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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위대성 Nov 11. 2022

창업기04. TIME TO RESTART (4)

케이뷰티월드와이드 시즌3의 개막, 그 기록

time to restart.
지난달 우리 팀이 함께 내린 결론이다. 첫번째 아이템이 정말 드라마틱하게 폭망하고, 두번째 아이템으로 피봇한 지 2년이 지났다. 조금 시간은 걸렸지만, 다행히 두번째 아이템은 초기 목표를 하나씩 달성해가며 순항하고 있다. 이제 시스템 차원에서 새로운 매출 증대 프로젝트를 시도할 수 있을 정도로 금전적인 여유가 확보되었다. 그렇다. 다시 한번 움직일 시간이다. 지금까지의 과정과, 새로운 출발을 기록한다.





최고의 한 수, DO NOTHING


스스로를 객관화하는 것은 언제나 항상 요구되는 사업가의 기본 소양이다. 하지만 막상 해내기는 어려운 그야말로 난제다. 베트남에서 한창 사업개발을 하고 있을 때, 나는 소위 can-do attitude의 대명사였던 것만 같다. 자신 있었고, 실제로 해내고 있었다. 거의 모든 일을 핸들링할 수 있다고 굳게 믿고 있었다. 과신의 순간이었다. 심지어 코로나 뉴스를 꼬박꼬박 챙겨보면서도 이를 이겨낼 수 있다고 생각했으니, 이 얼마나 어리석은가. 나는 객관화에 실패했다.


선택의 순간이 왔을 때,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생각으로 우리 자신을 되돌아봤다. 루안 법인장과, 석주대표, 그리고 나. 모두가 기본적으로 사업에 대한 열망은 탑재했다. 특히 우리는 각자 다른 필드를 갖고 있었기에 훌륭한 팀이 되었다. 하지만 우리는 각자 다른 필드 출신이기에 대화할 때마다 서로 핀트가 맞지 않는다는 것도 잘 알고 있었다. 소통의 프로토콜 protocol 이 맞지 않는다는 것은 충분한 대화는 물론이고, 비언어적 의사소통이 더해져야만 함을 의미한다. 낯선 환경, 먼 타지에서의 사업개발은 이런 충분한 현장 스킨십을 통해 가능했다.


2019년, 우리는 모두 현장에서 사업개발을 했다.


그러나 2021년에 같은 방식은 불가능했다. 하늘길은 막혔고, 문서 커뮤니케이션이 불가능한 루안 법인장(루안은 오피스 경험이 거의 없었다)과 슬렉을 통해 업무를 지시하고 사업을 진행하는 것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었다. 우리는 이를 2020년 내내, 앞선 아이템들의 시장 테스트를 하면서 확실히 체감하고 있었다.


원격으로 영업조직을 구축하고, 영업체계를 갖춰 조직적인 영업망과 사업체계를 갖춰나갈 수 있을까. 걱정이 되었다. 소위 실패한 중소기업이 갖고 있는 열악한 시스템, 그러니까 주먹구구식으로 계약 건을 처리하기에만 급급한 조악한 회사가 될 것 같은 우려가 있었다. 이런 조직은 돈은 벌더라도 시스템이 안으로 잠식되어간다. 매출은 얻을지언정 성장동력은 갖추기가 어렵고, 내부에는 조금씩 눈에 보이지 않는 문제가 쌓여만 간다.


결론이 났다. 그대로 있기. 어쩌면 아무것도 하지 않기. 지금 루안이 잘하고 있는, 소수의 클라이언트와 성공 사례 만들기만 한다. 조직은 오직 클라이언트가 훌륭히 자기 브랜드를 성공시키는데 집중한다. 그나마 조금 더하자면, 제조만 해주고 끝내는 것이 아니라, 클라이언트를 위한 직간접적인 지원부서로도 역할한다. 천성이 기버 giver 인 루안에게는 찰떡같은 일이었고, 관계 기반의 세일즈에 익숙한 루안에게는 마음 편한 일이었다.


2021년, 케이뷰티월드와이드는 사업 확장을 멈추고 지금 하고 있는 일에만 집중하기로 결정했다. 다음 액션은 두가지 조건이 모두 달성된 경우에만 하기로 했다. 첫번째 조건은 매출 500억동(₫), 그러니까 약 25억원의 누적 매출 달성한 경우. 이 경우 새로운 액션을 할 수 있는 충분한 여력이 생긴다. 적극적으로 인재를 채용할 수 있고, 여러 세일즈 프로그램을 만들어볼 수 있다. 두번째 조건은 하늘길이 열리고, 한국의 두 대표가 베트남으로 사업개발을 하러 갈 수 있는 경우. 두 조건이 모두 달성되기 전까지 회사는 오로지 비용효율적인 시스템만을 유지하기로 했다.





전략은 성공, 이제부터는 Season 3 입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기라는 전략은 생각보다는 쉬웠고, 또 쉽지 않았다. 수많은 사업기회들이 우리를 유혹했다. 물론 몇 개는 태핑 tapping 해보기도 했지만, 조금만 어려운 요소가 보이면 바로 드롭하고는 했다. 의외로 콤팩트한 조직과 시스템을 만드는 것은 생각보다 쉬웠다. 아이템이 확실하니 R&R 구분이 쉬웠다.


대기업 경험은 쓸모가 있었다. 투자심의를 위해 관리회계를 학습했던 것이 많이 도움이 됐다. 우리는 매월 회계 결산을 했고, 관리 포인트를 찾아낼 수 있었다. 석주대표는 운영의 달인이었는데, 특히 제조 공정을 완벽히 컨트롤해냈다. 새로 합류한 아영님은 미대 출신임에도 낯선 일을 마다하지 않았고, 센터에서 메신저이자 매니저로서 역할을 훌륭히 해냈다. 베트남은 루안 법인장이 많은 직원들이 입/퇴사를 반복하는 와중에도 흔들리지 않았다. 그녀는 묵묵히 클라이언트를 챙기며 외로운 싸움을 이겨냈다. 케이뷰티월드와이드는 적은 업무량을 확실히 해내는 회사가 됐다. 완벽했고, 평온했다.


그렇게 21개월을 보냈다. 마침내 2022년 9월, 월간 결산을 마치며 우리는 때가 왔음을 알았다. 바야흐로 재시작의 순간 time to restart. 몸을 웅크린 일곱 분기 동안 우리는 충분한 현금흐름을 창출하는 회사가 되었다. 때마침 하늘길도 열렸다. 베트남은 팬데믹 이후 한국인이 여행 갈 수 있는 첫번째 국가였다. 베트남은 사실상 코로나 통제를 풀었다. 외국인이여, 한국인이여 어서 오시오, 활짝 문을 열었다. 마치 우리를 부르는 것처럼.



케이뷰티월드와이드는 이제 시즌3를 맞이한다. 아직 어떻게 확장할지는 확정하지 않았다. 당장은 영업조직과 그 시스템, 그리고 인바운드 inbound 마케팅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아이디어도, 기획력도 필요하지만, 결국 일은 사람이 한다. 어떤 팀을 만들어나갈 것인가. 믿을 수 있는 팀이란 신뢰는 물론이고 능력도 갖춰야 한다. 할 일도 많고, 고민도 많다. 어디까지 올라갈 것인가. 어디까지 올라갈 수 있을까. 온갖 곳에 불확실성이 산재한다.



가슴이 뛴다. 3년 전 그때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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