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한국으로 돌아가는 비행기는 오후에 출발한다. 이제 우리에겐 고작 반나절밖에 남지 않았다.
1분, 10분 지나가는 시간이 왜 이리 아쉬운지.
조금 더 아이슬란드에 머물고 싶어 아침 일찍부터 일어나 캐리어를 정리하고 방을 청소했다. 점심을 먹기에는 촉박하고, 공항으로 향하기엔 애매한 시간. 그동안 시간이 맞지 않아 가지 못했던 가게를 마지막 식사로 선택했다. 바로 TV에서 조정석 님이 혼자 그토록 맛있게 먹던 누들 가게, Noodle Station이다.
레이캬비크 시내로 향하는 길목에 위치한 가게는 누가 봐도 ‘여기는 누들 파는 곳'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가게 유리창에는 빨간 글씨로 크게 판매하는 누들의 종류를 써 놓고, 친절하게 가격까지 쓰여 있었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따뜻한 온기와 함께 고기육수 향이 우리의 코를 제대로 때린다.
순간 입에서 침이 고이기 시작한다. 거기에 집중하며 호로록 음식을 넘기는 사람들의 사운드까지. 시각, 후각, 청각을 동시에 유혹하니, 이곳에 들어오면 그 누구든 누들을 먹지 않고서는 못 배길 지경이다. 메뉴는 단순하지만 배려는 잊지 않았다. 비프, 치킨, 그리고 채식주의자를 위한 베지터블 메뉴 중 하나를 고르고 종업원에게 말하면 땅콩 토핑을 넣어도 되는지 묻는다. 오케이를 외치고 5분 정도 기다리면 따끈하고 맛있는 요리가 완성. 자리에서 맛있게 먹어주면 된다.
아이슬란드에서 먹는 태국식 쌀국수라니. 생각보다 태국의 그것만큼 센 향신료의 맛은 많이 느껴지지 않는다. 오히려 담백함에 가까울 정도. 오리엔탈을 강조하기 위해 간장소스를 많이 쓴 것 같다. 일본의 장국이 생각나는 맛이다. 서로 비프와 치킨을 시켜 나눠먹었다. 메뉴에 따라 육수도 달라, 서로의 국물을 맛보는 재미가 있다. 원샷을 때리는 다른 사람들처럼 우리도 호로록호로록, 금세 한 그릇을 비웠다. 쌀쌀한 아이슬란드의 날씨와 너무도 잘 어울리는 훈훈한 한 그릇이었다. 차라리 맛이라도 없었으면 미련이 없었을 텐데. 마지막까지 눈물 나도록 좋다. 이 나라는.
다녀와서 며칠간 그 맛을 그리워했는데 얼마 전, 서울 광화문에 분점이 생겼다는 소식을 들었다. 조만간 다시 다녀와 그때의 맛을 추억하고 싶다.
빡빡한 일상. 쉴 엄두는 내지도 못하고 매일을 보내다 맞이한 뜻밖의 일주일, 뜻밖의 아이슬란드. 꿈같은 곳에서 낭만을 만끽하고 그 누구의 간섭도 받지 않고 물 쓰듯 여유를 남발했다. 여행을 하며 인생의 여정에 대해 다시 생각하고, 새로운 날들을 상상하고 기대했다. 서로 그 어느 때보다 많은 이야기를 나누며 각자의 생각을 정리했다. 시간이 허락하지 않아 아쉽게도 가보지 못한 몇 군데는 다음을 위해 남겨두기로 했다. (물론 이번에 보지 못한 오로라도!) 여행은 이 아쉬움에서 다시 시작하니까. 이제 정말 일상으로 돌아가야 할 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