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위대성 Nov 08. 2022

창업기02. TIME TO RESTART (2)

케이뷰티월드와이드 시즌2의 기록

time to restart.
지난달 우리 팀이 함께 내린 결론이다. 첫번째 아이템이 정말 드라마틱하게 폭망하고, 두번째 아이템으로 피봇한 지 2년이 지났다. 조금 시간은 걸렸지만, 다행히 두번째 아이템은 초기 목표를 하나씩 달성해가며 순항하고 있다. 이제 시스템 차원에서 새로운 매출 증대 프로젝트를 시도할 수 있을 정도로 금전적인 여유가 확보되었다. 그렇다. 다시 한번 움직일 시간이다. 지금까지의 과정과, 새로운 출발을 기록한다.





실패, 그리고 피보팅


2020년 4월말, 바로 한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공항으로 가는 길에는 차도, 오토바이도 없이 썰렁했다. 인천행 대한항공 편도 티켓은 90만원을 호가했다. 해당 편은 만석. 비행기 내에는 사업가, 파견 중이었던 회사원, 유학생들로 바글바글했다. 셧다운이 내려진 도시란 이런 것인가. 착잡한 마음으로 귀국했다.


우리는 패잔병이었다. 이건 실패가 맞았다. 완벽한 오판. 코로나 팬데믹이라는 변수를 완전히 잘못 해석했다. 우리는 기다렸어야 했다. 코로나가 얼마만큼 확장될 것인지, 우리 사업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 기다리면서 분석했어야 했다. MVP가 검증되고, 아이템을 확정 짓고, 한 번에 시드 투자를 받은 이 순조로운 흐름이 계속될 것이라 과신했다. 그 결과 수천만원이 석달만에 증발했다. 그 어떤 유산도 남기지 못하고. 두고두고 곱씹을 패배의 순간이며, 반성에 반성을 이어 평생의 교훈으로 삼으리라. 다짐했다.


하지만 여기서 멈출 생각은 없었다. 귀국하자마자 석주대표와 피보팅 pivoting 아이데이션을 시작했다. 이걸 할까, 저걸 할까. 이것도 해보고, 저것도 해보자. 아이디어를 쏟아냈다.





3개의 아이템 선정, 다시 속도전으로


한차례 실패한 우리들에게는 시간은 가장 소중한 자원이었다. 우리는 우리의 장점을 알고 있었다. 속도전. 우리는 사업기획부터 사업개발, 그리고 검증까지 이 사이클을 아주 빠르게 돌릴 줄 알았다. 앞서 생략했지만, 2019년 하반기 6개월 간 우리는 수개의 비즈니스 모델을 태핑 tapping 했다. 몇번이고 사업을 기획하고, 개발하고, 검증하는 것을 반복했었다. 그래, 다시 시작이다.


첫번째로, C2C 생태계를 정조준한 화장품 리뷰 플랫폼, 유니유니 uniuni 를 개발했다. 리뷰 플랫폼이지만 리뷰를 보러 오는 것이 아닌, 리뷰를 통해 셀러를 찾는 플랫폼이었다. 베트남 C2C 셀러들은 페이스북에 제품의 리뷰를 올리고 구매자를 찾는다. 아쉽게도 페이스북의 검색엔진은 도저히 사람이 사용할 수준(?)이 아니기 때문에, 구매자들은 원활한 제품 탐색이 쉽지 않았다. 즉 매칭이 어려웠다. 유니유니는 제품을 검색하면, 리뷰어이자 셀러가 올린 제품 리뷰가 보이고, 자연스럽게 셀러의 페이스북 메신저로 연락할 수 있는 UX 를 가졌다. 하루만에 와이어프레임 wireframe 을 작성하고, 6주 후 바로 런칭했다.


UNIUNI 원페이지 와이어프레임(좌상단)과 서비스 화면들(우하단)


두번째로, 화장품 브랜드 사업도 개시했다. 그간 베트남에서 만들어둔 인맥이 적지 않았다. 이 네트워크를 살려보자는 아이디어였다. 물론 셧다운, 락다운이 내려진 베트남이기에 일반적인 유통은 불가능했다. 하지만 자체 브랜드라면 그 리스크는 있더라도 넉넉한 마진이 있다. 즉 비정상적인, 엄청난 물류 비용이 발생하더라도 그 비용을 감당할 룸 room 을 확보할 수 있다. 트렌디한 제품을 만들고 유통망과 고객의 피드백을 받아가면서 계속 개선해나가는, 클러스터 마케팅 cluster marketing 결을 따라 자체 브랜드 사업을 개시했다.


페이지원 page.one 이라는 브랜드로, 수분크림 2종을 런칭했다. #저성분 키워드로 데이크림 [오늘도 맑은 수분크림] 과 나이트크림 [내일도 맑은 수분크림] 을 출시했다. 대학생 인턴과 함께 만들었다. 와디즈에서 펀딩을 하고, 바로 베트남으로 수출했다. 컨셉 기획부터 출시까지는 단 3개월이 소요됐다.


페이지원의 와디즈 펀딩 페이지, 저성분 테마로 소구했다.


마지막 세번째로, 그동안 사업가로서의 잠재력을 높게 평가했던 클리닉 원장에게 화장품 ODM을 제안했다. 하노이에서 피부 클리닉을 운영하면서, 우리를 통한 유통에 가장 적극적이었던 파트너였다. 클리닉 원장으로 만족하지 않고, 유튜브나 기타 사업에도 꾸준히 관심을 가지고 있던 친구였다. 한마디로 인플루언서로 포텐셜 potential 이 있었다. 우리는 한국의 인플루언서들이 스스로의 이름을 내걸고 많은 인디 브랜드를 런칭했던 사례를 적극적으로 소개했다. 티르티르 tirtir 는 가장 좋은 사례였다. 인플루언서가 만든 화장품 회사가 기업가치가 1조를 넘는 유니콘이라는 말에, 원장은 비로소 반응을 보였다.


마침내 계약을 했다. 처음이다 보니 각자가 리스크를 지고 있었다. 우리도, 원장도 어느 정도 양보해서 최적점을 찾아야만 했다. 유통과는 달랐다. 우리는 신뢰비용을 청구했다. 우리는 현지에서 서류가방 하나만 들고 돌아다니는 에이전시와 달랐다. 원장은 한국에 있는 제조사와 직계약, 무역계약을 하는 것이 아니었다. 현지 자회사, K-Beauty Worldwide Vietnam JSC. 가 납품 책임을 지고, 현지법에 따라 계약을 했다. 마침내 원장은 신용 프리미엄을 인정했다. 그 첫번째는 코슈메슈티컬 cosmeceutical 브랜드로, 제품 기획부터 현지 런칭까지 5개월이 걸렸다.


첫번째 ODM, 코스메슈티컬 브랜드 SKINAVIS



사업은 개시됐다. 이제 고객과 시장의 반응을 살펴야 한다. 연말까지는 세가지 아이템 중 하나를 골라야 한다. 우리의 방향을 결정해야 한다. 혹자는 다하면 되지 않냐고 물어보기도 했다. 안타깝게도 여러 아이템을 동시에 개발하는 것은 사치에 가깝다. 레거시 legacy 가 있는, 안정적인 현금흐름이 동반된 회사가 아니라면, 확실한 하나에 집중하는 것이 옳다고 판단했다. 우리는 조용히 반응을 기다렸다.



WHAT WE FOCUS ON : To be determined.





작가의 이전글 창업기01. TIME TO RESTART (1)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