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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UX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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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verux Nov 04. 2020

토스(Toss)

나는 한 때 Toss 전도사였다.

토스는 간편 송금을 기반으로 다양한 모바일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는 App이다. 토스가 최초 등장했던 시기를 나는 기억한다. 토스 외의 모든 은행 App들은 이체를 위해서,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입력하고 공인인증서와 보안카드 또는 OTP를 활용해야 했다. 처음 로그인했을 때 입력했던 ID/PW를 이체시 왜 다시 입력하는지 납득이 되지 않았다. 하지만 대안이 없었고, 그래서 은행이체를 할 때마다 아까운 시간을 허비했다.


토스는 2015년 2월 출시하여, 2018년 10월 누적가입자 수 1,000만명을 돌파했다. 우리 나라 인구가 5,000만명이라고 어림 잡으면 인구의 약 20%가 사용하게 된 것이다. 토스는 2018년 12월 세계적인 투자회사인 클라이너 퍼킨스와 리빗 캐피털로부터 8,000만 달러를 추가 투자 받았다. 성공한 서비스임에는 분명하다.


내가 처음 토스를 사용했을 때, 사람들은 이 서비스를 생소해했다. 이렇게 이체가 쉬워도 되는지 의문을 가졌고, 지원하는 은행도 메이저가 아닌 전북은행, 제주은행 같은 곳들이었기 때문이었다. 난 왜인지 모르겠지만, 당시 전북은행 계좌를 갖고 있어서 바로 사용해 볼 수 있었다.


첫 UX는 가히 혁명이라고 할 수 있었다. 무료 송금횟수는 제한됐지만, 그래도 기존 은행 App을 이용하면 5분 이상 걸리던 이체를 아무런 추가 인증서 없이도 30초 이내에 보낼 수 있었다. 난 이 서비스에 열광했고 회사 내에도 틈날 때마다 주변 사람들에게 써보기를 권했다. 진심으로 망하지 않기를 바랐던 서비스였다.


하지만, 그 때 이후로 4년이 흐른 지금 토스의 경쟁 서비스는 매우 많아졌다. 은행 앱들은 간편 인증을 도입하고 비대면 계좌 개설등을 지원하여 편의성을 높였고(물론 여전히 은행 App들은 복잡하다.), 페이코, 삼성페이, 네이버페이, 카카오페이 등은 간편 결제를 바탕으로 추가적인 금융 서비스를 덧붙여가며 그 세를 과시하고 있다.


이제 송금이라는 서비스만 놓고 보면 다른 서비스 대비 큰 장점이 사라진 셈이다. 게다가 최근엔 업데이트로 인해 무료 송금횟수도 줄었다. 토스는 최적화된 UX를 바탕으로 경쟁자들의 추격을 뿌리칠 수 있을까? 충분한 진입장벽이 형성된 것일까? 


Toss는 최근 UI와 정책을 크게 변경시켰는데, 데이터로 그 결과는 확인해봐야겠지만, 개인적으로는 부정적 영향을 주지는 않을까 염려스럽다. 


1.  송금횟수를 무제한에서 10회로 줄였다. 물론 과거 무제한이었던 송금 횟수는 토스 전용 계좌로 한정됐다. 이런 간편 송금서비스가 토스만 있다면 큰 무리는 없을지 모르나 이미 유사 송금 서비스가 많이 생겼고, 이제는 토스만큼 이체도 간편해졌다. 메신저 기반으로 이체가 가능한 카카오페이나, 무제한 송금이 가능한 은행 App / 특히 카카오뱅크 같이 UX이 토스 못지 않게 좋은 서비스들이 송금 측면에서는 보다 큰 강점이 되버렸다.


2. 기존 이체 경험과 다른 UI : 변화된 Toss 화면을 살펴보면, 송금 할 때 은행을 선택하는 항목이 없다. 은행 선택 없이도 계좌번호만 입력하면 그에 맞는 은행이 자동으로 입력하는 것을 지원한다. 이 과정은 깔끔하다. 하지만 다른 곳에서 문제가 있는데, 그것은 계좌를 입력하는 정보 하단에 내 계좌 정보가 함께 노출되다 보니, 송금할 계좌를 선택하라는 것인지 순간 헷갈린다. 보다 명시적으로 보낼 계좌와 받는 계좌를 시각적으로 잘 구분했으면 어떨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또한 보내는 사람 통장에는 다른 이름으로 기록되게 할 수 있지만, 내 통장의 이체 정보는 지정할 수 없다. 이 부분은 아마 금융기관과 제휴된 방식으로 인한 구조적 한계로 보인다. 


토스의 킬러 서비스는 분명 송금이었다. 이제는 송금이 아닌 다른 곳에서 그 답을 찾아야 할 때가 된 느낌이다. 물론 계좌 내역을 통합 조회하거나 다양한 금융 상품을 쉽게 거래할 수 있는 중개 플랫폼으로써의 역할은 여전히 다른 경쟁사 대비 좋은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하지만 2%의 디테일이 부족하다. 위에서 말한 기존 이체 경험과 다른 부분이라던지, 금융 상품 투자시 이익을 세후로 보여주지 않고 세전으로만 표시한다던지, 상품권 구매 같은 부가 서비스가 존재하지만, 다른 곳에서 구매하는 것 대비 아무런 매력(할인 혜택 등)이 없다라던지 등은 풀어가야할 숙제다.


왜냐면 토스의 주 사용자층이 가격에 민감한 20대이기 때문이다. 이들은 언제든지 더 좋은 서비스가 생겨나면 다른 곳으로 쉽게 떠나갈 수 있다. 송금이라는 킬러서비스는 이제 더 이상 매력적이지 않다. 


지금도 충분히 좋은 서비스고 매력적이지만, 조금 더 디테일을 가져가기를 희망해본다. + 사용자층은 이제 충분히 확보했으니 수익을 낼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도 갖췄으면 좋겠다. 수수료 모델로는 한계에 부딪힐 것 같다. 쿠팡과 같은 대규모 물류 투자로 적자를 내는 비즈니스는 토스의 경우에는 아니기 때문이다.


https://blog.toss.im/2018/06/18/team/insight/korean-fintech-startup-toss/

http://biz.chosun.com/site/data/html_dir/2018/11/08/2018110802551.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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