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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 am Me Oct 21. 2020

8년째 한직장: 한 직장을 어떻게 그렇게 오래 다녀요

8년째 한직장

첫 직장으로 입사한 회사에 8년째 다니고 있다.



사람들은 다들 궁금해한다, 어떻게 한 직장을 그렇게 오래 다니냐고, 지겹지 않냐고.


나도 내가 이렇게 될 줄 몰랐다.


대학 졸업하자마자 24살에 입사한 어렸던 내가 서른을 넘어 결혼을 준비할 나이가 될 때까지 이렇게나 오래 한 곳에 머물 줄 몰랐다. 절대 돈을 많이 준다거나 다니기 편해서 오래 다닐 수 있었던 건 아니었다. 8년간 정말 많은 일이 있었다.


괴롭히는 악덕 상사로 인해 노이로제에 걸려 심리 상담도 받았었고, 살면서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성차별, 인기투표 인사평가, 부모 욕, 연봉 삭감 등 말로 다 할 수 없는 많은 일이 있었다.


나의 스토리를 다 아는 친구들은 나를 대단하다고 얘기한다. 어떻게 버텼냐고.

그리고 나는 지금도 "그" 직장에 몸을 담고 있다.


내가 온갖 일을 겪고도 이곳에 남을 수 있었던 이유는 '두려움'과 '낮은 자존감' 때문이었다.


20대 시절의 나는 참으로 자존감이 없는 상태였다. 나에 대해 스스로 평가하는 "가치"는 바닥 수준이었다.

이 곳에서 바닥까지 봤던 나는 '혹시 이직하면 더 심각한 상사를 만나 더 고생하는 것 아닐까?' 하는 두려움이 깊었다. '나를 또 써주는 회사가 있을까?'라는 낮은 자존감 때문에 나는 맘을 잡고 제대로 다니지도, 뛰쳐나가지도 못했다. 어중간한 살아있지도 죽어있지도 않은 시간, 아니 죽어 있는 시간을 5년 정도 보내고 슬슬 정신을 차리게 되었다.


지금의 나는 이 곳에 머물면서도 내 삶을 살아가는 협상, 타협점을 찾은 30대가 되었다. 단순히 사회생활, 직장생활 힘들다고 징징 거리는 글을 쓸 생각은 전혀 없다.


30대가 된 내가 20대 때 나의 사회생활을 돌이켜보면 겪지 않아도 될 부당한 대우를 너무나 많이 겪었었다.

그리고 나에게 좀 더 자신감을 가지라고, 주눅 들지 말라고 말해주고 싶다. 그리고 아닌 건 아니라고 말해도 된다고 말해주고 싶다. 앞으로의 글을 사회 초년생이 읽는다면 사회생활에서 필요 이상으로 비굴해지지 않아도 된다고 이야기해주고 싶다.


나처럼 업무적으로 방황의 시간을 보내고 있는 직장인이라면, 당신만 그런 것이 아니라고 나도 그렇다고 위안이 되는 글이 되었으면 한다. 동시에 이 직장생활의 권태로움과 돈벌이의 고통에서 내가 어떻게 조금이나마 나아질 수 있었는지에 대한 과정과 일하면서도 “나”를 잃지 않고 균형을 잡을 수 있는지 내가 깨우 친 작은 방법들을 함께 써보려 한다.


그렇게 심했던 일요일 밤 불안함은 이제 더 이상 없다.

나 조차도 신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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