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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신 Apr 18. 2024

그램피언즈



침묵이 쪼그려 담배를 폈다

그는 모른다고 했다


가끔 커다란 캥거루들이 길가를 지나다 그들을 쳐다봤다

차의 헤드라이트를 본지도 몰랐다

비명을 지르는 하늘의 눈이 시뻘갰다


너는 알아

나도 알지

그녀는 아는 것들을 모두 섞어

다 식어버린 커피에 부었다


이제 더는  

궁금하지도

안타깝지도

않아서


아예 뜨거운 게 없으면 좋겠다 죄 미적지근한 것들이면 좋겠다


침묵이 계속 담배를 피우는 사이

하늘은 무채색으로 흐려졌다


나는

너는


그들이 뱉어낸 목소리의 잔상이

붉은 바위에 부딪히고

낱장의 대화 핀 적 없는 꽃 가난한 기대가 오래된 웃음처럼 굴러다녔다


아는 것은 힘이 아니야 우스움이지

우스움을 아는 것이지


순간

저 멀리 캥거루 무리가 그들을 향해

돌진했다

차의 헤드라이트를 향하는지도 몰랐다


그들 중 하나가 액셀을 밟자

하나 둘 다시 하나 둘 작은 셋

캥거루들이 쓰러졌다


이래도 모르겠어?

그들 중 하나가 더욱 세게 액셀을 밟았다


나무에 담뱃불이 옮겨붙었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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