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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투머치드러거 Mar 03. 2019

[더 랍스터] 솔로는 이 영화를 관람하지 마십시오.

랍스터 먹방 안 나옵니다.

안녕하신가! 힘세고 강한 아침,

만일 내게 물어보면 나는 투머치드러거.


약 1년 만에 돌아왔습니다.

아무도 안 기다렸지만요.


1년 간 뭘 했냐구요? 열심히 공기 낭비했습니다.

어차피 별로 안 궁금하잖아요?


그래도 괜히 알려드리고 싶은 게

제 마음입니다.


자문자답하기로 하죠.


Q. 엄청 열심히 브런치 활동할 것처럼 해놓고 왜 한 달 만에 빤스런 했나요?
A. 귀찮아서요.


다 알다시피 저는 굳은 다짐을 밥 먹듯이 하는 사람입니다.

문제는 그 다짐을 없던 일로 하는 다짐 또한 화장실 들락날락하듯이 한다는 거죠.

그래도 브런치를 하겠다는 다짐은 꽤 지속된 편입니다.

글 5개는 썼잖아요?


Q. 빤스런한 주제에 무슨 낯짝으로 돌아왔나요?
A.  브런치 무비 패스 신청하려구요.


남는 건 시간뿐인데 영화까지 공짜로 보

얼마나 좋습니까?

사실 공짜는 아니죠.

영화를 보고 감상을 브런치에 남겨야 한다는 조건입니다.


모두가 아는 것처럼 저는 약속을 잘 지키는 사람입니다.


책임지기 싫어서요.

약속 안 지키면 책임져야 되잖아요.


그러기 싫어서 정말 죽을 각오를 다해서 약속을 지킵니다.


문제는 저 자신과의 약속은 개똥으로 안다는 거죠.

제가 생각해도 저는 진짜 웃긴 놈입니다.


'브런치를 하자!'는 건 저 자신과의 약속이었

그래서 빤스런 했습니다.


네, 변명 맞습니다.


브런치 무비 패스는 브런치와의 약속이죠.

책임지기 싫어서 참석도 꼬박꼬박 하고

글도 꼬박꼬박 싸지ㄹ... 아니 쓸 겁니다.


무엇보다 혼자 영화 보러 갔을

'브런치 무비 패스입니다.' 하면 간지 나잖아요?


더 이상 커플들의 눈초리를 받지 않을 수도 있을 거란 생각에 콧노래가 절로 납니다.


네, 이건 아첨입니다.




자, 서두가 길었죠?


거두절미하고 영화 얘기를 해보도록 합시다.

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의 [더 랍스터]입니다.



감독 이름이 좀 어렵죠? 그냥 요구르트 감독이라고 합시다.


요구르트 감독, 당신.

영화를 참 짓궂게도 만들었습니다.


이 영화의 세계는 현실과는 조금 다릅니다.

설정을 한번 살펴볼까요?


설마 해산물 뷔페 얘기는 아니겠죠?


1. 이 세계에서 솔로, 즉 싱글은 사회적으로 용납되지 않습니다.
2. 커플이 되기 위해서는 서로 특징적인 공통점이 있어야 합니다.
3. 솔로들은 한 호텔로 보내져 그 안에서 짝을 찾아야 합니다.
4. 45일 안에 짝을 찾지 못하면, 솔로는 동물이 됩니다.


1번 같은 경우는 낯설지 않죠?

우리 모두가 잘 알고 있는 얘기입니다.

참 더러운 세상입니다.


솔로들은 혼자서 이 각박한 세상을

살아가려 마음먹은 의인들입니다.


더구나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인구 탓에

포화상태가 되어가는 지구까지 걱정하고 있죠.


자진해서 출산율까지 낮추려 하다니,

저 같은 소인배는 꿈도 꾸지 못할 용기입니다.


여러분은 칭찬받아 마땅합니다.

마침 타임지에 제가 서신을 보낼 참이죠.


올해의 인물, 내년의 인물, 내후년의 인물은

모두 '솔로'입니다.


힘내세요, 여러분.


뜬금없이 동물이 된다는 설정이 나오죠?


그렇다고 이 영화의 장르가

SF나 판타지로 분류되어야 할까요?


글쎄요, 판타지라고 하기에는 조금 부족합니다.


판타지 영화는 그 가상의 세계를 관객이 납득할 수 있도록

세계관 설명에 시간을 꽤 많이 들여야 합니다.


반지의 제왕을 생각해보면 시작부터 설명충 나오잖아요?

절대 반지가 어떻게 빌보의 손까지 흘러들게 되었는지

몇천 년의 역사를 구구절절이 설명해줍니다.


그렇게 설명이 끝나면 카메라는

샤이어를 주야장천 찍어댑니다.


저는 제가 뉴질랜드 자연 다큐멘터

보고 있는 줄 알았어요.


감독이 그만큼 세계관 설명에 공을 들이고 있다는 거죠.


그런 노력에 힘입어 관객들은 순식간

중간계라는 낯선 세계를 받아들이게 됩니다.



또 다른 판타지 영화, 해리 포터를 볼까요?


해리 포터는 현실과 같은 세계 안에

비밀스러운 마법사 세계가 있다는 설정으로 출발하죠.


해리가 본인이 금수저 마법사라는 걸 깨닫고

뭐하러 갑니까?


템 맞추러 가잖아요?


마법사가 되기 위해서는 어떤 것들이 필요한지 아주 자연스럽게 보여줍니다.


생소한 세계의 생소한 물품들.

관객들은 해리가 되어 다이애건 앨리를 체험합니다.



그런데 [더 랍스터]는 그런 거 없습니다.


설정은 그냥 던져져 있고,

등장인물들은 그 설정 속에서

몇십 년 간 살아온 듯 행동합니다.


45일 안에 짝을 찾지 못하면 동물이 된다는

그저 받아들이죠.


왜 그렇게 되어야 하는가? 에 대한 의문은 품지 않습니다.


심지어 주인공은 랍스터가 되고 싶다고 하네요.


랍스터는 100년 넘게 살고,

귀족처럼 푸른 피를 갖고 있으며

무엇보다 평생 동안 번식을 할 수 있다고 합니다.


여러분. 야관문이 다 무슨 소용입니까?

흑마늘을 왜 먹습니까?


산수유가 남자한테 참 좋은

설명할 방법이 없으면 뭐합니까?


그냥 랍스터가 되면 다 해결됩니다.


저도 하겠습니다, 랍스터.




자, 영화의 대략적인 내용을 살펴봅시다.

스포일러가 될 수 있으니 주의하세요.


일단 콜린 파렐이 나옵니다.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연기도 잘하고 잘생기기까지 한 이기적인 사람입니다.


사진 한 번 보고 가시죠.


자살하면 죽여버리겠어!


[더 랍스터] 런던 프리미어 프로모션


잘-생겼죠? 연기 좀 되는 잘생긴 배우에서

안정적인 연기력을 보유한 미중년으로,

성공적으로 자리 잡은 몇 안 되는 배우입니다.


[더 랍스터]에는 어떻게 나올까요?



저 풍채 좋은 아저씨가 콜린 파렐입니다.


요구르트 감독은 낭비가 좀 심하군요.

저렇게 콧수염 나고 배 나온 중년 아저씨 쓸 거면

뭐하러 콜린 파렐 데려다 놓습니까?


당장 월요일 아침 지하철만 가

저런 아조씨는 널려있습니다.



콜린 파렐도 정말 욕심쟁이네요.

열심히 살을 찌우고 콧수염까지 길러 얼굴을 감췄습니다.


저런 아조씨 역할을 위해 굳이 살을 안 빼

멋-쟁이 배우들이 천지삐까리인데 말이죠.


위 사진의 왼쪽 아조씨처럼요.


그만큼 콜린 파렐이 저 역할이 탐났다는 사실일 겁니다.




영화가 시작하자마자 콜린 파렐

아내에게 미안하다는 소리를 듣습니다.


맘카페에 플스라도 판 걸까요?


아내에게 다른 짝이 생겼습니다.


솔로가 된 콜린 파렐.


동방 작은 반도의 병맛 리뷰 쓰는 멋쟁이 청년은

솔로가 되었을 때 열심히 자기 계발에 힘썼지만,


콜린 파렐은 한 호텔로 끌려갑니다.

솔로라서요.


이렇게 솔로에게 강제력을 집행한다는 건,

강제력을 행하는 주체가 커플이라는 뜻이겠죠?


더러운 커플 놈들.


초반부부터 명치에 대못 서너 개가

쾅쾅 박히는 기분입니다.


부모님 심정을 이제야 알겠군요.


본격 효자효녀 만들어주는 영화, [더 랍스터]입니다.


위에서 말씀드렸던 설정 기억하시죠?

이 호텔 안에서 45일 안에 짝을 찾지 못하면

동물로 살아가야 합니다.


저같이 조금 변태 같은 관객이라면,

어떤 방식으로 인간을 동물로 변화시키는

궁금해할 겁니다.


세상에, 수술을 한다네요?

다 째내고 가르고 꿰맨 다음에

남는 건 버려버린다고 합니다!


고어 팬 소리 질러ㅓㅓㅓㅓㅓㅓ!


당연히 수술 장면 보여주겠죠?

맞죠? 내 말 맞죠?

요구르트 감독님도 그 장면 상상하셨죠?


내가 원하는 대로 다 되면 그게 인생입니까?


애석하게도 수술 장면은 나오지 않습니다.


[인간 지네]나 봐야지...


[더 랍스터]는 쉽다고만은 할 수 없는 영화입니다.

특히 저같이 어깨 위에 달려있는 크고 단단한 것을

호두 깰 때만 사용하는 작자들에겐 더욱 그렇죠.


낯선 설정을 갖고 있음에도,

주저리주저리 설명하는 것을 꺼리고 있습니다.


[더 랍스터]의 등장인물들의 대화는 철저히 상대방이

그 설정을 알고 있다는 전제 하에 이루어지죠.


그래서 [더 랍스터]에는 다음과 같이

설정을 읊어주는 작위적 대화는 나오지 않습니다.


"이봐, 솔로가 되면 호텔로 끌려간다구."
"맞아, 45일간 짝을 찾지 못하면 동물이 된다면서?"


대신 이런 방법을 택하죠.


"어제 사람들이 새로 왔어."
"나도 봤어."
"다리 저는 여자도 있어."
"발목이 삐었겠지. 며칠이면 제대로 걸을 거야."


아까 커플이 성립되기 위해서는

특징적인 공통점이 있어야 한다고 했죠?

이 대화는 그런 설정을 아주 세련되게 담아냈습니다.


대답하는 남자는 절름발이거든요.

아마 그 다리 저는 여자는 맘에 들지 않았나 봅니다.


물론 처음 봤을 때는 이게 뭔 말인지 모릅니다.

저도 그런 설정이 있다는 걸 중반부에 가서야 깨달았습니다.


호두라도 잘 깨서 다행이죠?


이런 것 정도만 제외하면,

아주 스무스하게 영화를 즐길 수 있습니다.

배우들의 연기도 과하지 않고, 영상미는 빼어납니다.


심심하지 않도록, 심오한 질문을 던지기도 하구요.

그 질문은 이따 살펴봅시다.




호텔로 끌려간 콜린 파렐.


이 호텔이 좀 웃깁니다.

일종의 세뇌 시설이라고 봐도 무방하거든요.


왜 당신이 솔로가 아니라 커플로 살아가야 하는지,

초등학생들도 안 속을 법한

발연기 상황극을 통해 보여 주거든요.



예를 들어볼까요?

솔로는 식사를 할 때 목에 음식물이 막혔을 경우,

빼내 줄 사람이 없습니다. 그래서 죽습니다.


커플은 하임리히 구조법으로 상대방을 구해주죠.


사람들은 그걸 보고 박수를 칩니다.


이만하도록 하죠.

아니, 우리가 그걸 몰라서 솔로로 지내겠습니까?


참자... 저들이 뭘 알겠는가...


하나 더 있습니다.

호텔에서 자위행위를 하다가 적발되었을 시,

토스트기에 손을 넣는 벌을 받게 됩니다.


여러분, 이곳은 지옥입니까?


히틀러도 이런 짓은 안 했습니다.

사탄도 이건 좀 아니라며 정색할 겁니다.


어떤 이들에게는 그 행위가 하루 동안

가장 우선시 되어야 할,

일상의 작은 기쁨일 수도 있잖아요?


그래, 요즘 유행하는 소확행이라는 좋은 말이 있죠.

소소하기도 하고 확실한 결과물도 있습니다!


이런 행복도 없이 솔로들은

대체 무엇을 하며 살아가야 합니까?


여기에 하나 더, 호텔 사람들은 주기적으로 사냥을 합니다.

어떤 숲으로 가 거기 숨어있는 '외톨이'를 잡는 거죠.


정황 상 이 외톨이들은 호텔에서 짝을 맺지 못하고

동물이 될 것을 두려워해 도망친 것으로 보입니다.


외톨이 한 명을 잡을 때마다

체류기간이 하루씩 늘어납니다.


야!!!!!


정말 못 살겠네요.

솔로에게 이렇게 막 대해도 되는 겁니까?


가만히 둬도 세상 궁상맞은 사람들을 가지고

왜들 그럽니까, 대체?


솔로를 보더라도 그냥 그런가 보다 하세요!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혼자 식사를 해도

영화를 혼자 보러 가도

그냥 그런가 보다 하시라구요!


(짜증)




일단 콜린 파렐은 버텨냅니다.


체류 기간이 거의 다 되어갈 때 즈음,

결국 커플 매칭에 성공하죠.


하지만 콜린 파렐은 구라를 쳤습니다.

동물이 되기 싫어서 거짓말로

상대방과의 공통점을 꾸며낸 거죠.


그 공통점은 '비정함'이었습니다.


상대방 여자는 거의 사이코패스 수준의

비정함을 보여줍니다.

외톨이 사냥에 조예가 깊어 신기록을 세웠다고 하네요.


이 여자는 콜린 파렐이

정말 비정한 남자인지 알아보기 위해

일부러 단 둘이 있을 때 음식물이 목에 걸린 척합니다.


숨 넘어가는 소리를 내며

콜린 파렐에게 도움의 눈길을 보내지만

콜린 파렐은 이게 '비정함 테스트'임을 알고 있었죠.


비정한 여자는 그제야 말합니다.


"우리 잘 어울릴 것 같죠."


아까 말했던 절름발이 남자 기억하시나요?


절름발이 남자도 구라를 칩니다.

코피가 시도 때도 없이 터진다고 하네요.


코피가 시도 때도 없이 터지는 여자가 맘에 들었거든요.




자, 여러분이 생판 모르는 누군가에

관심이 있다고 칩시다.


여러분은 그 사람과 가까워지고 싶습니다.

먼저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여러분에게는 너무 어려운 질문인가요?

대화로 시작해야죠.


그 사람도 호노카 짱을 좋아할 거라는 착각은

지금은 잠깐 접어두시고,

최대한 평범한 소재들 있잖아요?


그중에서도 좋은 타율을 보이는 건,

바로 공통점을 찾는 거죠.


정말 낮은 확률로 그 사람도 호노카 짱을 좋아한다면?

축하합니다. 인생의 동반자를 찾았네요.


공통점은 곧 공감대를 형성하게 되고,

공감대를 형성하게 되

더 많은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있는 여지가 생기게 됩니다.


한마디로 무한한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는 거죠.


그런데 이게 사람을 만나기 위한 필수 요소입니까?

절대 아니죠. 단지 수단 중 하나일 뿐입니다.


필수 요소가 된다면?


공통점이 없다는 이유 하나로,

이상형을 떠나보내야 하는 경우도 생길 겁니다.


아이러니하지 않나요?


공통점은 대화의 물꼬를 트기 위한 가장 쉬운 수단임에도

그것이 커뮤니케이션의 필수 요소가 되는 순간,


커뮤니케이션을 제한시키는 가장 큰 요인이 됩니다.


자, 구라가 왜 구라입니까?

걸려서 들통나니까 구라인 겁니다.


안 걸리면 그게 왜 구라겠습니까.

진짜고 사실인 거지.


콜린 파렐은 구라가 걸립니다.

그래서 호텔에서 튀어요.


여기서 구라 치다 걸리면,

아무도 되기 싫어하는 동물이 되는 벌을 받거든요.


그게 뭔지는 안 나옵니다.

그 동물이 기분 나쁠 수도 있잖아요?

요구르트 감독의 배려심을 느낄 수 있습니다.


솔로는 그렇게 갈궈놓고 동물은 배려해주네요?


대-감독 되시겠네요! 상도 많이 받으시구요!


아까 호텔 사람들이 외톨이들을 사냥한다고 했었죠?

콜린 파렐은 그들의 집단으로 들어갑니다.


이 집단의 우두머리를 한번 볼까요?


솔로 집단의 수장이니 그 비주얼이 기대가 됩니다.

과연 햄최몇일까요? 혹시 감튀파일까요?

체크무늬 셔츠를 좋아할까요?



그지 꼴을 해도 런웨이 같네요.

레아 세이두가 솔로 집단의 수장입니다.


저 밧줄로 묶여있는 돼지가 될 수만 있다면...

어떤 업계에서는 포상입니다.

(우리 업계라고는 안 했습니다.)


그나저나 요구르트 감독,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배우 낭비가 너무 심한 거 아닙니까?


자그마치 레아 세이두인데...

솔로 집단의 수장을...


그나마 콜린 파렐처럼 몸무게에 장난질 안쳐서

당신이 살아있는 걸로 아십시오.


뭐, 레아 세이두는 워낙 차가워 보이는 미인이니

다가가기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그럴 수 있어요


그럼, 집단의 구성원으로는 어떤 사람이 있을까요?

볼 것도 없죠.

이 세상의 솔로 중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는,

'우리 같은 사람'일 겁니다.


네, 자리 1.5인분 씩 차지하는 우리 같은 사람들이요.



FACT: 1970년생


이게 쌩얼


장난칩니까, 진짜?

양심이 있으면 나와서 얘기를 해보라 이거예요!


요구르트 감독, 밤길 조심하세요.

언젠가 어느 파오후가 당신의 손에 들린

핫도그를 노리며 습격할 겁니다.


현실에서 레이첼 와이즈는

다니엘 크레이그(제임스 본드)의 아내입니다.

영 좋지 못한 곳에 변이 생긴 제임스 본드를

품어줄 정도로 인격자란 말이죠.


상대적 박탈감이라는 게 이런 걸까요?

저런 분이 솔로라면, 커플은 대체 누가 됩니까?


HARDER!!!




스스로 위로하는 행위조차 금지된 곳에서

도망쳐 나온 사람들끼리 만든 집단이니 아주 자유롭겠죠?


하고 싶은 거 다 하고, 이것도 하고 저것도 하고ㅎㅎ


하지만 이 집단에도 나름의 규칙이 있습니다.


1. 서로에게 대화는 할 수 있지만 연정을 품는 것은 금지되어 있습니다.


2. 혼자 춤을 춰야 하기 때문에 일렉트로닉 음악만 듣습니다.


3. 뭐든지 스스로 해야 하기 때문에 자신의 무덤을 미리 파 놓습니다.


훈련소를 수료하자마자 자대 배치받는 꼴입니다.


수어사이드 스쿼드는 걸렀는데

난데없이 저스티스 리그에 잡힌 거죠.


메없산왕이라는 말이 있듯이

솔로도 커플들 없다고 아주 지들 맘대로입니다.


사람의 감정이라는 것은 생기라고 해서 생기는 것도 아니고

생기지 말라고 해서 안 생기는 것도 아니죠.


감정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여러분은 사랑을 해본 적이 있습니까?

갑자기 눈물은 왜 흘려요?


사랑은 눈에 보이거나 잡히는 게 아니죠.

수치화도 할 수 없습니다.


사랑의 정체는 대체 뭘까요?

딱 잡아서 정의할 수 있습니까?


특정 상황에서 느끼는 것이 사랑이라고 규정 지었을 때

그 상황에서 아무것도 느끼지 못하면 사랑이 아닌 걸까요?


저도 모릅니다. 제가 알면 지금 혼자겠습니까?


자, [더 랍스터]는 솔로에게 굉장히 부조리한 세계입니다.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야박하죠.


등장인물들은 이런 부조리에 가만히 있을 정도로

멍청한 사람들일까요?


그렇지만은 않습니다.

외톨이 집단은 호텔 습격을 결행합니다.


호텔의 주인장 내외가 자고 있습니다. 금실 좋은 부부죠.

멋진 목소리를 가지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외톨이 집단의 수장, 레아 세이두는

아내를 겁박하고 남편에게 묻습니다.


"저 여자를 사랑하나?"
"진심으로요."
"15점 만점으로 치면 얼마나 사랑하는 거지?"

"(잠시 고민) 14점."
"14점, 아주 감동적인 점수군.
저 여자를 정말 사랑하나 봐.
누가 죽는 게 더 낫다고 생각해?
혼자서도 살아갈 자가 누구지?"


남편은 뭐라고 대답했을까요?

굳이 말하지는 않겠습니다.

일단 14점만큼의 사랑은 상대방을 위해

목숨을 걸 정도는 아니라는 건 말하겠습니다.


레아 세이두는 대답을 들은 후

아무것도 하지 않고 방을 나섭니다.

만족스러운 목적을 이루었기 때문이죠.


사랑이라는 게 얼마나 허망하고 실체가 없는 것인지

커플들에게 일깨우는 것.


이거 괜찮은데요?

겁박하는 건 제가 맡으면 될 것 같습니다.


그나저나 호텔의 주인장 내외는

예전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요?




예로부터 인간은 무슨 동물이라 했습니까?

망각의 동물이죠.


사랑이 허상에 불과하다는 걸

직접 눈 앞에서 확인했음에도

레이첼 와이즈와 콜린 파렐은 사랑에 빠집니다.


레이첼 와이즈는 콜린 파렐을 보자마자

그와의 미래를 생각합니다.


콜린 파렐은 레이첼 와이즈가 근시라는 걸 알고 난 후,

급격하게 관심을 보이죠.


콜린 파렐도 근시거든요.


서로에게 매력을 느끼는 포인트가 다르죠?

남녀의 차이라고도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아무도 모르게 연애한다고 아주 지들끼리

몸짓 비밀 암호 만들고 신이 났습니다.


그들은 도시로 도망쳐 행복하게 살 계획을 세웁니다.


언젠간 레아 세이두에게 들키게 될 것이고,

들키게 된다면 아주 끔찍한 처벌을 받게 될 테니까요.


하지만 제가 뭐라고 그랬습니까?

들키기 때문에 구라라고 그랬죠?


레아 세이두에게 계획을 써놓은 일기장을 들킵니다.

레아 세이두가 이 둘에게 어떤 처벌을 내릴까요?

그 처벌은 어떤 업계에서 포상이 될 수 있을까요?


레이첼 와이즈는 수장과 함께 도시에 나가

영문도 모른 채 근시 수술을 받게 됩니다.

꺼림칙하지만, 수장이 하라면 해야죠.


레이첼 와이즈는 그렇게 눈이 멀게 됩니다.


나 대신 남자를 눈멀게 할 수도 있었는데

왜 본인이냐고 울부짖는 레이첼 와이즈.


여러분이라면 복수를 하시겠습니까?

복수고 뭐고 눈도 안 보이는데 일단 살고 봐야죠.


여차저차 숲으로 돌아옵니다.


콜린 파렐은 눈이 먼 그녀를 보고 당황스러워합니다.

눈이 멀었다는 것보다

공통점이 사라졌다는 것에 더 충격을 받은 것 같네요.


짜잔! 근시와 눈이 먼 것은 다른 거였습니다!


혈액형이 뭐예요?
블루베리나 블랙베리를 좋아하나요?
피아노를 칠 줄 알아요?
독일어는 할 줄 아나요?


콜린 파렐과 레이첼 와이즈는 공통점을 찾는데 실패합니다.


"키스해도 돼요?"
"날 동료로 챙겨주는 건 고마운데요. 그 이상은 곤란할 것 같아요."


그녀는 두려웠을 겁니다.

그에게 마음을 또 열었다가 어떤 변을 당할지 모르니까요.

게다가 이제 그와는 공통점도 없습니다.


콜린 파렐은 결심을 합니다.


레아 세이두를 기절시키고

레이첼 와이즈와 함께 도시로 도망치죠.


ㅌㅌㅌ


그들은 한 식당에 앉아있습니다.

콜린 파렐은 그녀에게 옆모습이나

손가락, 팔꿈치, 미소 등을 보여달라고 합니다.


그녀는 순순히 보여줍니다.


배꼽도 보여주려고 들지만

그는 괜찮다고 합니다.


그리고 스테이크 칼과 포크를 주문하죠.


뭘 할 작정일까요?


칼을 들고 화장실로 간 콜린 파렐은 거울을 봅니다.

그리고 눈에 칼을 가져다 댑니다.


아니, 정확히는 눈 앞이라고 해야겠군요.

칼을 쥔 손을 덜덜 떠는 모습이 보이네요.


화면 전환이 됩니다.

그녀는 계속 같은 자리에 앉아있습니다.


물 잔이 비어있는 걸 보니

시간이 꽤 지났군요.



콜린 파렐은 눈을 찔러 그녀와 공통점을 만들었을까요?


왜 돌아오지 않는 걸까요?


지금까지 [더 랍스터]였습니다.




꺼무 위키를 찾아보니 이 영화가 부조리극이라고 하네요.

부조?

제가 아는 부조리는 군 시절 때 당한 부조리뿐입니다.

보고 있나, 엄상병?


저는 부조리극이 뭔지 모릅니다.


따라서 그것에 관해 굳이 설명은 하지 않겠습니다.

궁금하면 알아서 찾아보길 바랍니다.


[더 랍스터]의 가장 큰 특징은 등장인물들이 비이성적이라는 겁니다.

현실 세계라면 절대 하지 못할 말과 행동을 하죠.


배우들은 표정이나 톤의 변화를

거의 주지 않으면서 연기를 합니다.


전혀 현실 같아 보이지 않죠.

오히려 기괴합니다. 아마 의도되었겠죠.


한마디로 일반적인 관념으로는

여기 나오는 인물을 이해할 수 없습니다.

그럼 어떻게 봐야 하느냐?


영화 전체를 하나의 은유라고 생각해봅시다.


[더 랍스터]의 세계는 어떤 세계입니까?

다름을 인정하지 않는, 배척하는 사회죠.

커플과 솔로가 양립하지 못하는 기형적 구조입니다.


커플이거나, 커플이 아니거나.


콜린 파렐이 처음 호텔에 들어갔을 때

이런 질문을 받습니다.


"이성애자입니까, 동성애자입니까?"


여러분은 본인의 성적 취향을 100% 확신하고 계십니까?

저는 이성애자지만, 사실 100% 확신할 수 없어요.


정말 멋진 사람이 나타난다면,

흔들릴 수도 있는 거 아닙니까?


차은우 같은 사람이 훅 들어오면

심장에 아무 요동이 없을 거라고 확신하십니까?


콜린 파렐은 이성애자이지만,

대학생 때 딱 한번

남자와 관계를 가져본 적이 있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양성애자라는 답변은 용납되지 않아요.


이번엔 신발 사이즈를 고릅니다.


44 반을 고르는 콜린 파렐.

하지만 메이드는 44 반은 없다며

44나 45를 골라야 한다고 말하죠.


중간이 없는 사회.

서로 벽을 세우는 사회.

흑백논리가 점철하는 사회.

회색분자가 규탄받는 사회.


커플은 좋고 솔로는 나쁘다.

커플이 되지 못하면 동물이 되어야 한다.

솔로는 인간 자격이 없다.




커플이 되기 위해서는 공통점이 있어야 하죠.


정말 공통점이 있어서 사랑에 빠진 커플도 있지만,

한쪽이 사랑에 빠져서 공통점을 꾸며낸 커플도 있죠.


억지로 만든 공통점은 대개 폭력적입니다.


일부러 벽에 코를 박아서 코피를 나오게 한다던가,

본인의 비정함을 어필하기 위해

투신자살에 실패한 사람을 보고

좀 더 고통받았으면 좋겠다고 말한다던가.


그리고 눈을 멀게 한다던가.


물론 상대방은 그렇게 하길 강요하지 않았습니다.

모두 자기 자신이 내린 결정이었죠.


하지만 레이첼 와이즈는 콜린 파렐이

자신을 사랑한다는 걸 알고 있었어요.

본인도 콜린 파렐을 사랑하는 건 물론이고요.


그럼에도 자신의 눈까지 멀게 하려는

콜린 파렐을 말리지 않습니다.


은연중에 상대방이 나와 같기를 바라는 마음.

나와 같은 불행을 겪기를.

한쪽만 행복하기보다 같이 불행하기를.


이 또한 폭력이네요.


저도 이 질문에서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저 자신을 돌아보게 되고 반성하게 되네요.


"나는 과연 상대방에게
 '나'를 강요하지 않았는가?"




자, 이렇게 첫 리뷰가 마무리되었습니다.


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의 이름은

몸값이 점점 오를 테니

어려워도 외워두는 것이 좋을 것 같네요.


[더 랍스터] 이후 [킬링 디어],

[더 페이버릿: 여왕의 여자]까지

3 연속 홈런을 쳤습니다.


저는 아직 [더 랍스터] 밖에 관람하지 못했는데

조만간 나머지 두 작품도 볼 예정입니다.


그것도 리뷰를 할지 말지는 제 맘입니다.


앞으로 제 머리로는 호두만 깨야겠습니다.


쉬운 영화를 택했어야 했는데

제게는 조금 버거운 작품이었네요.


그래도 만족스럽게, 재밌게 봤습니다.

특히, 오래간만에 결말까지

마음에 드는 영화를 찾은 것 같네요.


마음은 조금 아팠지만요.

커플일 때 봤으면 좀 더 행복하게 관람했을 겁니다.


그러니 솔로 분들은 되도록 이 영화를 관람하지 마세요.

커플이 될 때까지 존버 하는 겁니다.

버텨야 이 작품에 대한 평가가 떡상할 겁니다.


아시겠죠?! 명심하세요!

아무리 여러분들이 솔로 천국 커플 지옥을 외쳐도

여러분이 커플 되는 순간, 그 소리는 쏙 들어갑니다.


그냥 그 중간에서 박쥐처럼 왔다 갔다 하시는 게

여러분의 정신 건강에 도움이 됩니다.


본격 독자의 연애 사업부터 심리 상태까지

신경 써주는 리뷰!


투머치드러거 였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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