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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은영 Feb 22. 2021

도토리하우스의 설날이야기

'나도 언니있다!!! 나도 엄마 있다!!!'


도토리하우스 가족들이 설 연휴를 마치고 돌아와 일주일이 지나자 모두 제자리에 잘 안착되었습니다.

월요일 수공예수업 3시간 동안 누구도 밖을 배회하지 않고 있는듯 없는 듯 조용한 수업이 진행되고 있으니 말입니다.


지난해와 달리 가족들 모두 '진짜 가족의 품에서 명절 보내기'를 결정하게 되었지요. 꼭 직원들의 휴일 보장 차원에서라기 보다는 피를 나눈 가족이 적어도 일년에 2번은 생존 확인도 하고 가족의 끈끈한 연대, 혹은 백그라운드 -나도 가족있다! 나도 언니 있다! 나도 엄마 있다..- 이런 차원이었습니다.


말하지는 않아도 은연중에 빌리져들 사이의 큰 배경(?)이라는 것을 주말마다 느끼니 말입니다. 주말에 가정으로 가는 친구들을 매우 부러워 하고 가고 나면 근거없는 짜증과 불만을 표출하는 경우를 남겨진 빌리져들의 모습에서 볼수 있었으니까요.


그리하여 모든 빌리져들이 혈연의 근거지인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 명절을 보내게 되었으나 우리의 김** 어린이는 갈곳이 없는 탓에 어떻게 명절을 잘 보내게 할 수 있을까 모두들 고심하기 시작했습니다. 우선 하우스에 남는 사람이 김**어린이 한명 뿐이라도 누군가 돌보아야 하니 교사들이 연휴 동안 1일씩 특별근무를 하기로 하였고, 무엇을 하면 좋을까를 고민하였습니다.


풍성한 음식은 기본이고, 아이가 혼자 방에서 외롭고 쓸쓸해 하고, 그것을 교사가 지켜보는 것만은 하지 말자 싶어서 매일 주변 가정방문을 계획하였답니다. 첫날은 주방선생님 집에서 만두국 끓여 먹고 세배하고, 둘쨋날은 아랫마을 승민이네 방문하고 세배하고 명절음식 얻어 먹고, 나머지 2박은 커플 직원이 데리고 홍천 비발비콘도를 예약하여 가기로 했답니다. 과연 우리 김** 어린이가 협력을 잘 할까? 모두들 조마조마했습니다. 평소 자신의 안정된 환경이 아니라 불편하면 울며 불며 버티기 1박을 했던 이력도 있고, 소리지르고, 바닥에 뒹굴고.... 과도한 행동을 보였던 터라 모두 긴장했지요.


그런데...출발하기 전에 김** 어린이를 모시고 숯불닭집으로 가자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숯불고기야!!! 너 본지 오래다!!!"



얼마나 잘 먹던지... 사실 그동안 코로나 때문에 외식은 전혀 하지 못해 잘 배웠던 식당 예절을 모두 잊어버리지 않았을까 했는데 넘나도 잘 먹고 좋아했던게지요. 이놈의 코로나...물러나기만 하면 매주 1회씩 지역맛집을 섭렵하리라 커플교사들에게 전해들은 저도 결심을 하게 되더랍니다. ^^


그리고 홍천 비발디를 향했답니다. 우리 두천사 샘들은 혹시나 김**어린이가 돌출(?) 행동을 하면 최악의 결정으로 바로 돌아올 것을 생각해서 이곳에서 가까운 홍천을 결정했던겁니다. 그래도 1박을 밖에서 보내야 하는 것 때문에 걱정은 했지요. 그렇게 도착한 비발디파크에 사람이 인산인해였답니다. ㅠ.ㅠ 코로나 19 상황이라 상상하지 못했는데 완전 깜놀이었지요.


우리 김**어린이는 1시간 정도 로비에 잘 앉아서 기다렸으니 시간이 더 지나자 이제는 못참겠다 싶어 소리를 지르려는 순간!!! 오랜동안 김** 어린이 기분파악의 최 첨단 레이더인 우리 최** 샘이 얼른 델고 밖으로 나와 위기탈출을 할 수 있었답니다.


그래도 낯선 곳에 잘 적응 시작했다는 기념으로 한장 !!!

우리 김**이는 가려진 마스크에서도 예쁘고 매력적인 눈매가 살아 있습니다. ^^


이렇게 시작된 홍천 비발디에서의 1박 2일동안 잘 먹고 잘 놀고 잘 지냈다고 합니다.


맛있다!!


저녁에는 좋아하는 비비큐치킨에 편안한 잠자리에 누구보다 자신을 믿어주고 받아주는 두분의 선생님들이 있으니 더욱 편안했겠지요. 우리 김**이는 좋은 환경보다 그 환경에 누구와 함께 있느냐에 따라 정서적인 안정감을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제일 좋아하는 것은 저와 자신이 좋아하는 몇몇 선생님들이 거실에서 차 마시며 이야기하는 상태인것 같습니다. 이럴 때 김 **이는 일어나 우리 주변을 웃으며 서성이다 다시 쇼파에 눕고 다시 일어나 웃으며 주변을 배회하곤 합니다. 마치 유아기에 보였어야 하는 그런 주변에 대한 안정감을 지금 다시 찾아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렇게 명절 연휴를 가족과 함께 하지 못하는 어린이를 위해 4일간의 바쁜 일정을 보내고 나자 우리 김**어린이는 너무 다른 환경을 접한 탓인지 그 피곤함에 얼굴이 야위웠을 정도입니다. 그리고 그 명절 후유증 탓인지 시간만 나면 쇼파에, 침대에 누우려 합니다. ㅋㅋ

이제 3월 개학이 얼마 안남았는데 제발 이 상태에서 학교가 개학하여 제대로 등교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입니다.



김**이의 지독히 바빴던 명절과 달리 혈연 가족과 함께 하고 돌아온 우리 이**이는 코에 상처가 났습니다. 이틀간 잔소리 세례를 너무 많이 받아 스트레스 때문에 생긴 영광의 훈육상처를 달고 왔습니다. 한때는 마당에 누워 소리를 지르며 괴로워 했다고 합니다. ㅠ.ㅠ 권**이는 하우스에서 2시간에 한번 소변훈련을 받아 실수를 없앴는데 가정에서와의 연계가 안되었는지 (교사들은 부모님께 부탁을 했다고 했지만..)실수를 했다고 합니다. 그것도 매일매일... ㅠ.ㅠ

이**이는 오자마자 병든 닭처럼 꾸벅꾸벅 졸고 계속 누을 자리만 보고다닌 한주일이었습니다. 오**이는 말할 것도 없이 그동안 집에서의 생활이 심심했던지 활발하게 다시 하우스의 생활을 시작했다 합니다.


이제 주요생활근거지가 도토리 하우스이다 보니 친가에 가는 것이 낯설고 불편해 할 수도 있겠다 생각했습니다. 그렇다고 혈연의 가족에게 보내지 않는 것은 가족과 이들과의 관계를 더 소원하게 하는 것이 될것 같아 매우 신중하게 결정해야겠지요. 회의 시간에 다같이 입을 모았습니다. 다음에는 가정에 갈 때 이곳 하우스에서의 습관과 일상을 소소히 적어 보내 가정과의 연계가 잘 되도록 하자고...


사실 나이가 21세 이상 된 청년들에게 이런 것이 즉, 가정과의 연계가 뭐가 중요한가에 대한 의문을 갖을 수 있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이 독립할 상황인지 아닌지, 아니라면 그것에 대한 마음의 준비를 통해서 주체적으로 생각하고 환경에 맞설 수 있을 겁니다. 그런데 우리 지적발달장애인의 경우 자기 스스로 결정하는 것도 어렵지만, 자신에게 처해질 환경이 어떤지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어느날 갑자기 공동체에 들어오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마음의 준비, 홀로서기를 위한 여러가지 준비가 미흡한 상태에서 환경이 먼저 바뀐다는 것이지요. 이는 장애인들 뿐 아니라 비 장애인에게도 매우 큰 스트레스가 될수 있습니다. 말로 표현하지는 못하지만, 우리 빌리져들에게도 분명히 그런 스트레스가 있을 것이라 여겨집니다. 그렇기 때문에 가정과 공동체와 어느 정도 완충의 공간과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리하여 가정에 있으나 공동체 생활하는 환경에 있으나 내 뒤에는 든든한 가족이 버티고 있고, 하우스에서는 나를 지지해 주는 정신적 연대관계의 사람들이 있다는 신뢰감이 생기면 지역사회에 나갈 수 있는 준비가 된 것이지요. 그렇다고 오늘 이곳에서의 삶이 그날을 위한 연습은 아닙니다. 우리는 이렇게 매일매일 조금씩 더 나아지는 경험을 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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