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전현수 Apr 05. 2021

재택근무를 하며 불편해진 것들

당연하던 것들이 가끔 그리울 때


코로나 19로 재택근무를 계속하게 되고, 이제는 내 기본 일 환경이 되었다. 출근할땐 당연하던 것들이, 근무환경의 변화로 그리운 것들이 가끔 생겼다. 팀원들과의 소소한 스몰토크, 출퇴근하며 에어팟으로 듣던 노래와 라디오. 출퇴근 지하철에서 가끔 마주치던 동료들. 미팅룸이 모잘라 주변으로 나가 산책하며 미팅하던 이런 작은 것들이 지금은 할 수 없는 것들이다.


끼니는 집에서 해결한다. 사실 해외에서 혼자 살 땐, 혼자서 뭘 또 해 먹어야 하나 늘 고민이었고, 옵션은 많지 않았다. 배달은 피자, 버거, 케밥 정도가 다였고, 한식은 무조건 해 먹어야 하는 데다, 재료 또한 아시아마트를 가서 잔뜩 사 와야 했다. 그래도 내가 먹어야지 하는 건 웬만해선 기본적인 건 먹을 수 있었다.


한국에 와서 가족들과 지내니, 배달도 거의 다 가능하고 메뉴도 다양하고 해먹을 수 있는 건 너무 많은데, 먹고 싶은걸 마음대로 먹을 수가 없다. 끼니를 혼자 때우지 않으니 내가 먹고 싶다고 먹을 수가 없어졌다. 해외에서 김치찌개 한 솥 끓여놓으면 2-3일은 졸여서도 먹고, 라면도 넣어먹고, 부대찌개로 바꿔서 먹어도 별 문제없는 저는, 한국에서 코로나로 인해 메뉴에 더욱 까다로워진 가족들과 생활은 쉽지 않다. 한 가지 메뉴는 한 끼, 아니 일주일 이상 질려하고, 매 끼니 새로운 걸 먹고 싶어 하는데, 이 이상 새로운 걸 먹으려면 새로운 메뉴를 창조해 내야 할 듯하다. 나는 너무 많아서 못 고르지만 가족들은 없어서 못 고른다. 내가 한마디 한다. "배가 부르셨어"


가장 큰 문제는 소비가 늘었다. 내가 직접 구매해야 할 기본/사무 용품들이 하나 둘 생겼다. 휴지도 더 많이 쓰게 되고, 회사에 즐비하던 USB 충전 케이블, 펜, 연필, 가위, 테이프 등 소소한 것들이 아주 가끔 필요하게 되어 하나씩 사게 되어 소비가 늘어난 것 같다. 셰프의 점심과 여러 음료수, 맥주가 무한으로 빵빵 히 차있던 회사 냉장고를 그리워하며 비타 500과 제로콜라 24캔 박스를 최대 할인으로 구매하고, 코로나 19 덕에 건강도 더욱 챙기겠다며 가습기까지 추가로 샀다. 지난 8년 가까이 하루의 반 이상을 회사에서 보냈기에 외출복에 힘써왔던 지난 생활들은, 이제는 집 안에서 입는 옷과 잠옷의 경계선에 적당히 신경을 쓰기 시작했다. 그래야 화상 미팅도 편해지기 때문이다.


책상과 의자가 들어올 공간이 딱히 없는 작은 방 한 칸에 결국 내 허리와 건강을 지키겠다고 낮은 서랍장 위에 책상처럼 얹어서 쓸 수 있는 루나랩 스탠딩 테이블과, 적당히 괜찮은 듀오백 의자까지 구입했다. 나름 계획해보겠다고 한 달에 큰 물품 하나씩만 산다고 다짐했는데, 매달 뭘 사지 고민은커녕, 이미 다음 달과 다다음달에 살 물건들이 예약되어있다.


여가와 즐거움은 미디어에 더욱 치우쳐졌다. 뒤늦게 VOD에 합류하여, 넷플릭스, 티빙, 시즌 삼박자를 갖추고 모든 콘텐츠들을 원할 때 시청한다. 마지막 자존심이랍시고 VPN의 세계까지는 발을 넓히지 않았다. 2021년 디즈니 플러스가 하루라도 빨리 한국에 론칭했으면 한다.


재택근무는 몸과 마음은 조금 편할지 모르지만, 잘못하면 시간과 돈을 컨트롤하지 못하고 낭비하기 쉽다. 건강을 항상 더 우선시하는 나는 원격/재택근무를 훨씬 선호하지만 그만큼 나를 더 컨트롤해야 한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