이프에 도전중이다.
예전에는 돌아가던 밟고가던 신경도 안쓰더니 부쩍 사진의 저 자리에서 넘을까말까 고민하면서 내게 강렬한 시선을 보낸다.
내가 가까이가서 격려를 해주면 풀쩍 뛰어넘어 '음.이걸 해내다니 사실 너무 뿌듯하지만 니 앞에서 참겠어!'라는듯 태연한척한다.그렇지만 그의 꼬리는 파닥파닥 벌새댄스를 추고있다.

오늘 엄마가 3번째 수영수업을 마치고는 작업실에 놀러왔다.엄마는 수영을 하면서부터 이야기 거리가 늘었고 행복해하신다.얼마전 손자를 본 친구랑 금요일에 만나기로 해서 급하게 간난이를 하나 떴으니 눈을 수놓아달라고 오신거다.우리가 덜덜덜 에어컨 아래 라꾸라꾸를 평상처럼 펼치고 수다를 꽃피우고 있는데...엄마 문득.
"영식이 어딨나?뒤에서 자는줄알았는데!(이곳저곳 두리번)야야!쟈(영식)와 저러고 있노?"
아...
언제부터 그애는 그렇게 새초롬한 표정으로 우리의 관심을 기다리고 있었을까.
영식이는 파이프 그 자리에서 우리가 봐주기를 내내 기다렸다가 훕!한 호흡을 들이 마시고 짧은 다리로 표현할 수 있는 최고의 도도한 걸음으로 사뿐 파이프를 건넜다.
그리고 바로 그 자리에 앉아 칭찬을 기다리고 있다.영식이가 얼마나 스스로를 자랑스러워하는지 나는 알 수 있었다.눈썹이 움찔움찔하며 반짝반짝 별들이 들어 있는 저 눈은 오직 나만 알아볼 수 있는것이다.

그는 과거 치타같이 날쌨던 찬란한 과거는 잊은 채,겨우 파이프하나를 넘고 이렇게 우쭐대고 있는것이다.
그 후로도 몇번이나 더 파이프 넘기 묘기는 계속 되었고,나는 그때마다 몇번이나 뜨거운 호응을 해주었는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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