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도토 Sep 29. 2022

경력직의 업무 우선순위

대기업 프로 용병기


먼저 저는 이전에는 조금 업무 중심적인 사람이었다는  이야기 해봅니다. 업무로 회의에서 새로 만나는 분들과는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나누고 발언도 편하게 하지만, 엘리베이터에서   동료를 만나면 할말이 생각이 안나 천정이나 발끝을 바라볼때가 많았습니다. 오죽했으면 오래 다녔던 회사에서도 가끔은 출근길에 메인 엘리베이터를 타지 않고 후방에 있는 화물용을 타곤 했는데 이유는 적당히 아는 분들과 아이스브레이킹을 위한 대화가 일보다 어려웠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직한 직장에서 일을 하며 자연스럽게 바뀐 습관이 있습니다. 가능한 한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알게되는 것, 사내 네트워크를 업무의 최우선 순위로 삼게 된 것입니다.  


공채로 진골 이력을 자랑하며 오래 있던 전 회사에서는 동료를 아는 것에는 관심이 없었습니다. 그도 그럴것이 대부분의 선후배 동료들에 대해서 잘 알거나 대충이라도 알고 있다고 생각했고, 최소한 한다리 걸러서 물으면 결국 쉽게 알 수 있었다고 믿었기 때문입니다. 어느정도의 비율의 사람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일을 할때 프로세스가 맞는지만 확인하면 될 뿐 더이상의 리소스를 쓰려고 노력하지도 않았습니다.



하지만 사실 제가 안다고 생각했던 것은 그 사람들에 관해 들이는 소문이었을 뿐 진짜 그 사람들은 아니었던 것도 같네요.


그러나 새로운 직장에서 용병으로 일하면거 저는 필수적으로 동료들에 대해 직접 알아가는데 많은 시간을 할애하지 않으면 안되는 상황이었습니다. 가깝게는 팀원 들에 대해서. 면면을 전혀 모르는 상태로는 어떤 도움을 서로 주고받을지 몰랐기 때문에 스스로 먼저 다가가 그 사람이 어떤 일을 해왔고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를 이해하려고 노력하지 않으면 안되었습니다. 다른 팀 동료와 업무를 할때도 그 분이 이 회사는 언제 들어왔고 어떤 일을 했는지, 연령대, 관심사가 무엇인지 등은 기본이고 그 분이 속한 타팀의 분위기, 상황은 어떤지, 주요한 이슈는 무엇인지를 확인하며 의미있는 협업의 포인트가 가능한지를 체크하고 업무를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일의 완성도 보다 저에게 가장 우선순위는 동료들과의 티타임 이었습니다. 아마도 하루에 두번은 필수적으로 티타임을 했고 최대는 네번도 했던것 같습니다.


사실 기존 회사에서는 바이어로 일하면서 외부 협력사를 만났을때를 제외하고 동료와의 티타임, 즉 땡땡이는 하루 한번이 맥스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커피를 매우 좋아했지만 그래도 일이 다 끝난 어느 오후였지 일보다 먼저라고 생각해보지는 않았습니다. 그런데 이직 후에 티타임은 제게 일 리스트와 같았습니다. 횟수가 적어지면 일을 게을리 한 것이고 또 대상이 반복되면 새로운 대상을 포섭하는 것도 중요한 포인트 였습니다.


이렇게 일을 하니 신기한 것은 기존에 제가 기득권을 가졌던 회사에서보다 이직한 곳에서 더 협업을 잘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목마른자가 열심히 했더니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진심을 알아주고 함께 해보고 싶은 에너지를 느끼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그런 이야기 중에 많은 용병들이 어떻게 다음 스텝을 계획하는지 알게 된다는 것이었습니다. 저도 저와 같은 연차 대의 용병은 어떤 고민을 하고 무엇을 준비하고 있으며, 앞으로 도전 가능한 직장의 수준은 어느 정도인지를 자연스럽게 알게 되었습니다. 그러면서 저는 처음으로 대학원 진학도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그동안은 경력이 충분하면 되었다고 생각했는데, 제게 필요한 공부를 추가하면 제가 갈 수 있는 곳이 많다는 확신이 들었던 겁니다.


네트워크를 통해 단순히 업무 적인 협업이 아닌 앞으로의 경력 확장을 위한 협업도 가능하다고 느꼈고 , 서칭이나 불특정한 출처로 부터 얻는 정보 보다 더 현장에서 사람들의 행동을 통해 생생히 느껴지는 정보라서 더욱 현실감 있게 다가왔습니다. 그래서 저는 예전 회사보다 명확히 저의 다음 스텝 그리고 그 다음 스텝도 계획하고 있습니다. 게으른 워커가 강제 네트워크에 내몰리며 얻은 이득인 것 같습니다.






작가의 이전글 고인물이 되지 않으려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