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마신 커피의 이름은 봄의 비읍이었어 두 번째 잔은 여름의 이응이 되려나
나는 혼자 웃었고
여름은 아직 오지도 않았는데 장마가 카페 문을 열고 들어섰다
실례합니다,
낮게 울리는 장마의 목소리가
느리고 축축했지
붉은 벽돌이 골목의 풍경 같아
나 어렸을 땐 붉은 벽돌로 고추장을 만들었는데
단단한 돌로 벽돌을 살살 깨고는 물에 곱게 개서 풀에다 발라 김치도 만들고 찌개도 끓이고, 어디서든 구할 수 있는 게 저거라서
쓸모없는 오희는 찬란히 아름답지
풀물이 든 돌멩이 위 소꿉의 흔적은 황홀하고
검붉게 젖어드는 적벽돌로 우리는 짧은 끝말잇기를 했던가
적벽돌 돌무덤 덤불 불난리 리셋
우와 너 대단하다 내가 아는 리는 리어카랑 리본밖에 없는데
산기슭 슭곰발 다 아는 이런 것 밖에 없는데
몸만 자라난 아이들이 창가에서 키득대는 동안
산미가 좋다던 장마는 에티오피아산 드립커피를 천천히 마시고
적벽돌은 뭘 안다고 같이 쿡쿡대고 웃었다
비는 그치지 않고
그치지 않아도 좋다고 또다시 웃고
비 맞는 게 이상하게 좋아서 장마가 오면 몇 날며칠을 비를 맞고 젖은 몸을 씻고 빈 방에 누워 천장을 봤다는 너의 얘기에 장마는 옆에서 흐뭇하게 들으며 맞아, 그랬지 너 그랬지 대꾸를 했지
오래전 빈방의 고요한 습도가 금방이라도 다시 찾아올 것처럼
손톱 밑 파아랗게 풀물이 들어버릴 것처럼
그렇게
여름도 아닌 오후가 지나가고 있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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