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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핑크쟁이김작가 Feb 21. 2023

우리 신도시로 이사 가도 될까?

신도시 어린이집… 들어가고 싶어요 제발!


올해 상반기엔 신도시로 이사를 간다. 1년 동안 밤쭈가 다니던 국공립 어린이집 퇴소를 앞두고 생각이 많아져 써보는 육아일기. 이사 가기 전까지, 기약 없는 가정보육… 나 잘할 수 있겠지?


밤쭈는 14개월 무렵 집 근처 어린이집 상담을 다니기 시작했다. 끽해봐야 3군데였지만, 1군데는 포기했고(대기가 많아서 포기) 나머지 2군데에서 연락이 와 상담을 갔다. 어린이집 입학상담은 의외로 즐겁고 설렘이 가득한 시간이었다.


30평 넘는 큰 아파트 1층에 자리한 A 어린이집은 집에서 가까웠다. 건너편 아파트에 있는 외갓집과도 가까워서 눈여겨보던 곳이었는데, 따뜻한 햇살이 드는 오후 아이들 낮잠시간을 이용해 어린이집 상담을 하러 갔다. 막상 어린이집 상담을 하러 가니 탁 트인 거실에 원목 미끄럼틀이 설치되어 있고 널찍한 공간이 마음에 들었다. 하지만 그곳에서 이상하게 알 수 없는 기시감이 들었다.


원장님의 똑 부러지는 설명, 선생님들이 방마다 들어가 아이들 케어하는 모습을 보면서 믿음이 갔지만 어쩐지 마음이 동하는 느낌은 없었다. 깔끔하고 넓고… 시설도 좋고 한데 왜 그럴까. 원장선생님의 교육관과 나의 교육관도 다르지 않아서 좋았는데, 생각보다 외부활동보다는 내부활동을 좀 더 중시한다는 말에 그런 것 같기도 하다. 그렇게 터덜터덜 아이를 데리고 집으로 돌아왔다.


며칠 뒤 B 어린이집으로 향했다. 상담시간은 A 어린이집과 반대로 저녁 7시에 진행되었다. 비교하면 훨씬 좁고 작은 평수의 규모였는데, 이상하게 환한 이 분위기가 아늑하고 좋았다. 밤쭈도 원래 다니던 아이처럼 편안하게 놀면서 놀잇감을 탐색하며 놀아줬다. 덕분에 원장님과 편한 분위기에서 상담을 진행했다. 내가 살아온 이야기, 아이를 데려오게 된 계기, 지금 마음은 어떤지 이런 것들을 이야기하다 보니 나도 모르게 눈물이 울컥 나왔다.


눈물이 울컥 쏟아지자 원장님이 눈물을 닦을 휴지를 꺼내주며, 아주아주 잘해왔다고. 밤쭈를 이만큼 키워온 것도 정말 훌륭하다며 위로해 줬다. 그 위로가 시발점이 되었을까, 원장님의 따스한 한마디와 작지만 다양하게 짜인 아이들의 활동프로그램도 마음에 들었다. 규모, 시설만 보면 A 어린이집을 택하는 게 맞았지만, 어쩐지 밤쭈는 여기를 오래 다녀야 할 것 같았다. 그렇게 결정했다. B로 다니기로.


그렇게 다니기로 확정하고, 4개월이 지나 밤쭈는 18개월이 되었다. 2022년 3월, 밤쭈의 첫 사회생활이자 첫 어린이집에서의 활동이 시작되었다. 처음엔 아침 9시 30분까지 가야 한다는 게 무척 부담이 되고, 자는 아이를 시간에 맞게 등원시키기 위해 깨워야 하는 것이 힘들었다. 지금도 여전히 힘든 부분이긴 하지만, 당시엔 자는 아이를 깨워 아침을 먹이고 나갈 준비를 해서 보내는 것 자체만으로도 꽤 오래 걸렸다.


어린이집 보내면서 좋은 점 중 하나는 아침을 먹이면 아침 간식, 점심 식사, 오후 간식을 모두 챙겨준다는 것인데, 이것만으로도 충분히 엄마의 걱정을 덜어준다. 그래서 어린이집을 기어이 보내려는 것이다.(물론 그 외에 주어지는 잠시동안의 시간도 있으니까) 그전까지는 매일 집에서 밤쭈에게 시간 맞춰 이유식을 주고, 간식을 챙겨주며 유통기한과 때 지난 식재료들을 정리하는 것만으로도 스트레스였는데… 어린이집을 보내고 나니, 그런 걱정이 많이 줄었다.


요리를 잘하는 편도, 소질이 있거나 좋아하는 것도 아니라 늘 메뉴가 고민이었다. 매일 아이에게 무언가를 해줘야 한다는 압박감. 골고루 영양소에 맞춰 줘야 하는데 그 식재료만 준비해도 한 달 생활비에서 차지하는 비용이 꽤나 커서 부담이 되었다. 독박육아에 경력단절, 수입원은 남편의 외벌이뿐인데… 이런저런 고민이 나를 자꾸만 찍어 누르는 기분이었다. 그런데 어린이집을 다니면서 밤쭈는 전보다 더 말을 많이 하고, 집에서 간간이 해주던 촉감놀이도 다양하게 하기 시작했다.


매일 아이의 일상을 기록해 주는 키즈노트 알림장과 아이 사진, 영상, 그리고 선생님의 정성 가득한 코멘트는 무료하게 흘러가던 나의 일상을 색다르게 채워줬다. 덕분에 블로그를 다시 시작하고 유튜브도 다시 운영하며, 조금씩 나를 위한 스터디를 시작하게 되었다. 그랬던 나인데…! 순식간에 지나버린 1년의 시간들을 뒤로하고, 다시금 가정보육을 해야 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신도시로 이사 가기 때문. 지금 살고 있는 동네에서 적어도 1시간 떨어진 곳이라 거기서 왕복으로 아이를 데리고 다니며 다닐 수 없다. 그런데… 문제가 있다. 신도시 이사까지는 좋은데, 환경이 훨씬 아이 키우기 좋은 쪽으로 바뀌는 것도 맞는데, 갈 수 있는 어린이집이 없다. 대기신청을 해도 이미 끝에서 대기해야 한다.


신도시로 모이는 사람들 대부분이 맞벌이에 자녀를 키우는 가정인데, 여기서 아이 둘 이상인 가족들도 꽤 많다. 그럼 아이가 하나이고 외벌이에, 취업준비 중인 나로서는? 당연히… 아이 둘 이상의 경우에 밀리게 된다. 1순위이지만, 1순위 중에서 꼴찌. 암담하다. 지금 다니고 있는 어린이집이랑 정도 많이 들었지만 나름 작아도 알차게 프로그램이 잘 짜여있어서 좋았는데, 신도시 어린이집들은 대부분 막 생겨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어디가 괜찮은지 알 수 없다.


선생님들의 성향, 어린이집의 분위기는 결국 지금 신도시로 들어가는 사람들이 만들어 가게 된다. 게다가 순위로도 밀려 밤쭈는 현재 갈 곳이 없다. 필연적으로 가정보육을 해야 한다. 무엇보다 언제까지 가정보육을 해야 할지도 모르기에 막막하다. 이런 상황에서 이사 준비도 해야 하고, 짐 정리도 해야 하며, 이것저것 가구며 가전까지 싹 다 알아봐야 한다. 남편도 나도 터질 듯이 머리가 복잡하다.


우리… 이사 잘 갈 수 있겠지?

이사 가는 게 마냥 신났다가도 이런저런 생각을 하면 머리가 지끈지끈한다. 신도시로 이사 간다는 건, 즐거움과 설렘 그리고 두려움을 동시에 안고 가야 하는 것 같다. 확정적으로 뭔가 되어있는 것이 없으니 불안하고 걱정될 수밖에 없고, 신도시라 교통적인 부분에서 인프라가 구축되려면 시간이 좀 더 걸린다. 운전도 필수가 될 것이고, 신도시에 아는 사람이 거의 없으니 아이를 데리고 산책을 하든, 마트를 가든 뭔가가 활동을 해야 한다.


신도시로 이사, 어린이집 입학신청 무한대기…

제발 부디 뭐 하나라도 되어서 무탈 없이 이사 가고 싶다.

꿈에 그리던 새집으로의 이사만으로도 이미 벅차니까.


거 좀 쉽게 쉽게 좀 가면 안 되겠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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