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언컨대, 강아지 꼬리만큼 솔직한 건 없다. 하늘로 치솟은 꼬리가 좌우로 살랑살랑 움직인다면 현재 기분이 좋은 상태다. 여기서 엉덩이까지 좌우로 실룩실룩 거린다면? 기분 최상이다. 주인이 장시간 집을 비웠다가 돌아왔을 때 볼 수 있다.
강아지가 경계심을 보일 때도 꼬리는 솟아오른다. 기분이 좋을 때와 차이점은 살랑거리지 않는다는 점이다. 빳빳하게 솟은 꼬리가 그리고 꼬리 끝이 미세하게 떨리는 것처럼 보인다면, 현재 강아지는 경계심을 보이는 중이다. 이때 큰 소리로 짖기도 한다. 왕왕!
다리사이로 말린 꼬리는 무섭다는 뜻이다. 다른 강아지들은 잘 모르겠지만 코코는 주로 혼나거나, 목욕할 때 다리사이로 꼬리를 말아 넣는다.
꼬리가 몸통과 평행하거나 아래로 쳐져 있을 때는 기분이 좋지도, 나쁘지도 않은 상태다. 편하게 이완된 상태라고도 볼 수 있다.
코코와 함께 살면서 아쉬운 점이 하나 있다면, 코코와 대화를 할 수 없다는 점이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가끔은 말이 안 통해서 다행이다 싶을 때도 있다. 표정이나 행동에서 느껴지는데 말까지 하면 피곤하지 않을까 싶어서다. “공놀이 하자” “산책 가자” “사료 말고 고기” “고기 더 줘”
코코는 배가 고프면 냉장고를 긁는다. 메뉴가 마음에 안 들면 밥그릇을 코로 밀어낸다. 산책 가고 싶을 때는 하네스를 쳐다본다. 공놀이를 하고 싶을 땐 공을 물고 와서 내 옆에 툭 내려놓는다. 안기고 싶을 땐 두발로 일어선다. 책상에 앉아 글을 쓰거나 작업을 하다 보면 어는 샌가 내 옆으로 코코가 온다. 그리곤 두발로 서서 앞발을 의자 팔걸이 턱 하고 올려놓는다. 안아달라는 신호다.
표정으로, 행동으로, 꼬리로 코코는 자신의 생각을 알린다. 코코와 함께 지내는 날들이 많아 질수록 코코의 생각을 더 잘 알게 된다. 그렇지만 말이 통했으면 좋겠다 싶을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오늘은 컨디션이 안 좋아”“다리 아파” “혼자 있는데 무서웠어” 같은 말들을 듣고 싶을 때가 있다.
강아지의 시간과 사람의 시간은 다르게 흐른다. 같은 한 시간이라도 강아지는 훨씬 길게 느낀다. 내 생각에는 빈집에 혼자 있는 시간이 짧다고 여길 수도 있지만, 코코에겐 긴 시간일 수 있다. 밖에 있는 동안 홈 cctv를 통해 코코를 관찰한다. 관찰 결과는 늘 한결같다. 문 앞에 엎드려 기다리고 또 기다린다.
그러다 문이 열리면 코코의 꼬리는 좌우로 요동친다. 기쁨을 주체 못 하고 우다다다 뛰어다니기도 한다. 자기를 혼자 내버려두었다고 원망하지 않는다. 주인을 봐서 반가운 마음뿐이다. 좋아도 싫은 척, 싫어도 좋은 척을 해야 할 때면 코코의 솔직함이 부럽기도 하다. 코코는 있는 그대로 표현한다.
강아지 꼬리만큼 솔직한 사람이 된다면 어떨까? 아니, 애초에 그런 솔직함이 가능하기는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