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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시 은둔자 Dec 24. 2023

르몽드에서 뽑은 꼭 봐야 할 이번주 5편의 영화 추천

연말과 연초에 볼만한 가족영화와 만화영화

한국은 12.12 군사 반란을 다룬 영화 ‘서울의 봄’이 천만 관객을 돌파하고, '노량'이 뒤이어 개봉하며 연말의 극장가를 뜨겁게 하고 있다. 프랑스는 성탄과 성탄 방학을 맞아, 아이들을 위한 만화영화가 물결을 이루는 가운데, 르몽드에서 추천한 가족을 테마로 한 이번주 영화와 개성 만점의 만화영화를 소개하려고 한다.   


Menu-Plaisirs - Les Troisgros

de Frederick Wiseman 프레데릭 위즈만


스펙터클이 펼쳐지는 주방에서 만들어 내는 menu-plaisirs (즐거움 정식? 환희의 코스요리?)

다큐 감독으로 유명한 위즈만이 그려내는 세계 최고의 레스토랑 중 하나인 트루아그로, 그 가족의 역사와 전통, 레스토랑의 화려한 음식의 향연 뒤에 펼쳐지고 있는 공동체의 의식과 장소, 무대로써의 주방에서 펼쳐지는 공연을 생생하게 들여다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영화!


프레데릭 위즈만은 56년간 40여 편의 영화를 만들어온 감독이다. 그는 코미디 프랑세즈와 연극 영화 La Comédie-Française ou l’amour joué (1996), 오페라와 발레 영화 La Danse. Le Ballet de l’Opéra de Paris (2009), 그리고 크레이지 홀스 Crazy Horse (2011) 등 프랑스의 문화기관에 대한 다큐를 찍었다.

위즈만 감독이 이번에는 Menus-plaisirs - Les troisgros로 미슐랭 가이드에서 별 셋을 받은 루아르 지역 로안(Roanne)에 위치한 고급 레스토랑을 탐험한다.


위즈만의 영화에서 흥미로운 것은, 장소 자체로 미장센을 끌어내는 것이다. 감독은 오랜 세월 동안 형성된 자신의 방식으로 주방이 미장센으로 되게 한다. 어떤 해설도 달지 않은 채, 긴 관찰의 시간과 시사적인 편집으로 관객이 스스로 주방과 요리를 둘러보게 만든다. 영화에서는 240분에 달하는 주방의 스펙터클이 펼쳐진다.


Menus-plaisirs는 셰프가 제안하는 특별한 요리의 조합이나, 선별된 식사 메뉴로, 다양한 맛과 요리 경험을 제공하는 스페셜한 옵션이다. Les Troisgros(트루와그로 가족)는 1930년에 앙드레와 그의 아내 마리에 의해 문을 연 레스토랑이다. 그 후 5대에 걸쳐 가족 사업이 지속되며, 미슐랭 가이드에서 55년간 별 셋을 유지하고, 프랑스 현대요리 발전에 기여하고 있는 세계 최고의 레스토랑 중 하나이다. 4대인 미셸의 아들 세자르는 Le Bois sans Feuille 레스토랑을 운영하고, 레오는 두 개의 Troisgors 중 한 레스토랑인 la Colline du Colombier의 대표다.

로안의 시장에서부터 치즈 숙성 저장고, 포도밭과 유기농 축산, 레스토랑의 채소밭까지, 영화 Menus-plaisirs는 최고 레스토랑 주방의 감각적이고 가족적인 여정을 그린다. 영화는 먼저 조형적인 측면에서 주목할만하다. 카메라는 요리기술에 의해 변형되는 식재료에 주의하며 또 다른 효과를 가져온다. 재료들의 대축제, 형태, 질감, 색상의 왈츠는 리드미컬한 감각으로 결합되고 편집된다. 공동체의 의식이 펼쳐지는 극적인 장소, 위즈만은 레스토랑을 공연이 펼쳐지는 무대에 비견하는 것을 주저하지 않는다.



Pour ton mariage 너의 결혼식을 위해

de Oury Milshtein 우리 밀슈테인


이 영화는 66살의 Milshtein이 자신의 인생 여정을 되감으며 가족을 이야기한다.

40여 년간 영화제작자로 활동한 Milshtein의 첫 영화로, 자신의 삶이 닮긴 가족 아카이브와 최근 가족 영상을 엮어 만든 다큐이다. "모든 것이 매우 직관적이고, 모든 것은 욕망의 문제였다. 나는 어떤 것도 강요하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대사조차 쓰지 않았다."라고 감독은 밝혔다.


이 작품은 영화적 요소가 적지만, 예상치 못한 영화적 광대함이 있다. 영화의 장르는 멜로영화도, 가족 영화도, 일기형식도 아니다. 그저 있는 그대로를 보여주는 감독의 용기가 전제되고, 한 남자가 살아오며 갖게 된 세계관에 공감하며 큰 감동이 전해진다.   

영화는 유명가수 엔리코 마샤스(Enrico Marcias) 딸 Jocya와의 결혼식 영상으로 시작된다.

감독은 “30년이 지나서도, 과도하게 쇼로 바뀐 결혼식 때문에 Jocya를 비난하게 될 줄은 몰랐다”라고 하면서도, 아이러니하게도 이 영상 덕분에 영화가 출발하게 된다. 4-5대의 카메라가 결혼식을 찍으며, 결혼식은 전문가의 손길로 영화처럼 기록된다. 30년간 방치하고 보지 않던 감독은 새삼스레 감동적 순간들로 가득한 재미있고 흥미로운 영상으로 느끼며, 그때 그곳에서부터 ‘가족 세우기’를 시작했음을 깨닫는다. 결혼, 두 아들, 이혼, 세 딸, 또 다른 이혼, 사귀던 여인의 죽음. 감독은 자신의 심리치료사 묘지에서 이런 삶의 명세서 작성한다. 우리의 부모들은 우리에게 무엇을 물려줬을까? 그리고 나는 내 자녀에게 어떤 것을 남길 것인가?



La fille et son père 아빠(만)의 딸

de Erwan Le Duc 에르완 르 뒥

올해의 칸영화제 비평가주간의 폐막식 초청작


르몽드의 기자였던 감독은, 시나리오 작가로, 단편 영화감독에서 2019년 Perdrix라는 첫 장편으로 데뷔했다. 칸에서 소개된 Perdrix는 로맨틱 코미디 영화로, Pierre Perdrix이라는 독신 경찰대위가 그의 어머니, 동생과 함께하는 일상을 그린다. 그의 동생은 12살 딸을 혼자 키우는 아빠로, 그의 이야기가 감독의 두 번째 영화인 ‘아빠의 딸’이다.  

이 이야기는 아빠와 딸이 떨어져 살게 되는 상황 속에서, 아빠를 포기하지 않으면서 떠나고 싶은 딸과 딸과 떨어지는 것이 불안한 아빠, 각자의 독립 연습 과정을 그린다. 이 영화의 시나리오는 2020년 3월의 코로나로 인한 첫 번째 봉쇄 때 시작되었다. 감독은 당시 가족들과 특히 딸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면서, 아빠와 딸, 부모와 자식의 무조건적인 사랑에 대한 시나리오를 써나간다.

이 영화는 아빠 에띠엔 Etienne (Nahuel Pérez Biscayart)이 딸 로자 Rosa (Céléste Brunnquelle)를 혼자 17년간 키우다, 딸이 메츠 보자르로 공부를 하러 떠나며 벌어지는 이야기이다. 에띠엔은 축구코치이고, 무척 다정한 아빠이면서, 딸을 버리고 떠난 여인과의 비극적 추억에서 도망치는 사람이다. 경기장에서 “공을 한번 찰 때마다 감정을 담아”라고 처칠을 인용하고, 딸은 붓에 마음을 담아 부분 부분을 모아가며 큰 얼굴을 그린다. 아빠가 축구장의 흰색 경계선 안에서 “빛나야 해”라고 말하듯, 딸은 화폭 속에서 상처를 딛고 자신의 빛나는 조각을 만들어 간다.

Arte.tv에서 방영 중인 사물 속의 시를 발견하며, 현실주의를 오간다고 얘기하는 ‘Sous Contrôle' 시리즈도 같은 감독의 작품이다.



Sirocco et le royaume des courants d'air 시로코와 바람의 왕국

de Benoît Chieux 브누아 슈


2023년 안시국제애니메이션영화제와 부천국제애니메이션페스티벌에서 관객상, 우수상, 특별상(음악상)등을 받는 뛰어난 어드벤처 판타지 영화다.


막 다섯 살이 되는 줄리엣과 여덟 살인 언니 카르멘이 이웃에 사는 동화작가 아그네스 집에 놀러 갔다가, 바람을 조종하는 변덕스러운 마법사에 대한 동화책 ‘시로코와 바람의 왕국’을 발견한다.

자매는 책 속에서 바람의 왕국으로 연결되는 통로를 발견한다. 그리고 환상적인 바람에 휩쓸려 다른 세계로 떨어져 고양이로 모습이 변한다. 초현실적인 세계로부터 원래의 세계로 돌아오려면 바람을 지배하는 무시무시한 시로코를 찾아야 하는데...

두 소녀의 모험이야기 [시로코와 바람의 왕국]은 익숙한 이야기에 섬세하고 독보적인 표현력, 과감한 상상력과 시적인 언어, 음악이 더해진 작품이다. 곡선의 아름다움을 부각한 움직임, 생태주의 시각은 미야자키 하야오의 영향을 받았다. ‘오즈의 마법사’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등 환상의 세계에서 집을 찾아가는 소녀의 여정을 다룬 동화는 익숙한 스토리에 예술적인 표현이 어우러진 영화다. [시로코와 바람의 왕국]은 감각적이고 과감한 선이 꿈틀대고 감정이 색채로 변하는 생기발랄하고 풍부한 상상력의 영화다.

주인공 줄리엣의 나이인 5살 어린이부터 가족 모두 함께 보기에 적합한 영화로 추천한다.



The Inseparables (les inséparables)

de Jérémie Degruson 제레미 드그뤼송

토이스토리 작가들이 쓴 시나리오


‘시로코와 바람의 왕국’이 2D 영화라면, The Inseparables은 2D와 3D가 영리하게 혼합한 영화다.

상상력 넘치는 꼭두각시 인형 Don이 뉴욕 센트럴 공원의 낡은 극장에서 몇 년째 어릿광대 역할을 하고 있었다. 딱 한 번만이라도 진짜 영웅의 역할을 꿈꾸던 Don은 용기를 내서 극장 밖으로 모험을 떠난다. 도중에 스타 랩가수가 되고 싶어 하는, 버려진 봉제인형 DJ Doggy Dog을 만나 친구가 된다. 뉴욕의 거리에서, 공원과 하수구에서 톡톡 튀는 많은 친구들을 만나며 기사적인 욕망을 실현한다.

Don은 돈키호테에서 영감을 받은 캐릭터다. 평범한 일상 속에서 끊임없이 광대를 연기하는 상상력 풍부한 Don은 자신이 영웅이라는 꿈을 찾아 세상으로 모험을 떠난다. 그는 친구들과 함께 보잘것없는 사람도 큰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아이들은 특히 DJ Doggy Dog을 좋아하는데, 감독의 최애 캐릭터도 같다. 그는 “항상 긍정적이고, 그 누구도 편견 없이 수용하는 DJ Doggy Dog은 나에겐 아이들의 즐거움, 두려움 그리고 희망을 대표하는 인물이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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