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프로 용병기
동료의 이탈이 많아지면 사기가 떨어집니다.
제가 속한 회사는 경력직 비율이 높은 회사답게 신규 입사자와 퇴사자가 많습니다. 오늘도 친한 동료 한 분이 많이 고민하던 퇴사 의사를 공식 전달했습니다. 그래서 남은 자인 저의 사기도 유난히 떨어진 하루 였습니다.
만남과 이별에 익숙해지지 않으면 안될만큼
참으로 빈번한 입사와 퇴사 입니다.
제가 공채로 입사한 대기업에서 퇴사하고 첫 용병으로 입사했던 두번째 회사는 개인사정으로 짧은 기간 근무 후 퇴사하게 되었습니다. 저의 직책은 팀장이었는데, 저만 의지하며 한솥밥을 먹었던 팀원들을 놓고갈 생각에 젖먹이 아가를 버리고가는 엄마의 마음까지 들었던 것 같습니다. 외부에서 왔다고 살갑게 챙겨줬던 다른 팀장님들, 그래도 내새끼라고 챙겨주셨던 본부장님과도 헤어지게 되어 너무 아쉬운 마음에 오랜만에 며칠간 회사에서 집에서 눈물을 흘리기도 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갱년기인가 할정도로 마음이 간지러웠던 것 같습니다.
프로 용병으로 일하고 있는 지금 회사에서는 짧은 기간 동안 다양한 이별을 겪었습니다. 15년 이상 대기업 근무를 했지만, 프로 용병으로 입사한지 6개월 밖에 안된 이곳에서 가장 많은 이별을 겪었던 것 같습니다
저의 티타임 전략 덕분인지는 모르겠지만 짧은 기간 동안에도 다양한 동료와 함께 일 할 기회가 있었고 일부 마음의 거리가 많이 가까워진 동료와의 이별도 유독 많았습니다. 여기 입사 후 처음으로 개인적으로 밥 같이 먹자고 제안해줘서 고마웠던 타팀 동료는 근 한달만에 이직으로 퇴사한다는 소식을 전해서 충격을 주었습니다. 감성이 남다르더니 퇴사하며 시집을 선물한 팀 동료, 프로의 향기를 풀풀 풍기며 함께 코워커로 긴밀하게 협업해서 잠시 마음을 놓게 하더니 입사 한달만에 퇴사한 동료, 타 본부였지만 같은 업무 범위를 하며 알게된 워킹맘 동료는 두어달 절친이었지만 좋은 곳으로 연봉을 점프해 가서 붙잡지 못하고 건승을 빌며 이별을 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익숙해 질 법도 한데, 오늘 자주 담소를 하던 친한 팀 동료의 이탈 소식은 더욱 마음을 흔들어 댑니다. 아마도 제몫 이상을 해주었던 동료의 좋은 태도를 존경했고 이직과정의 고민을 함께 고민했기 때문에 더 아쉬운 것 같습니다 그래도 저보다 늦은 나이 용병을 하며 다음으로 가야할 단계로 잘 가고 있음을 알았기 때문에 붙잡을 수 없었고, 제가 할 수 있는 것은 응원 뿐이었습니다.
아마도 제가 떠나게 되는 날에는 더 많은 사람과 갑작스럽게 이별을 하게 되겠지요. 그 생각에 더 울적한가 봅니다.
용병은 떠나야 몸값이 높아지는 시장입니다. 그게 싫어 계속 있으면 기다리는 것은 퇴출이라는 것을 잘 압니다. 시간과 경력에 맞는 자리를 찾아 끊임없이 움직여야 합니다.
참 아쉬운 마음으로 가득한 금요일 저녁 입니다.
제가 프로 용병이 맞을까요.
오늘 마음은 그저
아마추어 용병인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