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의 임금 수준을 처음 듣는다면 당신은 아마 놀랄 것이다. 어쩌면 묘한 우월감을 가질 수도 있다. 한편, 당신이 사업가라면 이토록 낮은 임금을 기반으로 할 수 있는 사업 아이템을 고민하기 시작할 것이다. 전통적인 아이디어, 임가공 사업 기반의 베트남 to 글로벌 사업은 굉장히 그럴듯하게 들린다.
베트남의 월평균 임금은 2022년 3분기 기준, 한화로 약 41만원 수준이다. 정확히는 760만동(₫), 미화로 318달러 수준이다. (참고링크) 한국의 월평균 임금은 328만원 수준이니, 무려 8배나 차이가 난다. (한국은 2021년 기준. 단, 전 연령대에 걸친 평균이라는 점을 잊지 말자)
2022년 3분기 평균 임금은 760만동이다. (출처 : VNPRESS)
심지어 최저임금은 호치민의 경우486만동, 월26만원 수준이다. 베트남은 지역마다 최저임금이 그 지역경제규모에 따라 다른데, 가장 낮은 4등급 지역은 무려 월 18만원 수준이다. 와우. 단순하게 보면 아주 싼 임금을 기반으로 충분한 부가가치를 만들 수 있을 것만 같다. 얼핏 1990년대 말 ~ 2000년대 초 중국의 느낌이 난다.
어떤 사업을 고민을 하더라도, 생산비 셈은 그럴듯하게 들어맞을 것이다. 맨먼스 man/month 기반의 생산 시스템을 설계하다 보면 더 드라마틱하다. 인당 생산량은 같은데, 인건비는 80% 이상이 줄어드니 이익률은 엄청나게 개선될 것만 같다.
그리고 뭐, 당연한 반전이지만, 그 계산은 틀렸다.
두번째 팁, 베트남에서는 모든 자원이 두배로 듭니다.
선진국과 중진국, 그리고 개발도상국은 단순히 GDP, 또는 1인당 GDP로 줄지어진 것이 아니다. 이는 사회 전반을 관통하는 일하는 문화와, 시스템이 설계된 정도, 그러니까 미시적인 영역까지 체계적으로 설계된 시스템들이 얼마나 밀도 높게 구성되었는가를 아우른다.
앞서 다른 글에서도 말했지만, 한국은 사업자등록을 법인 또는 개인이 홈택스에서 직접 하고, 당일 사업자등록을 마칠 수 있다. 이건 정말 놀라운 수준이다. 당일 사업자등록이 되는 나라는 있지만, 이게 온라인으로 즉시 처리되고 수시간만에 발급(인쇄)할 수 있는 나라는, 내가 아는 바로는 우리 한국이 유일하다. 물론 업종과 업태에 따라 다르긴 하다.
어떻게 이게 가능할까. 곱씹어 보면 역시 한국의 빨리빨리 정신이라고 생각한다. 뭐든지 서두르고, 독촉하고, 어쩌면 신경질적인 문화를 가진 덕분에, 우리는 매우 쾌적한 사회 시스템을 만들어가고 있다. 나는 모든 일에는 양면성이 있다고 생각하는데, 그 대표격 사례가 바로 빨리빨리 정신이다. 세계적으로 드문 사례인 전국 익일 택배배송 시스템으로도 만족하지 못해, 당일 배송, 심지어 쿠팡과 마켓컬리 등의 새벽배송 서비스까지 탄생했을 때는 감탄을 금치 못했었다. 빨리빨리 정신, 이 얼마나 아름다운가. 물론 덕분에 충분한 자가진단이 필요한 영역에서 사고가 많이 나기도 하지만 말이다. 예를 들면 건설업 같은.
우리 한국인은 태생적으로 빨리빨리 정신이 탑재되어있다. 유전적 DNA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DNA의 문제로. 우리는 은행 간 송금이 아주 당연하게도 '즉시' 이루어질 것이라 '착각'한다. 국민은행에서 우리은행으로 이체했으면, 국민은행에서 송금한 기록과 우리은행에서 수금한 기록이 동시에 기록될 것이라 '기대'한다. 하하, 이 얼마나 글로벌 표준과 거리가 먼 것인지. 생각보다 많은 나라에서, 정확히는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에서도 은행별로 시간차가 존재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페이팔 같은 서비스가 은행의 역할 일부를 대신 수행할 수 있는 것에는 그 이유가 있다. 생각보다 많은 나라, 많은 시스템에서 즉시성은 흔한 속성이 아니다.
베트남도 마찬가지로 전반적으로 느리다. 물론 베트남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고, 언젠가는 사회 전분야가 고도화될 테지만, 아직까지 그 시스템은 현저히 낮은 레벨이다. 한국인의 시선에서 보면 더더욱. 이는 역시 동남아시아 특유의 낙천적이고 느슨한 문화, 그리고 아직 낮은 조밀도를 가진 시스템 때문이다. 자본주의 하에서, 그리고 사회가 발전하면서 수많은 기관과 여러 시스템들이 등장하고는 있지만, 그 프로토콜 protocol 은 거의 대부분 정리되지 않았다. 그 결과 핵심적인 트랜잭션 transaction 뿐만 아니라, 오로지 설명을 위한 불필요한 트랜잭션이 너무 많다. 거의 사회 전분야에서 말이다.
외국인이 베트남에서 법인을 설립하면 약 4주가 소요되고, 그 비용으로 최소 1천달러 이상을 청구받는다. 물론 업종마다 시간도 금액도 천차만별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이런저런 이유로 6~7주, 어쩌면 그보다 훨씬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다. 그러면서 이런저런 명목으로 추가 비용이 청구될 것이다. 어떤 변호사들은 4주 일정을 약속하고 대신 등기비용으로 그 두배 수준을 청구한다. 심지어 어떤 변호사들은 직접적으로 언더테이블 머니를 요구하기도 한다. 시간이 끌리면 더 노골적이 된다. 이들 변호사들은 본사에서 잡아놓은 일정이 연기될 때, 그 실무자가 심각하게 스트레스받는 것을 잘 알고 있다. 한국인은 특히 말이다. 시간도 돈도, 그렇게 뜯겨 나간다. 참고로 베트남에서 법인설립을 비롯한 등기는 변호사들이 직접 하는데, 길에 즐비한 수많은 법무법인, 그러니까 로펌들은 대체로 법무사 사무소에 더 가깝다고 보면 된다.
베트남에서는 모든 일정들이 아주 자연스럽게 뒤로 밀린다. 베트남 출장에서 하루에 10시, 14시, 17시 이렇게 3개 스케줄을 잡았다면, 적어도 1개는 취소해야 할 것이다. 10시 미팅은 십중팔구 11시 또는 13시로 밀릴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미팅의 앞뒤가 지저분해지고, 14시, 아니면 17시 일정을 미루거나 취소해야 할 것이다. 이는 글로벌 스탠더드를 좋아하는 IT업계에서는 비교적 덜하지만, 그래도 미팅이 밀리는 것은 너무나 일상다반사다. 고무줄 일정을아무렇지도 않아하는 현지인들을 처음 보면 헛웃음이 나온다. 어쩌면 15분 단위로 스케줄을 짜는 실리콘밸리에서 한국을 바라본다면 이런 느낌일까 싶기도 하다.
베트남은 초고층빌딩과 판자촌이 붙어있다. 이는 그 역동성을 증명한다.
자, 이제 하고 싶은 말을 해보자. 당신이 무슨 사업을 하든, 그 사업을 이루는 제반사항들은 최소 2배의 시간과 자원을 더 필요로 한다. 이것은 최소값이다. 1명이 4시간에 할 수 있는 일이라면, 2명이 4시간, 또는 1명이 8시간에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맞다. 모두가 일을 천천히 한다. 현장 직원이 느리고, 오피스 직원도 그에 맞춰 덩달아 느리다. 함께 일하는 협력사들도 그에 발맞춰 느리고, 각종 허가, 등기 등의 행정시스템도 결과가 나오는 데에는 한참이 걸린다. 참고로 베트남의 행정은 특히 심한데, 언더테이블 머니 없이는 제때 진행되는 일이 거의 없다. 사회주의 국가임을 잊지 말자.
이는 IT 업계를 비롯해 젊은 친구들이 많은 업계도 마찬가지다. 한국에서 프로 웹툰 작가에게 요구하는 씬이 주당 100컷 내외이지만, 베트남에서는 주당 40컷 정도면 이미 프로페셔널이다. 널리 알려진 바로, 베트남에서 시니어 소프트웨어 엔지니어에게 기대하는 수준은 한국의 그것의 절반 수준이다. 한국의 견적으로 3MM로 추정한 작업이 있다면, 베트남에서는 6MM로 생각하는 것이 옳다. 아니 어쩌면 그보다 더 높을지도 모른다. 견적 실패로 낭패를 본 개발회사가 한둘이 아니다.
하고자 하는 말은 간단하다. 베트남에서 사업을 구상할 때, 그 인적자원과 시스템에 대한 당신의 견적은 최소 50% 이상 간과되었다. 2명이서 할 일은 4명이서. 2주가 걸릴 일은 4주가. 100만원을 청구받았다면 200만원으로 계산하라. 다시 한번 당부하지만, 이는 최소값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