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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verux May 28. 2020

6:4의 법칙

회사생활 길라잡이

회사에서 많이 듣는 말 중 R&R(알앤알)이라는 단어가 있다. Role&Responsibility의 줄임말로 역할과 책임이라는 의미를 지닌다. R&R은 조직/개인 간의 책임 소재를 나누고, 내가 할 일이 무엇인지 알려준다는 점에서 긍정적이지만, 다른 한 편에서는 책임을 떠넘기거나 원활한 협업을 방해하는 도구로 활용되기도 한다.


잘 나누어진 R&R은 그 본연의 역할을 수행하나, 조직 단위에서든 개인 단위에서든 R&R에는 회색지대가 있다. 만약 내가 어떤 업무를 배정받은 Junior 담당자라고 생각해보면, R&R만 따지고 보면 보고를 하거나 업무 범위를 정하고, 스케쥴링을 하는 역할은 나의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기 쉽다. 이런 상황에서 리더는 미처 인지하지 못했지만, 업무 범위에 영향을 주는 요인을 알게 되었을 때 Junior로써 어떻게 행동 해야할까?


R&R을 생각하여 모른 척 해야할까? 아니면 이야기해야 할까? 약 10여년간 회사 생활을 하면서, 내가 경험한 바로는 이런 상황에서는 6:4의 법칙을 활용하는 것이 꽤나 유용한 판단 기준이 된다는 점이다.


즉 내가 약간의 R&R을 벗어난 희생을 하는 정도의 일인가? 아니면 혹사 또는 과도한 야근을 요구하는 일인가를 따져보는 것이다. 내가 약간 희생한다는 마음은 어떤 일이 주어졌을 때 상대방보다 내가 10~20% 정도 더 노력한다는 느낌을 전달하는 것이다. 받아들이는 입장에서는 경우에 따라 6:4로 느끼지 않고 5.5:4.5나 5:5로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적어도 4:6으로는 느끼지는 않는다. 단기적으로는 분명 손해보는 느낌을 받을 것이다. 하지만 중장기적으로 이 방법은 오히려 효과를 발휘한다.


첫 째, 불필요한 커뮤니케이션을 줄여준다. 회사 생활 업무 중 상당수는 회색 지대의 영역이 있다. 회색 지대의 업무를 피하려면 잔머리를 굴리거나 교묘한 언변이 필요한데, 생각보다 이 과정은 피곤하다. 그리고 상대방에게 불쾌감을 줄 수도 있다. 6:4의 법칙을 생활화하면 이런 고민이 꽤나 사라진다. 왜냐하면 회색지대의 업무에 대한 논쟁 포인트가 사라지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상대방은 나와의 커뮤니케이션을 회피하거나 말꼬리를 잡는 등의 논쟁을 하지 않게 된다. (회사 생활에서 커뮤니케이션으로 인한 불필요한 감정 소모를 경험했던 사람이라면 이 느낌이 무엇인지 알 것이다.)


둘 째, 평판이 좋아진다. 탁월한 천재가 아닌 이상 회사 생활은 사람과 사람 간의 관계가 중요하다. 조직 내에서 어떤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다른 사람의 도움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6:4의 법칙을 생활했다면, 상대방은 감정이 있는 경우가 아니라면, 험담을 하지 않을 확률이 높다. 그리고 도움을 요구했을 때, 조금 더 협조를 얻기 쉬워진다.


셋 째, 서로에게 솔직해진다. Junior에서 Senior 역할, 그 이상으로 올라갈수록 솔직한 피드백을 듣기 어렵다. 그럴 때, 6:4의 법칙은 힘을 발휘한다. 회사 내에서는 상대방이 자신을 이용할까 두려워, 자신의 취약점을 드러내기가 쉽지 않은 경우가 많은데, 6:4의 법칙은 그러한 부분을 상쇄시킨다. 솔직한 커뮤니케이션이 오고 가다보면, 좋은 결과를 얻어내기가 더 쉬워진다.


다만, 6:4의 법칙에서 주의할 점은 있다. 회사든 사회든 사람이 모이는 곳엔 빌런이 있다. 이런 부류는 나에게 7:3의 역할을 하기를 요구한다. 신입사원 시절 뭣 모르고, 열심히 한다는 마음가짐으로 이렇게 행동했던 것 같다. 7:3이 되어가는 순간 그 때는 동료가 아니라, 나는 상대방의 호구일 뿐이다.(당시 매일 야근과 주말출근을 했었다.) 만약 상대방이 나를 7:3으로 이용한다는 느낌이 든다면, 그 때는 과감히 손절하거나 원칙대로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건 내 R&R 아닌데요~" 라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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