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의 경의로움을 너머 징그러움을 느끼며..
헨리죠지를 소환하지 않아도 서울 근교의 양평에 삶의 터전을 마련한지 10년이 지난 오늘날 도무지 해소될 것 같지 않을 정도로 첨예한 땅따먹기가 진행 중 입니다.
마을 입구 논을 메워 택지를 만들어 더 많은 돈을 벌고자 하는 욕망이 넘실거리는 광경은 어제오늘의 문제도 아닙니다. 그러다 보니 작은 손바닥 만큼의 땅이라도 절대 타인을 위해 사용해서는 안된다는 강력한 욕구들이 충돌합니다. 어떤 토지소유주는 자기 땅을 쳐다만 봐도 눈이 찔릴 것은 죽창을 경계지에 높이 세워 심리적 위협을 가하기도 합니다.
이런 아름다운 봄날에 이렇게 우울한 얘기라니...ㅠ
가득이나 진입로 문제로 진을 빼고 있는 도토리하우스 가족은 더욱 의기소침해지고 마음이 힘듭니다. 연초 계획대로라면 벌써 콘크리트로 예쁘게 포장된 길을 자동차 바퀴의 부드러운 마찰의 느낌을 즐기며 올라와야 하는 언덕길에 이제는 풀이 무성해 간신히 자동차 한대를 허용하는 상황이 되었으니 말입니다.
사연인 즉은 5년 전, 옥천면 용천리의 터전을 청산하고 이곳 신복리 절터를 매입하여 학교를 이전하려던 계획에서 시작됩니다. 당시 광산김씨 문중의 땅을 진입도로로 사용해야 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약 100평의 땅을 거금을 주고 별도의 사용계약을 하였지요. 우리가 기껏 사용하는 용도로 그렇게 많은 돈을 주었을까요? 그 당시에도 이미 현황도로였는데 말입니다. 돈이 없어 길 포장을 못하고 오가는 학부모님들의 고급차를 많이도 망가트려 드디어 작년에 '주민참여예산제'에 사업신청을 하게 되었고, 면장님을 비롯하여 이장님들까지 합세하여 적극 도와주신 덕분에 예산이 확정되었습니다. 이제 공사만 하면 되겠다 생각했는데...ㅠ.ㅠ
하필 토지사용에 따른 이행각서까지 썼던 문중의 장손님께서 돌연히 사망하시는 바람에 인감을 뗄수가 없게 되었고, 문중은 오리발을 내밀며 계속 돈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뭐 문중의 임원이 바뀌었다나 뭐러나... 그럼 문중의 임원이 바뀔 때마다 사용료를 내어야 한다는 말인지 뭔지..도무지 대한민국의 법 상식 상 할수 없는 온갖 얘기를 하고 차일피일 미루고 있습니다.
다시 헨리죠지의 토지공개념에 대한 이야기를 해 보겠습니다.
'생산(직접 노동)에 아무런 기여를 하지 않는 토지주인에게 토지의 가치를
차지하게 하는 토지사유를 합법화'
하도록 한 오늘날의 제도는 직접 생산이 아니라 좋은 조건의 기반시설이 갖춰진 곳의 토지를 통해 그 가치를 훨씬 앞질러 가고 있으니 이는 세상의 질서를 바라보는 사람의 관점에서 실로 어이없는 일입니다.
더 어이없는 것은 그 문중 사람들도 우리소유의 땅을 밟고 지나간다는 것입니다. 문중 사람들 뿐 아니라 우리를 방해했던 이해관계자 모두 우리 땅을 밟지 않고는 갈수 없는데, 저는 이들에게 단 한번도 사용료를 달라거나 사용에 따른 제지를 하지 않았습니다. 제가 바보여서일까요?
저는 인간을 포함, 모든 동물이 밟고 다니는 땅을 갖고 투전을 하거나 보행을 불편하게 하는 일은 다음세대를 위해서도 좋지 않은 일이라 여겼기 때문이지요.
어제 일요일에는 뒷동산에 피어나는 철쭉을 방해하는 풀들을 제거하였습니다. 요 며칠 따뜻해진 날들을 따라 그새 대지에 잔뿌리를 내려 점령했더군요. 그 풀들에 덮혀 꽃들이 햇빛을 받지 못하여 시들어지는 철쭉마져 생겨났습니다. 저는 사정없이 호미로 뿌리를 내리쳤습니다. 살고자 하는 생명을 가차없이 뽑아 내었지요. 그 생명의 경이로움 보다 무서움이 앞서는 칡뿌리, 망초, 쑥... 전쟁터의 점령군처럼 대지를 덮어가는 그 잡초를 뽑았습니다. 올만에 놀러온 지인이 이를 지켜보다 한마디 거듭니다.
'어떤 풀이 필요하고 어떤 풀이 필요없서 뽑아야 하는지 잘 모르겠다고.. 그리고 꼭 풀을 뽑아야 하냐고'
저도 한때는 야생화 편지에 나오는 글들처럼 잡초도 꽃이고, 풀꽃도 예쁘고 하며 태평농법을 칭송한 적도 있지만...
'음... 지금부터 풀을 뽑지 않으면 1주일에는 초록을 좋아하는 뱀이 집으로 들어올 것이야..'라고 하니 완젼 설득당한 모습입니다. 이제 독 오른 독사와 뱀들이 곳곳에 출몰할 좋은 계절, 완연한 봄입니다.
'걱정해서 걱정이 없어지면 세상에 걱정할 일이 없겠네..'라고 했던 달라이라마의 속상임이 귓전에 울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