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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 am Me Apr 02. 2021

민대리는 연애 안 해?

선넘는 회사 아재들

"연애 좀 해야지"



여자가 상대적으로 극히 적은 회사에서 여직원들의 연애사는 회사 아재들의 주요 관심사다. 한번 회사에서 연애를 오픈했다가 된통 당하고, 예전 남자 친구와 헤어지고 난 후로는 없어도 없는 척, 있어도 없는 척하고 있다.


점심시간, 티타임마다 아재들은 질문 공격을 퍼붓는다


- " 박사원은 주말에 남자 친구랑 뭐 했어? "

- " 김대리는 남자 친구한테 받은 제일 비싼 선물이 뭐야? 가방 좀 받아봤어? "

- " 돈 아끼지 말고 남자나 잘 잡아, 그게 답이야 "

- " 민대리도 집은 남자가 해와야 된다고 생각하지? "

- " 여자들 로망은 남자가 돈 벌어다 주면, 집에서 꽃꽂이하는 거잖아 "


욱했다.


실제로 남자 친구와 반반 결혼을 진행 중인 나로서, 사회생활도 더 늦게 시작한 비슷한 나이 또래 남자가 어떻게 집을 해오냐고 요즘은 같이 준비한다고 반박했지만 그들은 내 말을 등으로 들었다. 그냥 자기네들 관념 속에 있는 생각이 팩트라고 생각하며 살아가는 듯했다. 누가 뭐라든 그 사람들 머릿속의 "여자"라는 존재는 남자가 해 온 집에서 남자가 주는 돈으로 취미 생활하는 수준인 것이다.



그렇게 연애해라 결혼해라 간섭하던 아재에게 옆 부서 여 대리가 청첩장을 내밀었다. 앞에서 축하한다고 말하던 아재들은 대리가 사라지자 " 결혼 뭐가 좋은 거라 해 쯧쯧 " 거리기 시작했다.


신혼여행 다녀온 여자 대리에게 또 질문이 시작됐다.


- " 남편 아침밥은 잘해주고 있어?  결혼했으면 밥은 잘 챙겨줘야지 "


평소 커피는 여자가 타야 된다는 사상으로 여직원에게만 커피 심부름을 시키는 아재들이기에 별거 아닐 수 있는 이 말도 크게 불쾌하게 다가왔다. 내가 대신 반문했다. 똑같이 맞벌이하면서 아침에 정신없는데, 손 발 있으면 같이 하는 게 맞는 거 아니냐고. 회사에서 자기가 마신 물컵 하나 설거지하지 않는 저 아재들의 집에서의 모습이 그려졌다.


장교였던 예전 남자 친구에게 전역 직전 잠수 이별당했을 때 아재들은 나에게 말했다.

"원래 남자면 군대 전역 시기에 맘이 복잡해서 그럴 수 있어! 남자는 원래 그런 거야!"

망연자실했던 속마음을 애써 감추며 일하던 나에게, 아무렇지 않게 던진 저 한마디가 속을 뒤틀리게 했다.


그 후로 누구와 연애하던 회사에 절대 티 내지 않았다.


저런 말도 안 되는 성차별적 질문 폭격을 받고 싶지도 않고, 공적인 타인이 내 아픔을 함부로 취급하는 모습도 다신 보고 싶지 않았다. 4년째 사귀고 있는 남자 친구와 결혼을 앞두고 있는 지금,  눈만 마주치면 남자 친구 없냐고 묻는 아재들에게 "없어요"라고 대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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