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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ngela B Mar 23. 2022

부에노스아이레스에 온 지 이제 한 달이 되었다.

이곳에 온지 한 달을 기념하며 다시 브런치 플랫폼에서 글쓰기 시작.

0.

익숙한 네이버 블로그 플랫폼으로 나름 야심차게 주말마다 이곳에서 일어나는 일상들을 하나씩 추려내어 글을 써내려 가려고 했는데, 나름 오래된 블로그라서 그런지, 글을 한 번 올리면 광고쟁이들이 귀찮을 정도로 연락이 많이 온다. 글 한 번 올릴 때마다 열 명 이상이 쪽지나 메일, 블로그 댓글, 방명록이 중구난방으로 오니까 짜증이 날 지경. "글 잘 보고 가요, 감사해요!" 라는 댓글을 쓰고는 그 밑에 대댓글로 블로그 홍보, 광고 관련 글을 올리니 이제는 사람을 낚기까지 한다.



어차피 여기에 쓰여지는 나의 모든 기억은 누군가에게 칭찬을 받으려고 올리는 것도 아니고, 나 개인이 가지고 있는 기억의 퍼즐을 글로 옮기는 것이기 때문에 사실 플랫폼이 어디든 크게 상관없지 않을까라는 생각에서 다시 방치되어 있던 브런치 플랫폼에서 글을 써 보려고 한다. 여태껏 쓴 글 두 개는 아래의 링크 참조.


https://blog.naver.com/sangaangela/222651965331


https://blog.naver.com/sangaangela/222661530113

 



1.

여튼 다시, 이제 부에노스아이레스에 도착한지 어언 한 달이 되었다. 

그간의 나의 타임라인을 아래와 같이 간단히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 현지시각 2월 18일 금요일 도착 : 공항에서 교장선생님과 부이사장님 만남. 유심을 해결하러 돌아다님. 먼저 온 파견 샘과 만남.

- 2월 19일 토요일 ~ 20일 일요일: 삼고초려 끝에 유심 해결. 현지 친구 만남. 동네 카르나발 구경. 

- 2월 21일 월요일 ~ 25일 금요일: 첫 출근 시작. 끊임없는 바선생 출몰로 인한 정신적 충격 받음. 멘탈붕괴 첫 출근 시작. 여러 번의 환영회. 줄지어가는 바선생을 보고 호텔로 옮김.

- 2월 26일 토요일 ~ 3월 2일 화요일: 카르나발 연휴. 부에노스아이레스의 곳곳을 탐험함. 

- 3월 3일 수요일 ~ 3월 6일 일요일: 학교 정식 급식 시작. 이 나라에서 합법적으로 살기 위한 정식 서류작업 시작. 또 다른 한인촌인 아베샤네다 가서 나홀로 한식 파티. 레이디스 나잇으로 현지 바 탐험.

- 3월 7일 월요일 ~ 3월 13일 일요일: 현지 모임 가입. 이사회 참석. 나의 조국에서 일어난 결과에 충격 먹고 술 마시러 다니며 나라 걱정하기. 첫 탱고 수업. 반려동물 샵 심부름. 급 주말회식. 집 보러 감. 짬뽕 먹으러 갔다가 우연히 부에노스아이레스 주최 한국 행사 참석. 

- 3월 14일 월요일 ~ 3월 20일 일요일: 급 커피 모임. 노동계약서 작성. 맛있는 한식집 찾음. 막걸리 마시고 집 보러 감. 동네 유명 카페 가기. 거대 회식. 아주 오랜만에 (현지)성당 가서 미사 참석함.

- 3월 21일 월요일 ~ : (현재) 탱고 수업 했음. 집 보러 갈 예정. 휴일에는 현지 친구 만날 예정.


해장하러 짬뽕 먹으러 갔다가(...) 우연히 발견한 Feria Coreana. 한인 상인회 분들이 주축이 되어 연 행사였는데 현지인들이 정말 너무너무너무 많아서 놀랐다.


레콜레타에 있는 분위기가 멋진 바 Presidente.  칵테일도 상큼하니 맛있었다.


호텔 근처에 있는 Bar Notable 중 하나. 탱고의 발상지 동네 답게 탱고풍으로 그려져 있다.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정말 맛있는 스페인식 요리를 만났다. 다문화도시 부에노스아이레스에는 진짜와 가까운 맛으로 각 나라 음식들을 만날 수 있다.
한국 요리도 그 중에 하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는 맛있는 한식당도 많고 식재료도 있을 것은 다 있어서 정말 음식 걱정 하나는 덜었다.
주말에 지나가다 본 성 패트릭의 날 행사. 아르헨티나는 기본적으로  각양각색의 사람들이 이민을 와서 이룬 이민자들의 나라이기 때문에 다양한 문화행사를 만날 수 있다.
부에노스아이레스는 남미에서 제일 유명한 LGBT-friendly City이다. (아르헨티나는 동성결혼 합법) 무지개색 횡단보도와 동성커플이 함께 있는 신호등이 귀여워서 한 컷동


N년만에 성당 방문하여 나의 조국을 위한 구국 기도를 하고 촛불 세트도 사서 붙임. 에휴.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이것 밖에.




이렇게 적어 내려가다보니 나의 일상이 점점 루틴을 찾아가며 단순해지고 있는 것이 보인다. 


나의 삶이 규칙적이고 단순해지는 순간이야말로 장기여행같은 기분에서 삶의 터전이라는 이름의 챕터로 넘어가는 것이 아닐까 싶다. 







2.

늘 생각하지만 부에노스아이레스는 아름다움과 추함이 공존하는 독특한 도시다. 

도시를 가로질러 걷다보면 전세계 유행과 최첨단의 끝을 달리는 멋진 곳과 더럽고 위험하며 시간조차 빛을 바래는 곳이 수시로 교차된다.  


날씨 좋은 날 햇살 아래. 역사와 화려함을 쏟아내는 건물을 보며 눈이 호강하기도 하고,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예쁜 카페와 레스토랑을 발견하는 즐거움을 누릴 수 있는 곳. 그러나 조금만 안으로 들어가본다면, 기본적인 위생을 해결하지 못해 가까이에서 냄새가 나는 빈민층들이 쓰레기통을 뒤지며 쓸만한 것을 찾거나, 지나가는 사람이 들고 있는 - 자신은 평생 갖지 못할 값비싸 보이는 - 물건이 탐나 갑자기 도둑질을 하거나, 퀭한 눈으로 마약을 하는 사람들을 보는 슬픈 현실을 보기도 한다.


이 삶의 아슬아슬한 대조는 이방인인 나의 눈에는 언제고 깨어질 듯 위태로워 보이지만, 아이러니하게도 포르테뇨(부에노스아이레스 도시 출신을 일컫는 말. 부에노스아이레스 주 출신은 보나렌세라고 한단다)들은 그 살얼음을 걷는 듯한 날카로운 삶의 대조 속에서도 일상의 조화를 찾아내는 듯하다.  



5년 전에 왔었을 땐 BA 표시가 없었는데, 다시 오니 이런 멋진 알파벳이 생겨 많은 사람들의 인증샷을 책임지고 있다.
산 텔모의 도레고 광장 근처에서 우연히 발견한 아름다운 곳.
내가 평생을 거쳐서 사랑할 나의 최애 장소. 엘 아테네오 서점.
강렬한 하늘 아래의 굳건히 서있는 이 열대 나무를 볼 때마다 내가 새삼 한국과는 꽤나 멀리 와 있음을 느낀다.



3. 

팩트만 말하자면 나는 여전히 집을 못 구했고, 다음 달부터는 이 호텔 옆 다른 레지던스 호텔(...)에서 한 달 살이 예정이다.

집이 안 구해지다보니 생각보다 돈이 많이 들고 지출에 대한 안정성이 떨어져서 월급을 어떻게 현명하게 써야할 지도 모르겠고, (이러다보니 탱고 외에 따로 계획하던 스페인어 과외와 운동 배우기는 아직 못하고 있다) 아직까지 안온한 일상을 누리기보다는 언제든 깨지기 쉬운 불안한 모래성 위에 세워진 평온함 위에 기대고 있지만, 그래도 느긋한 마음으로 힘내보려고 한다. 결국에는 어떻게든 될 거니까.

 

Sin prisa, pero sin pau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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