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랜서의 승진 이야기
프리랜서와 승진이라는 단어는 같이 쓰이는 일이 없는 두 단어인 듯했다. 하지만 일어났다.
지난 3월부로 승진하여 정식으로 리드 포지션을 맡게 되었다. 프리랜서 주제에 말이다. 그동안 building trust를 잘 해와서 가능했던 일인 듯하다. 이전까지 계속해서 기술 관련 리드 (Responsibility)를 담당해왔었지만, 리드 포지션 (Role)은 좀 다르다. 적어도 내가 다니는 회사에서는 말이다.
현재 다니는 회사에서의 Lead는 Manager를 뜻한다. 어떤 파트냐에 따라 호칭이 조금씩 달라진다. Cross-functional 팀의 매니저는 Engineering Manager로 불리며, 그 외의 팀 리드들은 모두 Lead로 불린다. QA팀은 Cross-functional 팀의 일부이지만, 전략 관리는 따로 하는 방식이다.
Career path는 시니어 레벨 이후로 두 갈래로 나뉜다. 기술적으로 집중하고 더 리드해나가는 전문가 path가 있고, 팀과 팀원들을 관리하는 리더십 path가 있다. 우리 부서는 지금 사람이 부족해서 나는 두 가지 path를 양다리를 걸친 포지션이 되었다.
Manager가 기본적으로 하는 일은 무엇일까?
- 팀원들의 퍼포먼스, 연봉, 사내 문제, 휴가 등 관리
- 팀원들의 개인적 성장 서포트
- 팀 전체 전략과 예산, 고용 계획 및 관리
개인적으로는 기술적인 path로 나아가고 싶었지만, 공석이 생겼고 디렉터가 병행해보는 것을 제안을 해 고민 끝에 덥석 물었다. 리더십은 나에게 잘 어울리지는 않는 옷일 거라고 생각했지만 디렉터는 다르게 봐온 모양이다. 이런 기회는 내가 원할 때 오는 게 아니기에, 왔을 때 해봐야 나에게 맞는지 안 맞는지 알 수 있을 거 같아 수락하게 되었다.
이제 딱 한 달이 지나 아직 리드로서의 핸드오버도 다 받지 못한 상황이지만, 벌써부터 여러 일들이 마구 쏟아지고 있다. 그동안 몰라왔던 다른 팀원들의 문제점들, 급작스런 사표를 낸 팀원의 빈자리를 메꾸기 위한 일시적 계획 및 다급한 채용준비, 이 와중에 테크니컬 프로젝트들 병행. 시니어 이후 진로의 갈림길이 2개가 되는 것이 왜 그런지 한 달 만에 이해가 확실히 되었다. 이걸 다 잘 해내기란 쉽지 않은 듯하다.
여러 유명한 Tech Lead/Manager들이 하는 말이 있다. Engineer에서 Lead/Manager가 되는 것은 승진이 아니라 새로운 진로를 시작하는 것이라고. 그만큼 내가 메인으로 하는 일이 완전히 달라지며, 그동안 해왔던 일들은 이 일들을 위한 바탕이 된다. 격렬하게(?) 공감이 된 부분이었고, 이 새로운 진로를 위해 정말 공부를 해야겠구나 생각이 들었다.
내 현재 목표는 우리 팀원들을 잘 서포트하는 것이다. 개개인의 성격, 일하는 방식, 원하는 진로, 건강상태, 동기부여 등을 잘 파악하고, 뒤에서 밑받침해주는 것. 매니저는 이끌어나가고, 뒤에서 밀어주는 것이 아니다. 성장만 하라고 요구하는 위치도 아니다. 팀원들이 다 같이 이끌어 나가고 서로 밀어주며 성장하도록 각자를 도와주는 사람이다. 사람이 성장이 있으면 쉼도 있고, 성장의 속도와 주기, 방향, 필요성 또한 다 다르다. 그렇기에, 내 위치에서 회사에서의 필요함과 팀원들의 가능한 능력치와 필요함을 적절히 조율해서 8시간 업무시간 안에 가장 적절한 구성과 전략을 세우는 것이 관건인 듯하다.
이렇게 하나하나 신경 쓰고 관리할 것들이 많은데 심지어 원격으로 팀을 이끌어야 하다 보니, 쉽지 않다. 물론 나는 지금 팀원들의 대부분은 내가 직접 대면했던 사람들이지만 지금 그리고 앞으로는 계속 원격으로 교류해야 하기 때문에 그만큼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할 것 같다. 여태껏 내가 나서서 하던 일을, 이제는 팀원들이 그렇게 하도록,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내 일이다. 우선 시작을 확실하게 해야겠다. 매니저의 가장 중요한 시작점, Building tru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