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럴 줄 알았어, 잘할 줄 알았어
나 담배 피워, 라고 시작하는 편지를 쓸 작정이었다. 나의 우울과 붕괴, 추함, 서러움, 슬픔 등 온갖 나쁜 감정이 뒤섞여 스스로를 견딜 수 없었을 때 의지할 데가 담배 한 개비뿐이었다고. 오래 묵은 일이라고. 사실 편지를 읽는 엄마의 얼굴을 상상하면 엄두가 나지 않아 밑도 끝도 없는 첫 문장만 내내 맴돌았다. 그런데 무슨 바람이 불었을까. 그저 안부 섞인 메시지를 주고받다가 툭 뱉고 말았다. 엄마는 이렇게 답했다. 그럴 줄 알았어. ‘나’라는 사람의 밑바닥을 드러내는 것이 불효가 된다고 굳게 믿었던 마음은 신기하게도 조금 가벼워졌다. 엄마 품에 안겨 엉엉 울 수 있을 것 같았다. 어쩌면 엄마는 기다렸던 것 같다. 용기를 낼 때까지. 나의 시간을. 비로소 내가 나를 돌보는 요즘, 나는 엄마와 나누고 싶은 게 많다. 부둥켜 울고 나서 내가 요즘 얼마나 잘 지내는지 종알종알 떠들고 싶다. 그럼 엄마는 울다가 웃는 얼굴로 말하겠지. 잘할 줄 알았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