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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은영 Aug 24. 2020

동거인...

이들은 세상의 복잡한 구조 속에 있다..

  내게 있어서 최근까지의  삶의 상태는 동거 의무자가  없던 터라 단촐한 거주상황을 보여왔다만... 초등학생 김**이 도토리하우스로 오면서 나와 함께 동거하는 사람이 되었고, 또 다른 미성년자  이**이 다시 나와 동거하는 사람으로 등재되자 복잡한 여러가지 심정이 오갔다.

세상 단촐하게 사는 건...결혼하지 않고 혼자 사는 것이고, 조금 더 복잡하게 사는 것은 결혼은 했으되, 자녀를 낳지 않고 사는 것이고, 이보다 더 복잡해 지는 것은 결혼하고 자녀를 낳아 나와 함께 주민등록 등본에 자녀로 입적되는 것이다. 결혼하기 전의 성인은 아주 편안하게 자신만을 위한 자신만의 발전을 위한, 자신만의 세상을 살아간다. 그러다 사랑해서 책임지는 사람이 생겨 결혼을 하면 그 사람을 책임져야 하느라 아니...서로 책임져야 하느라 다른 규칙의 삶을 살아간다. 그러다 자녀를 갖게 되면 이건 총체적 난국을 맞이한다. 이 아이가 살아가는데 필요한 모든 것들...자신이 다른 사람 즉 자신들의 부모에 의해서 무상으로 해결했던 지금까지의 모든 것을 이 아이에게 제대로 값을 치르며 아무 댓가 없이...자신들이 부모에게 그렇게 받았던 것 처럼 양육하는 거다. 사랑이라는 이름으로..ㅠ.ㅠ 


  그런데 엊그제 온 이**, 1년전에 온 김** 같은 미성년자들은 그 부모들이 그 역활이 무엇인지 모르고 그렇게 자라고 자신이 그 역활을 되돌려 주어야 할 때 아무런 역할을 하지 못해 사회가 책임져야 하는 상황과 맞닥드려 우리를 찾은 경우다. 

2주일 전에 아이는 함께 온 이웃의 아이(친하게 지냈던)가 떠나자 엄마랑 남았음에도 눈물을 흘리고 어쩔줄 모르는 좌절감에 빠져 있었다. 그리고 3일이 지난 후 픽업하러 그의 집을 찾았을 때는 엄마의 옷 가장자리를 잡고 한손으로는 연신 눈물을 흘리며 자신이 왜 엄마와 헤어져야 하는지 알수 없다는 듯 소리도 못내고 찔끔거렸다. 생각다 못해 다시 엄마를 태우고 함께 도토리하우스로 향하게 되었다. 그렇게 헤어진 아이는...2주일간의 생활이 나쁘지 않았는지 (그러고 보니 이제 겨우 1주일이 지났다는 것을 알게 됨...^^) 함께 있는 언니랑 오래 전 부터 알았던 사이처럼 팔짱을 끼고 따라다니며 친분을 과시하고 수줍어 하며 몰래 웃기 시작한다.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그런데 .. 이 친구의 통장잔고는 519원... 옷가지를 샀고(변변하게 입을 옷이 없어 고민 끝에 내 개인 카드로 옷, 신발, 가방...등등을 구입) 도토리하우스에 거주하면서 최소한의 사용료와 식비를 내야 하기에 통장 잔고를 확인하니 생계비가 엄마에게 모두 입금되었단다. 그리고 엄마에게 오는 답변이란... 자신도 입소비를 내야 해서 돈이 없다고... 주민등록 옮기면 다음달에는 아이 통장으로 돈이 들어갈테니 그렇게 하라며 미안하다고... 


  근데...이 경우 화가나야 하는데... 난 왜 이 여인이 귀여운지...그리고 안타까운지.. 뭐라 할말이 없다. 그래서 문자를 오가다..신경쓰지 말고 오늘은 그냥 쉬라고 했다. 그녀는 마지막으로 자기가 입소한 원장님 딸과 통화를 해 보라며 전화번호를 보냈다. 이것도 참 기특하고 대견하다. 악의가 있는 것이 아니라 그냥 돈이 넉넉하지 않은거다. 

아이의 학교 전학문제로 구 담임과 통화하고, 새 담임과 통화하고, 교육청에 서류 보내고 이런저런 과정을 밟는다. 그러며 또  다른 문제에 봉착한다. 아...코로나...

교복도 맞추어야 하는데... 이런 고민의 한숨을 듣던 옆에 있는 직원 왈... '아이들이 화낸다네요. 교복은 맞췄는데... 3번 입었다고.. ㅋㅋ '

그렇구나... 그리고 어떻게 코로나가 확산될 것인지 숨죽이며 사태를 주의해야 한다. 김**이의 등교와 이 친구의 등교일에 맞추어... 


  나이가 들면 단순하게 살아야 한다고 한다. 혜안이 생기니 분주할 필요가 없고 욕심이 없어지니 물질을 위해 뛰어다닐 일도 없어진다니 말이다. 사실 내 경우도 돌아보면 얼마든지 단순하게 살 수 있다. 그런데 어쩌다 보니 갈수록 더 복잡해 지는 일상이 펼쳐진다. 사회를 더 알아야 하고, 정치를 더 깊이 들여다 보아야 하고 경제의 동향에 더 민감해 져야 하고.... 심지어는 사회복지의 변화와 앞으로의 전개 등...다양한 문제를 살펴야 하는 지독히도 복잡한 세상의 중심에 놓여 있음을 알게 된다. 그래서 참 힘듬을 경험한다.

조만간 지혜를 모아 가르고 나누기를 해야 겠다 싶다.ㅠ.

오늘 종일 이 친구 덕분에 이곳저곳을 서류들고 다니며 해결하고 이 사람 저 사람 통화하며 중재하다 하루를 마치고 돌아와 등재된 '동거인' 주민등록 등본을 보고 이런 저런 생각이 넘나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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