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이) 베트남에서 사업할 때 알아야 할 것들
Time to Restart 를 결정한 뒤 바로 베트남 출장 계획을 잡았다. 마침 베트남 지사도 사무실을 호치민 고법군 (District Go Vap)으로 옮기는 중이었기에 이삿날에 출장을 맞췄다. 베트남을 떠난 지 30개월 만이었다.
2022년 11월의 호치민은 우기였다. 온도는 15~28도 수준으로 시원하지만, 하늘은 항상 흐리고 비는 불규칙적으로 온다. 마른하늘에도 비가 내리다 보니 날씨를 도통 예측할 수가 없다. 습도가 높다 보니 가끔 짜증이 나기도 한다. 하지만 건기에 비할 바는 아니다. 평년의 건기는 12월부터 5월까지로 우기는 6월부터 11월까지로 보는데, 요즘은 들쭉날쭉한다고 한다. 이 건기에 호치민은 정말 고온다습의 전형, 마치 대프리카 8월 중순의 느낌이다. 확실히 건기보다는 우기가 생활하기에는 낫다.
사실 이런 것들은 베트남에서 사업하기 전까지는 몰랐던 것들이다. 베트남에 입국하면서 호텔에 들어서기까지 도로를 달리면서 곰곰이 생각해 봤다. 구글링과 유튜브 검색을 통해서 얻을 수 있는 정보들은 충분히 많다. 하지만 모두 파편적이다. 결국 몸으로 부딪히기 전까지는 검색어조차 떠올리지 못하는 것들이 대부분이었다.
타국에는, 그리고 사회주의 국가 베트남에는 한국인이 좀처럼 이해하기 어려운 개념들이 상당하다. 처음에는 당황하고, 이유를 찾아보고서야 마침내 이해하는 것들. 이것들을 하나하나 기록해보고자 한다. 얼마나 기록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그저 그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기만을 바라본다.
과장했지만 그만큼 속성이 다르다는 것을 전달하고자 했다. 얼마나 다를까, 왜 다를까. 먼저 베트남은 세로로 길다. 최북단에서 최남단까지 1,650km. 해남 땅끝마을에서 백두산까지의 두배는 된다. 당연히 기후도 의식주를 비롯한 문화도 다르다. 실제로 하노이에는 4계절이, 겨울이 있다! 하노이의 12월, 1월은 생각보다 춥고, 한국의 늦가을, 초겨울 수준이라 생각하면 된다. 반면 호치민은 오직 한여름과, 비가 자주 오는 초여름 2계절만 존재한다.
간단히 베트남 지역을 정리하면, 베트남은 8개 권역으로 구분된다. 거두절미하고, 하노이가 위치한 홍강삼각주, 호치민이 위치한 남동부 지역만 기억하면 된다. 물론 다른 지역들도 흥미롭기는 하다. 관광지로 유명한 다낭, 삼성전자의 박닌, 울산/포항 느낌의 하이퐁, 쌀공장장 껀터, 그리고 요즘 떠오르는, 포스코에서 집중 투자하는 붕따우 등. 하지만 아무래도 외국인인 우리 입장에서는 니치 niche 하다. (FYI. 붕따우는 기름도 난다. 베트남은 원유 생산국이다)
돌아와서, 하노이와 호치민은 전혀 다른 역사와 목적을 가진 도시다. 하노이는 정치수도를, 호치민은 경제수도를 지향한다. 대충 중국의 베이징과 상하이를 생각하면 된다. 조금 피부에 와닿게 설명을 하자면, 하노이에서는 12시, 자정을 넘어서는 모든 점포가 영업금지다. 통제를 위해서. 유흥을 즐기는 한국인에게는 청천벽력. 그러나 호치민에서는 새벽 5시까지 영업이 가능하다. 한마디로 호치민은 상업을 장려한다. 덕분에 한국인은 새벽감성으로 음주가무를 즐길 수 있다.
역사를 언급하면 너무 길어지니 간단하게만 정리하면, 하노이는 깔끔하게 베트남 적통 수도인 반면, 호치민은 그 역사가 복잡하다. 호치민이 속한 남부 지역은 17세기까지 캄보디아에 속했지만, 이후 베트남, 그리고 프랑스에 점령되면서 과거와 단절된 전혀 다른 문화를 만들어간다. 호치민의 옛이름 사이공은 19세기를 거치면서 외국인이 바글바글한 이른바 국제도시, 인도차이나의 핵심 거점으로 성장했다.
한편, 2022년 베트남의 1인당 GDP는 4천달러를 가뿐하게 돌파할 것으로 기대된다. 참고로 2017년 기준 하노이의 1인당 GDP는 국가 평균의 1.7배, 호치민은 무려 2.5배 수준이다. 이를 단순 대입해보면 2022년 하노이의 1인당 GDP는 7천달러 이상, 호치민의 1인당 GDP는 1만달러 수준에 달할 것으로 기대된다. 한마디로 구매력에서는 두 도시 간 상당한 차이가 존재한다. 하노이 시장을 타겟하는 것과 호치민 시장을 타겟하는 것은 어쩌면 전혀 다른 시장을 공략하는 것과 같을 것이다.
재미있는 것은 베트남은 개발도상국이자 사회주의국가인 바, 언더테이블 머니를 비롯한 현금거래 중심의 지하경제가 상당한데, 2020년 기준 베트남 정부는 이를 GDP의 약 30% 수준으로 보았다. 이를 해석해보면, 지하경제를 포함한 하노이의 1인당 GDP는 여전히 9천달러 수준이지만, 호치민의 1인당 GDP는 무려 1만 3천달러 수준에 달한다. 호치민에서는 중진국의 소비패턴을 기대할 수 있다. 게다가 호치민의 등록인구는 900만명이지만, 실질 추정 인구는 1,300만 수준으로 국제적인 메가시티다. 즉, 호치민에서는 어떤 사업을 하든 충분한 수요와 공급을 기대할 수 있다.
이 밖에도 여러 대비되는 것들이 많다. 예를 들어 하노이 인구는 800만명으로 호치민과 얼추 비슷해 보이지만 실제 도심/도시인구는 320만명 수준으로 전반적인 밀도가 낮다는 점, 하노이는 정치엘리트(?)의 지향점으로 공안이 상당히 빡빡하다는 점(호치민은 대체로 유한 편이다), 그리고 게이를 비롯한 성소수자들은 모두 호치민으로 집결한다는 점(다른 지역은 차별이 심한 반면, 호치민은 모두가 열린 마음으로 수용한다) 등 이색적인 대비점들이 눈에 띈다.
아참 마지막으로, 하노이는 절제된 삶, 호치민은 역동적인 삶을 지향한다. 하노이는 대체로 신중하지만, 호치민은 새로운 국가, 새로운 사업, 새로운 상품에 호의적이다. 이것이 케이뷰티월드와이드가 첫번째 거점으로 하노이를 선택했다가, 결국은 호치민으로 옮긴 핵심 이유 중 하나다.
ps. 이 모든 것은 평균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케바케를 잊지 마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