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낯선이가 내게 물었다.
모스크바에서 블라디보스토크로 향하는 시베리아 횡단 열차였다. 현지인으로 가득한 오래된 기차. 3등석에 홀로 앉아있는 '동양 여자'에 대한 시선은 매우 노골적이다. 얼굴을 빤히 쳐다보거나 힐끗대곤한다.
당시 나는 여행을 시작한지 4개월 정도 되었고, 러시아는 마지막 여행지였다. 시베리아 횡단 열차에 오른 것도 혼자 조용히 지난 여행을 반추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시베리아 횡단 열차에서 현지인과 친구가 되지 않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열차는 러시아를 완전히 가로질러간다. 총 길이가 9,900km이고 시간은 7박 8일이 소요된다. 인터넷도 터지지 않는 기차 안에서 사람들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카드를 치거나 스도쿠를 풀거나 옆에 앉은 낯선 이들과 대화를 나누는 일이다. 그렇게 러시아어를 한마디도 못하는 나는 영어를 한마디도 못하는 이들과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 번역기를 통해서 말이다.
여행자가 받는 질문은 사실 뻔하다. ‘이름이 뭐예요?', '어느 나라에서 왔어요?', '무슨 일 하세요?', '몇 살이에요?', '어디를 여행 중입니까?', '다음 목적지는 어디입니까?'정도인데 그날은 뜻밖의 질문을 받았다.
'왜 혼자 여행하세요?'
번역기에 적힌 그 문장을 한참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궁금하다는 표정을 짓고 있는 상대방을 쳐다보고 말했다.
‘편하니까요?'
그것은 대답이 아니라 스스로에 대한 질문이었다. 나는 한 번도 왜 혼자 여행하는지 생각해본적이 없다. 질문은 오랫동안 머리속을 떠나지 않았고, 시간은 많고 할일은 없는 기차에서 계속해서 이유를 생각해냈다. 이윽고 내린 결론은 나에게 있어 여행은 ‘혼자하는 것’이다. 다시 말하자면 나에게 있어 여행은 기본적으로 ‘혼자’가 고정값(디폴트)이다.
사람들은 여행을 종종 인생에 비유하곤 한다. 여러이유가 있겠지만, 나는 우리들 인생처럼 여행 역시 사람들마다 취향과 방식 그리고 대하는 태도가 다르기에 인생과 같다고 생각한다. 어떤이는 여행을 시작할 때 누구와 함께 떠날지는 생각하고, 나는 여행을 떠날 때 누구와 갈지는 애초에 고려하지 않는다. (혼자갈거까) 그게 내가 왜 혼자 여행하냐는 질문에 쉽게 대답하지 못한 이유다.
나는 한 번도 함께 여행할 수 있다고 생각해 본적이 없었다.
저마다의 인생을 살듯 여행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