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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은 기다림의 연속이다

  

주위 상가가 모두 문을 닫을 만큼 늦은 시간 사람들이 한 가게에 앉아있다. 식사를 하거나 술을 즐기기 위해 모인것처럼 보이진 않는다. 기차를 기다리는 걸까. 마땅히 갈 곳은 없는 이들이 24시간 운영하는 싸구려 가게에 모여 시간을 때우고 있다.


여행에는 기다림이 필요하다.


비행기 탑승수속이나 기차 시간을 기다려야 한다. 출근길 지하철을 기다리는 것과 다른 점은 처음 하는 일이라는 거다. 한번도 와보지 않은 곳에서 온몸의 신경을 곤두 세우고 기다림을 견딘다.


나는 여행에서 이와 같은 기다림을 좋아한다. 만약 드라마 도깨비처럼 문을 열면 원하는 곳에 갈 수 있다면 그건 여행이 아니라고 믿는다. 여행은 집을 나서고 돌아오는 과정이 모두 포함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멜버른을 가기 위해 베이징에서 환승을 했을 때의 일이다. 탑승까지 남은 시간은 대략 3시간, 시계바늘은 자정을 가르키고 있었다. 예정된 게이트 주변에 사람은 한 명도 보이지 않았고 12월의 베이징은 공항 내부까지 한기가 돌았다. 가방안에 있는 옷들을 모조리 꺼내 입고 공항 의자에 쭈그려 앉았다. 눈꺼풀이 무거워지기 시작한다. 혹여나 누군가 짐을 가져가진 않을까 비몽사몽한 상태에서도 가방을 꽉 쥐었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잠에서 깼을땐 3칸을 차지해 누워있는 내자리를 빼고 모든 좌석에 빽빽히 탑승객들이 차있었다. 서둘러 자세를 고쳐앉고 불이 켜진 게이트를 응시하며 졸린 눈을 비벼댔다. 그리고 비행기에 탔을 땐 이륙하는 장면도 보지 못한 채 아주 안전한 기분으로 잠에 들었다.


• 경로 : 한국 인천공항(출발) - 중국 베이징 국제공항(경유) - 호주 멜버른 국제공항(도착)



가난한 여행자는 어둠이 주위를 감싸고 있을 때 이동한다. 밤비행이나 새벽비행은 일반 비행보다 저렴하고 야간버스를 타고 이동해야 숙박비를 절약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호주를 떠나는 날도 그랬다. 해가 뜨기엔 아직 한참 남은 시간 공항에 가기 위해 집을 나섰다. 공항버스터미널까지는 거리가 있어 우버를 호출했고, 휴대폰을 손에 쥔채 뚫어져라 화면을 응시했다. 하지만 앱 사용이 미숙해 나를 태우러오기로 했던 우버를 놓치고 말았다. 이 시간에 우버를 잡기 어렵다는 친구의 말이 떠오르며 공항버스를 제시간에 타지 못할까 초조해졌다. 서둘러 앱을 키고 클릭을 거듭한끝에 겨우 우버를 다시 잡았다. 7min이라고 적힌 화면을 보며 시간이 줄어드는 걸 보고 주위를 살피고 다시 시간을 보고 주위를 살피기를 반복했다. 7min이 70min처럼 느껴졌다.


• 경로 : 친구집 - 우버 - 써든크로스 공항버스터미널 - 멜버른 국제공항



산티아고 공항에 도착했다. 브라질 리우 데 자이네루로 가기 위함이다. 환승시간까지는 무려 8시간이나 남았다. 분명 뉴질랜드에서 14일 오후 4시에 출발했지만 시계는 아직 14일 오후 1시를 지나고 있다. 나는 과거로 왔다. 그런 생각을 하며 남은 시간을 확인한다. 7시간 55분. 꽤 큰 공항이지만 동양인은 찾아볼 수 없다. 쳐다보는 시선이 신경쓰인다. 자리에서 일어나 공항을 둘러보기로 한다. 22게이트에서 출발해 오른쪽으로 계속 직진한다. 생각보다 공항은 크지 않다. 이내 곧 공항의 끝이나온다. 다시 왼쪽으로 직진한다. 22게이트를 지나 1번 게이트까지 둘러본 뒤 다시 22게이트로 향한다.


• 경로 : 뉴질랜드 오클랜드 공항(출발) - 칠레 산티아고 공항(경유) - 브라질 리우 데 자네이루 공항(도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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