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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토 Sep 11. 2022

일하는 마음

에피소드4. 미련


얼마전 회사에서 사옥을 이전했다


나는 이사짐을 싸는 시기에 갑작스러운 코로나 격리자가 되어 스스로 미처 옮기지 못한 사물함의 짐들이 있었다.

그래서 이사후 2주 뒤 회의로 이전 사옥에 방문하게 된 날 시간을 내어 사물함의 짐을 챙겨 보기로 했다.


18층


내가 있던 그곳이 몇층이었는지 햇갈려 17층을 눌렀다가

문이 열렸지만 낯설음을 느끼고 다시 18층을 눌렀다.

내가 6개월 동안 일하던 곳이었는데

층마저 햇갈렸다는게 조금 우스웠다.


사무실 문을 열고 들어갔다.

내가 있던 자리는 책상이 치워져 있고 맨 바닥만 드러내고 있어 그저 저기쯤이었겠구나 추측만 해본다.


그리고 사물함.


번호는 기억나지 않지만

내가 쓰던 그 위치에 가본다.


그런데. 항상 시건해 두지 않았던 그곳이었는데

사물함 문이 열리지 않는다. 누군가가 비밀번호를 초기화 했을까. 1234를 눌러보니 다행히 문이 열렸다


그런데. 그곳에 있어야할 짐이 없다.


2주 동안이나 그 짐을 다시 찾으면 참 좋을것 같았는데

짐이 없어졌다고 생각하니 그렇게 절망적일수가 없었다



사옥 이전을 담당하신 여러 분들을 수소문해 연락을 취해보고 결국 아무도 짐을 이동하지는 않았고 사물함의 위치가 원래가 아닐수도 있다고 듣고는 다른 사물함들도 열어보았다. 그러다 그토록 기다리던 짐을 찾게 되었다.



쿠션 화장품과 립스틱 등이 들어있는 파우치. 미스트와 향수. 텀블러 등. 남아있는 짐은 그정도였다. 험블하게 엉켜 있으니 더욱 볼품없어 보였다.


분명 잊었다는 생각으로는 애가 탔고

안타까웠고 뭔가 아끼는 중요한 물건들이었는데

막상 현실로 짐을 보니 그게 무엇이었는지 잘 생각이 나지 않았다.



아마도 아끼는 말론 리얼로즈 향수 정도였을까.

그것도 절반 정도 남아있는 허름한 병.



미련은 항상 그정도 인것 같다.

현실로는 그렇고 그런 험블함이 뒤섞여 있지만

기억은 아련히 귀하게만 느껴지는 것.

어쩌면 다시 만나지 않는 편이 나을 수도 있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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