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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핑크쟁이김작가 Nov 08. 2022

촬영구성안 어떻게 하면 잘 쓸까?

촬구 쓰는데 머리가 터질 것 같던 나날들



사실 유튜브는 방송과 매우 비슷하다. 아니 개개인의 방송국이 유튜브다. 그래서 방송작가 시절의 경력을 살려 현재 나도 유튜브를 운영하고 있다. 유튜브를 운영하는 방식은 보통 다음과 같은 프로세스를 거친다.


<유튜브 운영 방식>

'아이템 기획 ▶ 아이템 촬영 구성 ▶ 아이템 본 촬영 ▶ 촬영본 편집 ▶ 편집본 더빙 원고 작성 ▶ 더빙 ▶ 설명 및 본문 내용 작성 ▶ 해시태그, 키워드 추가 ▶ 영상 업로드'


물론, 이 프로세스가 정답은 아니고 중간을 생략하고 바로 올리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대게 유튜브를 올릴 땐 이런 방식으로 하고 있는데, 이 지점이 바로 유튜브를 개인 방송국이라 부를 수 있는 이유이다. 


방송을 송출할 때도 이와 비슷하게 진행된다. (물론 나의 경험에 한해서) 한 프로그램의 한 회 차 방송을 위해서는 적어도 저 플로우를 유지한 상태로 진행되는데, 그 사이에 물론 방송작가의 업무는 아이템 서치부터 취재, 섭외, 촬영 진행 서포트, 촬영본 프리뷰, 자료조사, 홍보문안 작성 등등... 수없이 많은 일을 수행해야 한다. 그럼에도 큼직큼직한 주제로만 본다면 다음과 같다. 


<방송 프로그램 송출 과정>

'방송 아이템 기획 ▶ 아이템 1차 자료조사 ▶ 아이템 섭외 및 취재 ▶ 아이템 촬영 구성안 ▶ 촬영본 프리뷰 ▶ 촬영본 편집 구성안 ▶ 촬영본 편집 ▶ 가편 시사 ▶ 더빙 대본 작성 ▶ 더빙 ▶ 종편 시사 및 진행 ▶ 방송 완본 취합 ▶ 방송 홍보/보도자료 작성 ▶ 방송 송출'


현직이 아니다 보니, 이 플로우가 완벽하지 않을 수 있다는 걸 감안하고서라도 하나의 방송 프로그램을 만드는 일은 이렇게 나름의 복잡한 프로세스를 거쳐 완성된다. 여기서 중요하지 않은 일이 하나도 없다는 게 포인트. (피디, 작가를 비롯한 수많은 제작진이 그래서 무척... 고생을 많이 한다.)


촬영구성안은 그럼 이 방송 프로세스 중 어떤 역할을 할까? 촬영구성안은 방송 주제로 선정한 아이템을 다양한 시선으로 촬영하고자 할 때 가이드라인이 되어준다. 막연히 아이템을 촬영하는 것은 노동력과 시간을 낭비할 수 있으므로, 효율적이고 안정적으로 촬영을 할 수 있게 만든다. 또한 눈에 그리듯 그 대상에 대한 탐구와 관찰을 할 수 있게 해준다. 그래서 중요하다. 또한 촬영구성안은 어떤 인물, 어떤 현상, 어떤 메시지를 담아낼 것인가에 대한 주제와 기획의도 그리고 그 아이템의 자료조사를 바탕으로 어떻게 그려나갈 것인가가 거시적 관점으로 담겨있다. 


커다란 주제 안에, 어떤 아이템을 촬영하려고 할 때 촬영구성안이 있으면 촬영하기 훨씬 수월해진다. 프로그램마다 성격의 차이는 있지만 어떤 특정 메시지를 전달하는 교양 프로그램의 경우에는 더더욱 촬영구성안이 촘촘하게 짜이는 것을 선호한다. (개인적 경험에 기반한 나의 생각임) 그래야만 인터뷰, 상황별 촬영을 하더라도 그 주제를 담아낼 수 있게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개인적으로는 촬영구성안은 꼼꼼한 취재와 자료조사를 바탕으로 거시적으로 작성된다. 그 안에는 커다란 주제, 어떤 식으로 촬영을 하면 좋을지에 대한 견해도 담겨있다. (아, 보통은 입봉한 작가가 주로 쓰지만 프로그램마다 막내작가가 촬구를 써보는 곳도 있다고 한다.)


휴먼다큐를 예로 들어보자. 어떤 인물을 A라고 가정했을 때, 그 A의 삶 속에서 전해지는 메시지가 있을 때 어떻게 담아낼 것인가를 고민하게 된다. 그럼 먼저 A에 대한 인터뷰를 통해 어떻게 살아왔는지,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 등을 알 수 있다. 그럼 인터뷰로만 휴먼다큐를 만드는 것인가? 


아니다. 인터뷰 외에도 실제 A의 삶 속으로 들어가 관찰자 시점이 되어 쭉 그의 일상을 담아내는 것이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선 A의 일상 속 루틴이 어떤가를 알아내야 하고, 어떻게 지내는지를 알아야 한다. 화면엔 그의 삶이 고스란히 담겨있어야 한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휴먼 다큐멘터리 프로그램들은 사전에 끊임없는 자료조사와 인터뷰 등을 통해 그 사람의 인생을 담아내기 위해 노력한다. 주인공의 삶을 들여다봄으로써 느끼는 다양한 감정, 주인공으로부터 듣는 삶의 가치관, 이야기... 살아가는 이야기 속에서 어떤 형태로건 느낄 수 있는 무언가가 남아야 응당 감동이라는 것을 몸소 체험할 수 있다. 


물론, 내가 정리한 것이 정답이 아닐 수도 있다. 지극히 개인적인 입장,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것이므로 각 프로그램마다 분야별로 담아내고자 하는 건 다르다. 하지만 궁극적으로 방송을 만들 수 있는 커다란 틀이랄까? 러프한 듯 보이지만 실은 무척이나 섬세하고 꼼꼼하게 담아낸 '촬영구성안'은 결국 방송의 퀄리티를 좌우할 수 있는 키라고 정의 내리고 싶다. 구성안을 짜기 위해 취재, 자료조사, 섭외(장소/인물 등)라는 요소들이 모여야 하고, 어떤 장면을 담아올 것인가가 촬영의 기본 틀을 잡아주는 셈이다. 


방송작가로 일 할 때, 이 촬구 쓰는 시간이 꽤 더디게 흘러갔다. 이유는... 자료조사부터 시작해 섭외, 취재 등을 온몸을 불사르며 했는데 그 때 진짜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주제를 명확하게 찝어내는 연습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더 오래 걸렸고, 힘들었다. 하지만 힘든 시기를 거치고 여러 번 써내려가다 보니, 아이템 기획을 끝내면 어느순간 자연스럽게 쓰고 있는 모습을 발견하고 신기했던 기억이 떠오른다. 



나 역시 현재까지도 인스타그램, 브런치, 블로그, 유튜브를 운영할 때 무작정 올리거나 무작정 촬영하지 않는다. 지난 시간에 말했던 '기획' 단계를 거쳐 '촬영구성안' 단계를 반드시 거친다. 어떤 내용을 촬영할 것이고, 그 촬영에 필요한 요소는 뭔지 꼼꼼하게 기록해둔다. 그 기록은 '구성안'이 되어 콘텐츠를 제작하는데 큰 줄기가 된다. 생략하고 머리에 그려지는 대로 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게는 이 단계를 꼭 거치는 편이다. 


본능대로 덜컥 찍다가 그다음 뭘 찍어야 하나 헤매지 않아도 되니, 안정적인 것을 추구하는 나에겐 딱 맞는 옷이기도 하다. 방송작가, 특히 교양이나 예능 프로그램을 담당하는 구성작가가 되고 싶다면, '촬영구성안' 역시 맛깔나게 꼼꼼하게 머릿속으로 그려지는 그림을 잘 담아낼 수 있게 구성해보는 것을 추천한다. 


* 평소 기록하는 습관은 구성안을 쓸 때 큰 도움이 됩니다. 저는 매일 일기를 쓰고, 매일 생각을 기록합니다^^




핑크쟁이김작가
방송작가로 8년, 콘텐츠 에디터로 4년 도합 12년 넘도록 계속 글을 써오고 있는 초보 주부 겸 프리랜서 작가. 아기자기한 소품을 좋아하고 남편 밤톨군과 낚시를 하는 것을 좋아하며, 일상 속에서 소소한 행복을 찾는 중. 남편이 주로 낚싯대를 점검하고, 아내는 필요한 짐들을 챙기고 있습니다 :) 아기가 좀 더 크면 같이 낚시방랑가족이 되는 게 꿈인 낚시꾼이에요 :) 아기자기한 것을 사랑하는 핑크덕후❤

핑크쟁이김작가 블로그
https://blog.naver.com/pinkauthor

핑크쟁이김작가 유튜브
https://www.youtube.com/c/핑크쟁이김작가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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