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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핑크쟁이김작가 Jun 08. 2023

4살 아들의 첫 피라미 낚시, 결과는?

낚시DNA라도 있는 걸까

죽기 전 꼭 해야 할 일, 꼭 하고 싶은 일들. 그러니까 나만의 버킷리스트 중 하나는 '가족낚시꾼'이 되어 남편, 아들과 같이 낚시를 해보는 것이었다. 남편이랑은 이미 낚시메이트가 되어 시간 될 때마다 낚시를 하곤 하는데, 아직 4살 아들에겐 너무 어려운 것 아닐까 싶어 꾹 꾹 눌러뒀던 시간. 그런데 웬걸?! 우리 아들, 생각보다 훨씬 더 낚시를 좋아하고 즐기는 아이였다. 역시... 자식 걱정은 부모의 몫이라더니, 걱정만 했는데 직접 해보니 생각보다 더 많이 낚시를 좋아했다. 그래서, 생각보다 빨리 이루고 싶었던 나의 버킷리스트 중 하나인 가족낚시를 실행할 수 있을 듯하다.




남편과의 낚시는 경쟁심과 즐거움을 동반한다. 물론, 남편이 많이 잡는다면 서운하지만 또 그런대로 그 상황을 즐길 수 있고, 내가 많이 잡는다면 더할 나위 없이 즐거운 시간이 된다. 우리에게 낚시는 생활의 활력소이자, 서로를 이해하는 시간이자, 각자의 힐링타임이었는데 아들을 낳고 낚시를 자주 하지 못할 때마다 드는 생각이 언제 갈 수 있을까. 였다가 같이 해볼까였다.


낚시 장난감을 들고 한참 동안 잘 노는 아이. 말대꾸에 자기주장이 세지는 4살 형아가 된 아들을 가정보육으로 3개월 꼬박 채웠더니, 유리멘탈인 나는 탈탈 털릴대로 털려 거의 체념 상태였다. 우울의 단계를 넘어, 체념... 언제 어린이집을 보내지? 하는 만성한탄과 만성피로... 이런 것들로 점철되어 버린 나의 일상은 육아로 인한 우울증과 스트레스, 그리고 공포의 일춘기가 시작된 아들 덕에 계속 무너져 내리고 있었다.


좋아하는 글쓰기도, 블로그도, 조금씩 조금씩 내려놓고 못하는 날들이 많아지자 손을 놔버릴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내 끓어오르는 기록에 대한 욕망으로 겨우 유튜브와 인스타에 조금씩 올려나갔다. 그런 와중에도 꼭 하고 싶었던 건 낚시... 낚시를 하면 이런 근심, 걱정, 스트레스가 한 번씩 릴을 휘감아 올릴 때마다 물고기가 잡혀 손맛을 볼 때마다 사라져 버릴 것 같았다. 물론 아이와 보내는 시간들 중 대부분은 행복회로가 돌아가곤 했지만, 그로 인해 잠시 멈춰둔 것들을 떠올릴 때마다 죄책감과 속상함이 밀려왔다. 하고 싶은 게 많은데...


그런 나날들을 보내고, 신도시로의 이사(신도시 이사 편에 글 올릴 예정)를 마치고 아이가 드디어 어린이집을 다시 가기 시작하면서 숨통이 조금씩 트이기 시작했다. 그런 와중에 얼마 전 연휴 때 내려간 시댁에서 나의 버킷리스트를 실행했다. 아주 갑자기, 하지만 강렬하게!




그렇게 물고기를 잡아댔으면서도 물고기를 손으로 잡는 것을 극도로 무서워하는 나와 달리, 아들은 빙어도 손에 바로 잡고 좋아하는 편이었다. 당시에도 많이 놀랐는데, 이번에 아들과 우연히 해본 피라미 낚시는 무척이나 즐겁고 재미있는 시간이었다. 자기가 하고 싶은 걸 못해 생떼를 피우다가 물고기 보러 가잔 말에 따라나선 아들. 아들과 같이 낚시채비를 해서 시댁 근처 물가로 갔는데, 아들은 초록초록한 풍경이 마음에 들었는지 활짝 웃어 보였다. 아빠 따라서 먼저 내려간 아들은 돌 위에 가만히 서서 아빠를 기다렸다.



남편은 미리 준비해 둔 피라미 채비를 정리해서 아이와 함께 물가로 던졌다. 작년 가을쯤엔 망둥어 낚시를 갔는데 그땐 더 어렸고, 낚싯대도 길었고 여러 요건이 좋지 못해 잡을 수 없었는데 이번엔 좀 달랐다. 남편과 나, 아이까지 셋이서만 있고 물도 적당히 흘러가는, 시골 냇가지만 아이의 첫 낚시를 하기엔 딱 좋은 곳이었다. 아빠랑 낚싯대를 손에 꼭 쥐고 물고기가 잡히길 기다리던 찰나! 아들은 피라미를 낚았다. 그것도 두 마리씩이나!


깜짝 놀란 남편이 피라미 입질이 좀 묵직하다며 잡아당겼는데, 아이랑 같이 릴을 감더니 흥분한 목소리로 소리를 질렀다. 오! 2마리야~ 우리 아들 첫 피라미 낚시에 2마리를 낚았다니! 4살도 채 안된 아이에게 이 순간이 얼마나 강렬하게 느껴질까? 싶었는데, 아들은 낚싯바늘에 딸려 올라오는 피라미들의 움직임을 보더니 환하게 웃었다. 엄마! 피라미가 올라와요 내가 잡았어~ 잔뜩 흥분한 아이의 표정을 보니, 덩달아 나도 신나서 영상으로 남겼다. 와... 진짜 두 마리였다. 오동통 잔뜩 물이 오른 큼직한 크기의 피라미 두 마리는 파닥파닥 움직이며 바늘에 딸려 올라왔다.



생명의 움직임을 직접 눈으로 보고, 손으로 만져보고, 코로 맡아보며 아들은 행복해했다. 미끌미끌해 보는 것만으로도 소름이 돋아 못 잡는 엄마와는 다른 너. 피라미를 잡고 환하게 웃는 아들의 모습을 보니, 감회가 새로웠다. 그리고 많이 컸구나 싶었다. 언제 클까. 도대체 육아는 언제 나아지는 걸까. 이런 생각들로 가득하던 내 머릿속이 말끔하게 정리된 기분이었다. 어느새 커서 가족낚시를 즐길 수 있게 되었구나! 엄마도 못 잡는 물고기를 너는 소중하게 잘 잡고 관찰할 수 있구나.


요즘은 미디어도 많고 해서 아이들에게 다양한 경험을 해줄 수 있는 시대다. 어디 멋진 전시회를 가는 것도 좋고, 박물관을 가는 것도 좋지만 남편과 나는 아이에게 산 경험을 많이 시켜주고 싶다. 몸으로 체득하고 직접 경험해 보는 것. 낚시든, 캠핑이든 간에 주어진 상황에서 더 나은 방향으로 갈 수 있도록 스스로 노력해 보는 것. 그런 시간들을 많이 보낼 수 있게 해 주면 좋겠다며, 우린 '가족낚시'를 자주 떠나기로 했다.


물론 육아가 늘 해피엔딩일 수는 없다. 이날 피라미 3마리를 잡은 아들은 냇가에서 나가기 싫어했다. 그리고 자기가 직접 잡은 피라미 3마리를 너무너무 예뻐했다. (너무 예뻐해서... 다시 풀어주는데 떼어내기 곤란했음) 이런 뒷이야기가 있긴 하지만, 결론적으로 보면 남편과 나의 로망이랄까, 아니 같이 꿈꾸던 버킷리스트 중 하나인 '가족낚시'는 한걸음 이룬 셈이다. 아이에게 피라미 낚시를 할 수 있게 도와준 남편도 고생했고, 뜨거운 날씨에 엄마가 잔뜩 입혀놓은 모자며 잠바 입고 낚시한 아들도 장하고, 이 둘의 그림이 너무 기특하고 예뻐서 그 좋아하던 낚시를 포기하고 촬영하느라 바빴던 나도 모두! 모두에게 이날은 잊지 못할 아들의 첫 낚시.



우리 아들 귀여운 모습 공개합니다'◡'

아들 : 엄마 피라미야~ 대박대박! 대박대박!!!

아들과 피라미 낚시 다녀오고 나서 한 번씩 이 영상을 꺼내어 보고 있는데, 진심으로 찐 행복을 느끼고 있는 아이의 기분이 전부 느껴져서 계속 보고 있다. 그렇다, 난 전형적인 도치맘이다. 육아스트레스와 우울증으로 힘들어하다가 다시 나만의 길을 찾아 나아지고 있는 중이다. 무엇보다, 아이가 우리가 좋아하고 사랑하는 낚시에 관심을 가져줘 다행이다. (무엇보다 내가 낚시를 하지 않았는데도 이토록 즐거울 수 있다니 신기했다!)


이제 부부낚시꾼에서, 가족낚시꾼으로 바뀌려나? 아이의 천진난만한 얼굴이 담긴 영상을 보며 오늘도 대박대박! 빨리 또 아이랑 낚시하러 가고 싶어 진다. 그때도 아들이 환하게 웃으며 대박대박을 외치면 좋으련만 '◡'




핑크쟁이김작가
방송작가로 8년, 콘텐츠 에디터로 4년 도합 12년 넘도록 계속 글을 써오고 있는 초보 주부 겸 프리랜서 작가. 아기자기한 소품을 좋아하고 남편 밤톨군과 낚시를 하는 것을 좋아하며, 일상 속에서 소소한 행복을 찾는 중. 남편이 주로 낚싯대를 점검하고, 아내는 필요한 짐들을 챙기고 있습니다 :) 아기가 좀 더 크면 같이 낚시방랑가족이 되는 게 꿈인 낚시꾼이에요 :) 아기자기한 것을 사랑하는 핑크덕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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