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서 풀밭은 인터넷 배경화면이 아닙니다만

by 윤신



양들이 뱉어 놓은

말을 주워 씹습니다

씹고 또 씹어 흐물대는 말이 다시

피어오를 때까지


풀들이 쓰러져 죽은 척을 하길래 아이도

눈을 감고

죽은 척을 했습니다


죽은 척을 하다 보면 죽은 날이 올 거라고

하지만 죽은 척만으로는

정말 죽은 것은 아니라고

누군가 아이를 발로 걷어찹니다


푸른 풀밭 아이는 네발로 기어 가

뼈가 드러난 등을 웅크리고 양에게 어깨를 기댑니다

양의 언어를 배운 아이는

가장 어린 새끼양이 되어

양들이 씹고 넘긴 말을 받아먹고

무럭무럭 자랍니다


씹어 씹으면

모든 게 사라지고 새로운 미래가 온단다


아이는 양의 말을 알아듣고

씹다 만 말을 삼키고 똥을 쌉니다

뒤엉킨 어제와 말의 잔해가 풀 사이로 데구르르 구를 때


자, 나왔다 너의 미래

여기서 다시 시작이야


양들이 아이에게 일제히 박수를 치고

아이는 네발로 서서 음매애애 웃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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