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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 am Me Apr 01. 2021

내 어두움을 숨겨야만 할 것 같았다.

나를 드러내려고 글을 썼는데, 나를 드러내는 게 두려워졌다.

"보여지는" 글에 대해 실감 나기 시작했다.


며칠 전에 쓴 글이 다음 메인에 소개가 되고 조회수가 엄청나게 올라갔다.


아직 브런치에 글이 고작 5-6개 밖에 없는 나에게 굉장히 큰 이벤트였다. 전에 블로그에 작성한 인도 출장 글이 네이버 메인에 걸렸을 때, 그땐 말 그대로 "출장기"에 대한 설명이었기에 지금과는 달랐다.


지금 내가 브런치에 쓰고 있는 글들은 설명문이나 정보를 주는 글이 아닌 "내가 느낀 감정"들을 매우 솔직하게 풀어내고 있기에 모르는 사람이 나의 깊은 속사정까지 알게 된다는 막연한 두려움마저 들었다.


- 내가 표현을 이렇게 써서 너무 편협해 보이면 어떡하지?

- 내가 너무 한쪽만 옹호해서 글을 썼나?

- 내 생각을 비판하는 댓글이 달리지 않을까?


이런 생각에 무엇하나 쉽게 주제를 정해 글을 쓰기가 힘들었다.  행복한 기억이 담긴 예쁘고 아기자기한 글을 써보고 싶었지만 그건 나답지 않았다. 20대 중반까지 행복한 기억을 떠올려 보라고 하면 나는 너무 슬펐다. 행복한 기억이 없었다. 누군가는 있었는데 기억을 못 하는 거 아니냐 할 수 있겠지만 각종 상처들이 너무 커 내 눈을 가리고 있었다. 더 어릴 때를 생각해도 그렇고 대학 들어가서도 그렇고 암흑이었다.



물론 30대가 된 지금의 나는 옛날의 나보다 훨씬 안정적 이어졌다. 하지만 오랜 시간 어둠에서 살았던 나에게서 여러 기억과 감정을 끄집어내 봤자 어둠에서 나오는 건 어둠뿐이었다. 그래서 오늘 글 주제를 정할 때 나는 나답지 않았다. 어떤 주제로 글을 쓸까 쭉 목록을 뽑고 어둡거나 부정적인 건 다 소거했더니 쓸만한 주제가 없었다.


"카톡 프로필 사진의 저주" 글에서 처럼 이 사람 저 사람에게 물어보고 다녔다.


- 이 글은 어떤 것 같아? 이거 올리면 나 너무 우울해 보이나?

- 이 글은 너무 부정적 이어 보이지? 이 글은 올리지 말까?


억지로 좋았던 기억을 끄집어 내려 한참을 노력하다 이내 '이건 내가 아닌 것 같다'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내가 느꼈던 안 좋았던 감정을 좋게 포장해서 그럴싸해 보이게 쓰려 노력했지만 글에 속도가 나지 않았다. 이렇게 하다간 모두에게 싫어하지도 않고, 좋아하지도 않는 특색 없는 글들이 되어버릴 것 같았다.


모두의 사랑을 받으려다 흐리멍덩 해진 글이 나 자신이라고 생각하니 내 색을 잃고 싶지 않아 졌다.


그래 인정하자,


나는 어두운 색을 가진 사람이다, 억지로 밝은 척이 아니라 나에게 정말 인상적이었던 좋은 일이 생기면, 그때 온 맘 다해 기쁜 마음으로 "밝은" 글을 쓰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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