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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승 강경빈 Jan 22. 2024

도수치료 실력자는 이게 다르다.

도수치료는 물리치료사의 손을 이용해서 하는 치료다. 물리치료사의 능력에 따라 결과는 천차만별이다. 능력 있는 물리치료사는 어떤 물리치료사일까? 경력? 물론 중요하다. 그러나 경력이 전부는 아니다. 연차가 높아도 도수치료를 잘 못할 수 있다. 반대로 연차가 낮아도 도수치료를 잘할 수 있다. 물론 평균적으로 따져보면 아무래도 고연차가 치료를 잘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단순히 경력만으로 도수치료 실력자를 분별하기는 쉽지 않다. 


실력 있는 물리치료사는 When, Where, How를 정확하게 알고 있다. 언제, 어디를, 어떻게 치료할 것인지에 대한 청사진 내지는 프로세스가 있다. 예전에는 허리가 아픈 환자는 대요근을 풀고, 다리가 저린 환자는 이상근을 푸는 게 일반적이었다. 고릿적 시절 이야기다. 물론 근육학적 관점으로 볼 때 대요근이나 이상근을 치료하는 게 납득은 간다. 

대요근은 허리뼈와 고관절을 연결해 주는 근육이다. 그만큼 허리통증에 있어 지분이 크다. 이상근은 근육 사이로 좌골신경이 통과하는데, 이상근이 단축되면 이 좌골신경을 압박하면서 저림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그러나 허리가 아프다고 해서 모두 대요근이나 이상근에 문제가 있는 건 아니다. 허리통증을 유발할 수 있는 근육은 많다. 또 근육적인 문제가 아니라 관절이나 신경의 문제로도 허리가 아플 수도 있다. 심지어 신장결석이 있거나 신우신염의 경우에도 허리가 아프다. 사람들 얼굴 생김새가 다 다르듯이 아픈 이유도 제각각이다. 그런데 이런 개인적인 특성을 무시하고 일관된 방식으로만 치료한다? 아픈 허리가 나을 리가 없다. 


흔히들 말한다. 물리치료를 받아도 그때뿐이라고. 병원 물리치료는 찜질, 전기치료, 초음파 치료가 기본이다. 업계에서는 루틴 내지는 3 총사라고 부른다. 루틴이 효과 없는 이유는 빤하다. 통증의 원인제거가 목적이 아니라, 아픈 곳에 적용하기 문이다. 물론 루틴치료를 하더라도 원인이 되는 곳을 타깃으로 할 수 있다. 원인을 찾으려면 환자에 대한 정확한 평가가 선행돼야 하는데 의료보험 수가로 운영되는 물리치료실 시스템상 한 명 한 명 정확하게 평가를 할 수 없다. 속된 말로 물리치료실은 박리다매로 유지된다. 




이에 반해 도수치료는 환자를 효과적으로 치료할 수 있다. 루틴이 효과가 미미한 이유는 절대 치료사 탓이 아니다. 의료수가와 시스템적인 한계가 원인이다. 물리치료사가 되려면 물리치료학과에 입학해 3, 4년 동안 공부를 한 후 국가고시에 합격해야 물리치료사가 된다. 물리치료사 면허를 취득했다고 끝이 아니다. 상당수의 물리치료사가 졸업 후에도 주말을 이용해 치료교육에 적지 않은 비용을 투자한다. 

각설하고 도수치료는 환자를 정확히 평가하고 치료할 수 있다. 필라테스를 예로 들면 수십 명을 한데 모아서 동시에 시행하는 그룹운동이냐, 일대일 개인 운동이냐의 차이에 비유할 수 있겠다. 그래서 도수치료는 비싸다. 


도수치료를 통해 효과를 보려면 적어도 3개월, 횟수로 따져보면 20~30회. 물론 통증은 그전에 좋아진다. 적어도 10회 이내면 웬만한 통증은 많이 좋아진다. 애석하게도 통증은 제일 나중에 와서, 통증은 제일 먼저 떠난다. 허리가 아프다고 느끼기 전부터 허리가 안 좋았다는 뜻이다. 


통증은 몸 어딘가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리는 경보장치다. 화재경보기가 울리면 불을 끄는 게 답이다. 경보기를 끄면 안 된다. 마찬가지로 통증의 원인을 제거해야지 통증 자체를 못 느끼게 하면 안 된다. 치료 종결 후 관리도 중요하다. 일주일에 하루 한 시간 정도 정확한 자세로 운동을 하는 것 만으로 충분하다. 그려면서 일 년에 한두 번쯤 점검 차원에서 도수치료를 받는다면 아주 이상적이다.  


도수치료는 기능장애(Dysfunction)를 치료한다. 기능장애가 생기는 원인은 다양하다. 너무 안 움직여도 문제 너무 많이 움직여도 문제다. 운동을 잘못해서 기능장애가 생길 수도 있다. 호흡패턴이 잘못돼도 기능장애가 온다. 업무환경이 원인일 수도 있다. 다양한 이유들과는 달리 결과는 대게 통증과 움직임 제한으로 나타난다. 아픈 이유가 제각각이라는 말이다.   


실력 있는 물리치료사는 언제, 어디를, 어떻게 치료해야 하는지를  정확히 안다. 정확하게 평가하고 정확한 스킬을 구사한다. 이 과정에서 통증이 있는 곳과 동 떨어져 보이는 곳을 타깃으로 잡을 수 도 있다. 목이 아픈데, 사실은 허리가 문제일 수 있다. 아픈 곳을 주물러 주는 건 도수치료가 아니다. 물론 잠깐의 시원한 느낌이 좋을 수는 있다. 정확한 평가 없이 아프다는 곳을 주물러 주는 건 환자의 돈과 시간을 소중히 하지 않는 기만행위다.


내가 도수치료를 받는 입장이라면, 물리치료사가 정확한 평가를 바탕으로 나를 치료해 주는지를 생각해봐야 한다. 반대로 내가 도수치료를 하는 물리치료사라면 정확한 평가를 바탕으로 치료를 하고 있는지, 시간 때우기식으로 주무르고 있는 건 아닌지 반성적 사고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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