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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은영 Aug 18. 2020

한 생명이 우리에게로 왔다..

**이가 온날...

갑자기 연락을 받았다. 엄마는 지적장애인이고 아빠는 간경화로 갑자기 돌아가셨는데... 엄마의 부족한 가정생활 정리를 그럭저럭 아빠가 하셨는데 엄마가 더 이상 아이를 케어할 수 없어 엉망이라 외할머니가 자신이 살아생전에 이들 환경을 정리해야 겠다고 다니는 교회의 목사님께 부탁을 했다한다. 그래서 늦둥이.. **이가 결국 아빠의 죽음 이후 남겨지게 되었고.. 우리 도토리하우스로 오게 되었다.


아빠는 **이에게 그리 친절하지 않은 아빠... 우리 하우스의 **이처럼 아마도 신체적 물리적 폭력이 계속되었던거 같았다. 이웃이 경찰에 신고하였고, 접근금지로 결국 2년 이상 시설에서 생활했고, 함께 살기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아 아빠는 간경화가 급격화 되어 돌아가시게 되었단다..


자꾸만 **이의 상황과 오버랩 되면서 왠지 내치면 안될 것 같고 당연한 의무처럼 샘들과 최소의 의견을 교환하고 결정하였다. 이러면 안되는 거 맞다... 그럼에도 **이를 잘 수용해주는 선생님들이 참 고맙고 또 감사하다.^^;; 더구나 1인 1방이 깨지고 2방이 되는 상황이 되었는데 김** 언니가 동생과 함께 방을 써도 되겠다고 여러번의 대화를 통해 허락을 해 주었다. 자폐성향의 이**이는 싫다는 표현으로 짜증을 냈고, 김** 동생은 현재 정서적으로 너무 불안해서 누구도 함께 방을 쓸 수 없는 상황이었다. 김**이가 함께 방을 쓰겠다 하여 2층 침대를 마련하였고... 그녀가 초기 우리 도토리하우스에 와서 얼마나 까칠하고 불편한 사람이었는데...이제 다른 누군가를 받아들이게 된것이라는 생각에 모두 기뻐했다. 


**이 엄마는 이미 우리에게 상담하려  온 날 옆을 지나가기만 해도 찌린 내가 진둥할 정도였고... 오후에는 성추행으로 경찰에 신고를 하러 가야한다는 얘기를 반복한다. **이 아빠와의 만남도 재혼이었고, 이미 뼈다른 언니가 두명이 있는데 모두 공동생활 가정에서 생활하고 있다고...ㅠ.ㅠ 

더구나 남편인 **이 아빠가 급격하게 병세가 악화되어 사망한 8개월 동안 아무런 집안일을 스스로 처리할 수 없어 결국 할머니가 나서게 되었다는데... 그날은 잘 몰랐는데 오늘 **이와 시내에 옷을 사러가면서 알게 되었다. 샤워를 하고 외출복을 입히려 보니 입을 수 없는 옷이 아무것도 없었다고ㅠ..ㅠ 집에서 갖고 온 옷들은 제대로 세탁하고 보존이 되지 않아 입을 수 없을 정도로 악취가 풍기고 더구나 작거나 입을 수 없었다고 한다. 지난주에 **이가 나의 차를 타고  외출 외출했을 때  뒷자석에 소변 실수를 해서 그 자리에 곰팡이가 슬어(연일 계속된 장마...ㅠ) 옆자리에 앉게 했는데... 함께 동행하는 선생님께서 차에 동승하자 마자 냄새 난다고 하신다. 나는 **이가 민망해 할까봐 영어로 그 냄새는 **이가 아니라 바로 이 친구야.. 라고 말해 준다. 

그리고 옷을 사러 양평 읍내를 향한다..


롯데마트(롯데에 소심한 반항을 하는 난 한번도 내 생필품을 사기 위해 간적이 없는...ㅎㅎ)에 가서 아이의 속옷을 고르기 시작한다. 사이즈를 알수 없어 결국 양해를 구하고 겉옷을 살짝 올려 속옷의 사이즈를 확인한다.. 이미 너무 낡고 낡아 그 숫치를 읽어내기 위해 나는 돋보기 안경을 동원할 수 밖에 없었다.ㅠ.

그리하여 간신히 속옷을 사고 양말을 고르게 하고, 가방도 사고...(변변한 가방이 없더라..ㅠ.ㅠ), 운동화도 2켤레, 슬리퍼 1개.. 그리고 다수의 티셔츠와 멜빵바지, 청 반바지...등등을 골랐다. 함께간 팀장도 나도 쇼핑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이라 점점 지쳐 갔다. 그럼에도 아이에게 어떤 옷을 사주는 것이 좋을지 이것 저것을 따직 치수를 묻고 정하였다. 그리고 돌아서니 점심시간... 아이에게 물어보니 밖에서 먹자고 한다. 그런 얘기는 정확하게 자신의 의사를 표현한다. 다행이다.


점심을 먹기 위해 국수나무를 갔는데... 최근 양평의 코로나 사태로 시장에 사람이 없다. 오늘이 장날인데... 평소 같으면 엄청 시끌시끌 벅쩍 되었을 공간이 너무나 조용했다.. 마음이 아팟다. 더구나 우리 **이의 건강한 리듬을 회복하기 위해 매일 등교를 학수 고대했고 거의 다 왔는데 이런 일이 터진 것이니... 하나로 마트에서 만난 엄마의 절망스러운 모습을 보고 더 잘 이해할 수 있었다. 그날 급격한 코로나 확산으로 인하여 아이들의 2학기 등교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발표가 있었고... 그간 아이들 케어에 지쳤던 부모들은 정말로 좌절했으니... 

암튼... 아이는 욕심껏 혹은 자신이 원하는 메뉴를 주문했고 우리가 시킨 사이드 메뉴를 다른 사람이 먹기 전에 자신의 접시에 옮겨 놓은 본능을 보여준다. 그렇다. 그랬을 것이다. 이런 욕심을 극복하고 문화인간이 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우리는 또 노력해야겠지...


오늘 내내 이 아이의 미래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된다. 어떤 중학교를 보낼 것이고 어떤 삶을 살 수 있게 하면 좋을까... 이 아이가 좋아하는 것,... 원하는 것은 무엇이고..그것이 우리의 환경에서 아이를 위해 최선으로 작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어떤 준비를 해야 할까...등등... 

한 아이가 온다는 것은 실로 한 마을이 오는 것이고 하나의 역사적 단면이 단층을 밀고 오는 것이다. 정말 겸허하게 한 생명을 맞이해야 하는 정신의 의식이 우리 도토리 하우스 모든 사람들에게 필요한 것이다.

**이야... 우리 .. 나름 괜찮은 곳이고...너가 그것을 잘 알수 있기를 바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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