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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은영 Aug 26. 2022

김훈 작가는 왜 '하얼빈'을 쓰고 싶어 했을까...

청년 안중근의 삶... 그리고 그의 삶이 오늘날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


  어떤 책 소개 글에서 김훈 작가의 인터뷰 내용을 읽게 되었다.  평생 쓰고 싶었던 주제 중에 아직 미완의 주제가 있고 그 책이 곧 완성된다는 예고 글이었다.   안중근의 삶을 주제로 한 '하얼빈'이었다. 책을 읽어 내려가는 내내, 김훈이라는 크고 위대한 언어 예술가가 직면했을 그 어딘가의 갈등과 말 로 할수 없는 혹은 언어의 한계를 느꼈을 그 지점이 있었으리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럼에도 그가 언어의 한계를 극복하고 표현해 낸 정신적 싸움에 박수갈채를 보내는 바이다. 


 우리에게 여러모습으로 소개되어 온 안중근 열사의 이야기... 대한제국의 말기, 고종의 무모한(?) 혹은 나름의 자구책이 반복적으로 실패하자 그의 해결사인 듯 아닌 듯 나선 이완용이라는 관리에 의해 한일 한방이 이루어지고 나라를 빼앗기자 서서히 침몰해 가던 풍전등화의 대한제국이 시대적 배경이다. 

그저 역사책으로만 배웠던 구한말, 일제 강점기의 시점에서 힘없고 배경 없는 민초들이 일제에 격정적으로 항거했던 그 이야기가 지금까지의 인생에서 마음으로 와 닿았던 적은 솔직히 없었다. 그저 일제강점기에  한국 총독 이토를 하얼빈에서 총으로 저격했던 암살자.. 그가 안중근이라는 사실로만 기억되었다. 그것만으로도 대단하고 존중받을 만하기 때문에 더 알고 말고 할 것도 없는 그런 사람이 안중근이라 여겼다. 

  그런데 김훈이라는 작가는 그 사라져 갔던 민초들의 이야기인 포수, 무직, 담배말이라는 직업을 갖고 있던 안중근과 함께 거사를 이룬 우덕순을 다른 관점으로 우리에게 소환해 놓았다. 


  나는 김훈이라는 이름의 작가에게서 던져질 새로운 책 '하얼빈'이 출간되기 전부터의 내심 많은 기대를 했던 독자였지만, 그가 왜 이토록 안중근이라는 인물에 침착했는지 잘 몰랐다. 숙제처럼 그의 작가적 삶 속에서 짓눌렀던 그 무엇이 어떤 것인지 이 글을 읽으면서 알게 되었다고나 할까? 

특별히 안중근이 사형선고를 받고 보냈던 시간에 대한 글을 읽으며 여러 번 눈물을 찍어 내렸다. 가슴이 먹먹하여 읽다가 커피를 한잔 내리고 마시고, 읽다가 다시 밖에 나가 걷다 오기를 반복하였다. 너무나 조용하고 적막한 감정이 처절하여...


  안중근이 정치, 문화, 경제적으로 한국 수탈에 앞장섰던 이토를 암살하고 100년이라는 시간이 흐른 지금... 여전히 우리는 대륙 침탈 기회를 엿보는 일본의 야심 속에 살고 있고, 언제든 자위대를 파격 하고픈 보이지 않는 욕구를 국제정세 속에 읽으면서도 나의 삶의 평안과 행복을 위해 방관하는 세태 속에 살고 있다. 정치적 상황도 마찬가지다. 근대화를 이뤄가는 과정에서 일본에 의한 강제적인 근대화가 빗어낸 부작용 속에 살면서도 그것이 부작용인지 모르고 무감각하게 살아가는 분야가 얼마나 많은지 이루 말로 할 수 없다. 

일제청산, 식민 과거청산, 위안부 문제 해결 등...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산적한 문제를 우리 스스로 이토를 저격했던 안중근의 심정으로 해결하지 않으면 안 되는 문제임에도 정권이 바뀌면 다시 원점이다. 아니, 정권이 바뀌어도 이러한 문제를 과제로 삼지 않는다. 정말 해결할 수 없는 문제일까... 답답한 마음이 앞선다.



  지금도 구천을 떠돌고 있을것 같은 안중근 열사의 영혼.. 그보다 더 마음 아픈 것은 그가 이루지 못한 동양의 평화가 각국의 이익에 의해 재단되고 있다는 것이다. 

김훈의 '하얼빈'은 우리 모두 읽어야 할 필독서가 아닐까 한다. 30 초반의 나이에 묻기도 따지지도 않고 오로지 무엇이 옳은가에 천착한 안중근의 삶은 오늘날 우리 대한민국 구성원들에게 우리를 다시 돌아보게 하는 좋은 삶의 여정이라 생각한다.   

  그런데 더 나아가서 김훈 작가는 왜 안중근을 소재로 한 글을 평생  쓰고 싶어 했을까...

그 책 속에는 나의 대학 시절,  시위대의 안으로 들어갈까 말까를 고민했던 갈등의 그림이 있고, 어느 어두운 취조실에서 내 동료들의 비밀을 발설할까 말까를 고민했을 그림이 있고, 살면서 불의와 타협을 하면 주어진 큰 권력적 행위의 그림과 상대적으로  추락해 버릴것 같은 내 가족과 지인들의 삶의 모습이 있기에 우리가 선택하고 결단해야 하는 선택지... 그것에 대한 문제를 던지고자 김훈 작가는 이 책을 쓰려고 다시 힘을 낸 것이라 생각한다.

사실 작가와 대화를 해 보지 않은 입장에서는 그가 던진 작품에 대한 주관적 평가만이 존재하기 때문에 정답은 없지만... 적어도 지금 우리 사회를 돌아보면 무엇이 나아졌는지, 어떻게 성숙했는지, 개인에게 집단에게 묻고자 하는 작가의 의도... 그가 그렇게 하고 싶었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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