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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은영 Aug 03. 2021

세상에 만만한 일이 있을까

난이도높은 문제를 풀어야 하는 내 운명에 건배!!

  남의 불행을 보며 자신의 행복을 안위하는 사람들은 그 수준이 저급하다는 글을 어디선가 읽은 적이 있습니다. 살다 보면 인생사가 새옹지마라 일희 일비를 할 일도 없는데 말입니다. 누군가 저의 고난을 보며 자신은 아무 불행한 일이 없다고 다행이라 여기고 있다면 그 또한 그 사람의 행복을 위해 나의 삶이 그에게 보시하는 것이 될 것이라 좋은 일을 하고 있다는 황당한 생각을 하기도 해 봅니다. 




  이렇게 거창하게 서두를 시작하는 이유는 최근 우리 캠프힐마을 진입로 포장공사를 하면서 겪게 된 과정을 돌아보며 이런저런 생각이 들어서입니다. 어쩜 이리도 한 발 뗄 때마다 문제가 생기는지 진저리가 쳐진 탓이지요. 돌아보면 벌써 7년 전의 일이 되었습니다. 

  캠프힐마을의 전신인 슈타이너 학교 부모님들은 임대로 얻어 운영하는 대안학교에 도서관을 만들어 달라 요청하였고 저는 공간이 없다며 설득을 하고 있던 그 시기였지요. 보증금 1억(그것도 살던 아파트 세주어 얻은)에 월 200만 원의 임대료로 펜션을 통째로 얻어 장애아동을 위한 대안학교를 운영하고 있었으니 어떤 공간도 교사회의 마음대로 꾸밀 수 없었던 답답한 시기였지요. 결국 그 문제로 부모들은 상처를 받고 교사회는 좌절하고 대립과 방황을 시작했습니다. 생각해보니 좀더 여유있게 설득하지 못한 저의 불찰이었지요. 어쩌면 조금 안일하게 생각했던 탓인지도 모릅니다. 그 당시 슈타이너학교 학생 중 우리나라 굴지의 재벌집 아이가 있어 학교 부지와 캠프힐 첫 번째 집을 지어주겠다고 제안하였고, 저는 당장이라도 뭔가가 이루어지나 싶어 양평 일대의 부지를 매 주말이면 학교발전분과위원 부모님들과 주말이면  양평 일대의 부동산을 전전하며 알아보고 다녔습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고, 그 어머니는 자신과 가족을 위한 별장을 매입하는 해프닝으로 매듭을 지었지요. 뭐 그 당시 그렇게 크게 좌절하지는 않았던 걸로 기억합니다. 왜냐하면... 순수한 마음의 기부라 느껴지지 않았기에 후에 문제가 있을 것이라 생각했었지요. 어찌 되었든 그렇게 돈 없음을 탓하며 좌절하던 중,  돌아가신 어머니가 꿈에 홀연히 나타나 저에게 "은영아 일어나 북엇국 먹고 해장하렴.. "하며 안타까운 눈빛을 보내셨습니다. 

너무나 선명한 북엇국... 그런데 그 북엇국을 현실에서 얻어먹게 되었습니다. 갑자기 우리가 해결할 수 있을 정도의 부지가 나왔다며  이웃에 사시는 분이 제안하셨고 결국 그분의 지인으로부터 계약 체결 기념으로 북엇국을 얻어먹었던 일이 있었지요. 

  이런 우여곡절로  지금 살고 있는 신복리 터전을 매입하게 되었으나 없는 돈 긁어모아 매입하다 보니 진입로를 포장할 돈이 없었습니다. 게다가 진입로 따위에 신경 쓸 엄두도 낼 수 없을 정도로 매일 새로운 과제들이 밀려왔습니다. 공사를 방해하는 사람들, 좁은 지역이고 보니 포크레인 기사는 사돈의 팔촌으로 묶여 어르신들을 무시하고 일하러 들어오지 못했습니다. 포크레인 기사를 용문에서 모셔오기도 하고, 그나마 공사를 반대하여 돌아가기도 하였지요. 

 공사 중에는 공사 과정과정마다 새로운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지하에 매몰한 수도관이 파열되었으나 도저히 그 시점을 찾을 수 없어 실내로 수도관을 돌려놓았고, 언제 터져 실내가 물바다가 될지 알수 없습니다.  미루었던 일들이 7년 동안 하나둘씩 터져 나와 그것을 해결하는데 급급했습니다.  

  자신의 땅 한 평이 진입로에 들어가 있다고 측량을 요구하고(측량신청은 지주만 할 수 있는데 신청도 하지 않고, 돈도 못 낸다 하고 등등), 자신의 땅을 절대 밟고 다니지 말라며 입구에 커다란 돌을 갖다 놓기도 하였지요. (물론 간신히 차 한 대는 지나다닐 수 있도록 만들어 놓고..ㅠ)

  학교 간판을 세워놓고 아침에 나갔다  돌아오는 길에는 바닥에 패대기쳐 있는 학교간판을 트렁크에 싣고 올라오기를 반복했습니다. 공사를 진행할 수도 없었습니다. 마을의 터줏대감 즉, 오래 거주한 주민들은 이 지역의 공사하는 사람들과 동네 형, 아우 하는 사이라 누구에게도 우리의 일을 할 수 없도록 협박 아닌 협박을 하기도 합니다. 

  어렵사리 지난해에 주민참여예산에 길 포장 예산을 제안하였고, 면장님, 이장님을 비롯한 많은 분들의 도움으로 승인이 나 공사를 하려는데 이번에는 생각지도 않게 문중에서 반대를 하고 나섭니다. 우리는 부지를 매입할 당시에 많은 돈을 주고 사용승낙서와 포장에 따른 제반 서류를 받아놓았음에도 말입니다. 설왕설래 끝에 11월에 문중 회의 때 안건으로 붙여 그때 승인을 해 주겠다는 허락을 받고 이번에는 반만 포장하기로 하였습니다. 한발 물러선겁니다. 법정소송이요??? 물론 가능하지만, 그 후유증을 생각하며 꾹꾹 참았지요. 생각하면 여전히 화도 나고, 어이없기도 하지만, 그래도 작은 시작, 즉 어제와 다른 변화가 있었다고 위로를 하며 지내고 있습니다. 포장 과정에서도 이런 기회에 이익을 보고자 하는 주민의 반대로 어려움을 겪었지만, 그전의 어려움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라 생각하게 됩니다. 


  길은 어느 누구만을 위한 것이 아니지요.  적법하게 길을 내고, 절차를 통해 함께 사용하는 것이지요.   물이 위에서 아래로 흐르듯 길은 모두를 위해 존재하고 그 길을 통해 인간은 서로 만나고 교감하는 것이라 믿고 살고 있는데 그것이 쉽지 않은 것 같습니다. 사실 우리 명의의 땅은 반대하는 사람들이 밟고 다니는데 저는 아무런 의의를 제기하지 않지요. 길을 막으면 3대가 운이 없다는 옛말이 기억 나서요. ^^;


   길은 사람이 만나는 곳이고, 그것도 단순히 물리적 만남이 아니라 서로의 마음이 만나고 통하는 곳입니다. 남은 길 포장 공사가 올해 안에 잘 매듭질 수 있도록 더위와 코로나로 멈춰진 부동의 시간 속에서 조용히 그러나 간절히 기원해 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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