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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현수 Jan 04. 2021

좋아해야만 잘할 수 있는 겁니까?

싫어해도 열심히 하고, 잘할 수 있어요


"내가 일하는 일과 그 분야를 좋아하지 않으면, 일을 잘하기 힘들다. 돈이나 다른 목표만 보고 일을 해서는 잘할 수 없다. 늘지 않는다."


이전에 꽤 직급이 높은 어떤 한분이 그룹 대화방에서 위와 같이 얘기하셨다. 아무래도 본인은 좋아하는 것을 업으로 삼고 하고 있어서 이런 말을 한 듯하다.


일을 잘하기 위해 좋아해야만 할까? 꼭 좋아해야만 일을 잘할 수 있을까? 나는 나름 일을 그래도 꽤 잘하는 편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지금의 직급과 연봉을 가지고, 프로젝트를 리드해 나아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나는 코딩을 좋아하지 않는다. 심지어 학교 다닐 때는 싫어했었다. 이 일도 얼떨결에, 돈을 벌기 위해 시작했고, 내 성격과 잘 맞기 때문에 지금까지 잘해오고 있다. 프로그래밍을 아주 깊게 팔 정도로 관심은 없고, 그렇게 잘할 재능도 있지 않다.


나는 돈을 쫓으며 사는걸 원치 않지만, 이 또한 그만한 여유가 있어야 가능한 이야기인걸 깨달았다. 개개인이 돈을 목표로 하는 이유는 다양하다. 단순히 개인적인 사치욕에서부터, 집안이 어려워서 돈을 더 열심히 벌어야 하는 사람도 있고, 연봉이 본인의 자존감, 자존심이 되는 경우도 있다. 높은 연봉을 원한다고, 돈을 바라보고 일을 한다고 해서 그걸 가지고 그 사람의 태도나 역량을 낮게 판단하는 것은 절대 바람직하지 않다. 오히려 좋아하기만 해서 하는 당신보다, 목표를 가지고 훨씬 더 열정적이고 열심히 익혀서 효율적으로 일을 하는 사람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디지털 노마드 또한, 일하는 환경과 방식이 좋아서 노마딩이 가능한 업무를 선택하게 되는 사람들이 많다. 업무 자체보다, 업무 환경을 우선시하고, 그 환경이 좋아서 업무를 선택하는 경우이다. 이 업무를 지속해서 해야 디지널 노마드의 삶을 지속할 수 있을 것이다. 과연 이 사람들이 일을 잘 하지 못할거라고 말할 수 있을까?


지난 몇 년간 주변의 여러 권유에도 나는 Software Engineer - 개발자로 전향하지 않았다. 물론 개발자로서 일을 해보기는 했다. 나는 오히려 QA로서 방대한 소프트웨어 개발 관련 토픽에 대한 이해도를 통해 업무에 더 큰 영향을 줄 수 있고, 꼼꼼함과 세밀함 그리고 질문을 많이 하는 내 성격이 QA 관련 업무를 하는데에 있어 효과를 크게 끌어올리고 좋은 성과도 쉽게 내어지기 때문이다. 그래도 여전히 프로그래밍을 같이 하는 이유는, 아주 전문적으로 깊게 파지 않아도, 조금의 채찍질로 내 업무 역량을 더 많이 끌어올릴 수 있고, 더 경쟁력 있게 진급과 연봉 상승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일을 잘하고 싶은 욕심도 생기며 책임감도 생겼고, 자연스럽게 오버타임으로 일을 하게 되는 것 또한 나름 즐기고 있다. 게다가 덤으로, 지금의 이 자유로운 업무 환경이 좋고, 어떻게든 유지해야겠다는 생각이다.


아무리 좋아하는 것이라고 해도, 발전하지 못할 수 있다. 좋아한다면 노력을 더 하게 될 가능성이야 높지만, 개인의 성격과 맞지 않을 수도, 아무리 노력해도 재능이 없을 수도 있다. 반대로 좋아하지 않는 것이라도, 매우 탁월한 재능이 있거나 성격과 굉장히 잘 맞는 것이 있을 수 있다. 그러면 또 좋아하게 될지도 모를 가능성이 있겠다.


이런 편견을 가진 사람들이 의외로 많았다. 좋아하지 않아도, 일은 잘할 수 있으며, 열심히 할 수도 있다. 좋아함 외에도 동기부여는 여러가지가 있으며, 그것들은 도덕적인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닌 이상 안좋게 볼 이유가 하나도 없다. 상대방이 일을 얼마나 잘하는지 못하는지는, 그 사람의 개인적인 선호와 취향이 아닌, 그 사람이 해내는 업무와 일 그 자체를 보고 판단하도록 노력하는 것이 맞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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