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윤신



주홍의 감이 천장에 매달립니다

아이는 잠들기 전 하나만, 딱 하나만 하고

어린 엄마의 이야기를 조르고요


젖이 다 말라버린 여자는 못 이긴 척

낡은 이야기를 장롱에서 탁탁 털어 꺼냅니다 할머니의 이름은 최숙자

예전에는 그런 이름이 많았단다

미자, 숙자, 행자, 말자


숙자 할머니는 읍내에서 산 설탕 묻은 과자를 옷장이나 다락, 싱크대에 숨겼지

아무도 찾지 못하도록 강물의 바닥이나 잊어버린 기억 속에다가

꼭꼭 숨어라 머리카락 보일라

너를 다 삼키기 전에 꼭꼭 숨어라


여자의 노래에 눈이 반쯤 감긴 아이는 이제

주홍의 말린 감 이야기를,

실에 매달린 곶감을 몰래 따먹은 이야기를 해달라고 조릅니다.

아이가 가장 좋아하는 이야기라서요.


그래서? 그래서? 누가 그것을 몰래 따 먹었어?


여자의 유년이 아이의 시간에 입혀지고 반복되는 순간,

곶감을 꿴 실이 둘의 시간을 엮고 방안 가득 매달린 주홍의 감이 하나 둘 사라지는 순간,

덜 익은 곶감의 떫은맛이 여자의 입에 차오릅니다


내가 그것을 따 먹었지

하나씩 하나씩 따먹어 결국 실에는 매달린 것이 하나도 없었지

빈 실이 바람에 잘도 잘도 날렸지


계절이 쌓이던 지붕과 모과나무, 뒷집 토끼 할머니, 사슴의 피와 뱀, 이미 모두 지워진 것들, 지워졌다고 믿었던 것들이 다시 그녀 안에 차오르고 방 한가운데 오직 빈 실이 남아 달랑댑니다

참 희한해. 그리울 줄 몰랐는데 그립다니

어느새 잠에 든

아이 옆에서 여자는 남은 조각들을 한번 다정스레 쓰다듬고는 곱게 접어 다시 장롱에 넣어둡니다


바람도 없는 방안 빈 실이 잘도 잘도 날리는

그런 밤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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